|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면서 가장 마음이 뿌듯할 때는 지식적인 충족보다는 주변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책을 권해 줄 때이다. 재미는 덜할 지 모르지만 읽고 나서는 항상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을 이번에도 아이의 책상 위에 놓아 줄 수 있었다. [가면놀이]안에는 모두 세 편의 수상작이 실려있다. 모두 재미나고 아름답다기 보다는 아픔을 간직한 이야기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손자, 형제간의 열등감을 인터넷 채팅에서 만회하려는 아이...이런 아픔이 없이 아이들이 자라면 좋겠지만 인생은 그렇게 녹녹한 길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내가 겪지 못하더라도 주변의 나와 다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독서의 과정이 아이의 인생관을 다듬어 주는데는 한 자리를 차지하리라 여겨진다. [천타의 비밀]은 그야말로 천타의 비밀들로 꽉 차 있다. 발달장애를 안고 있는 천타는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들을 이 책 속에 펼쳐놓고 있다. 천타의 가장 큰 비밀은 역시 남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몇살이냐는 물음에 8살임에도 7살이라고 해야 하는 것. 그것은 천타가 다른 비밀을 다 풀어놓아도 풀어놓지 못하는 비밀 중의 한가지이다. 왜냐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일일이 자신의 상황을 말해야하는 불편함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니까 말이다. 부모의 시각이나 주변인이 아닌 장애를 가진 아이 시각에서 이야기를 다룬 점이 가장 맘에 들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심리를 조금이나마 더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주어진다고 생각된다. 책을 읽던 아이는 자신과 다르게 사는 한 아이를 떠 올리면서 말은 못해도 다 마음으로 비슷하게 느낄 수 있냐는 물음을 던진다. 확인 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느끼는 감정은 많이 다르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눌하게 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손톱으로 할퀴는 것과 같다고 말이다..천타를 보면서 아이도 상대의 마음을 생각하는 배려를 더 배워가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이야기인 [할아버지의 수세미밭]은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손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누구보다 큰 존재였던 할아버지가 치매를 앓고부터 식구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할아버지를 방에 가두게 되는데 ..어느날 윤호는 할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에 문을 열어주었더니 할아버지는 한걸음에 수세미를 심어놓은 밭으로 간다. 누가 심었는 지는 모르지만 수세미를 가꾸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윤호는 시골에서 보았던 할아버지의 건강했던 모습을 떠올린다. 가장 맘이 아팠던 부분은 윤호가 이제는 너무 작아진 할아버지를 보면서 등을 내밀어 업자고 했을 때 잠심나마 손자를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항상 이 맘같았으면 싶은 생각이 주인공인 할아버지나 손자인 윤호나 책을 읽는 이 모두에게 스쳤으리라. 마지막 [가면놀이]는 가장 아이에게 공감을 얻는 이야기였다. 뭐든지 잘하는 동생과 비교되어 열등감을 안고 있는 선우. 선우는 자신의 위축된 감정을 푸는 창구로 채팅을 택한다. 우연히 알게된 장군이라는 닉네임의 아이에게 현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과장되게 전달한다. 실제로는 하지 못하는 상상속의 바램을 그대로 표현하다. 운동도 멋지게 잘 하고 연극에서도 주인공을 하고 여자 친구에게 선택되어 생일 초대를 받고..모두 선우의 생활과는 다르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만을 담을 뿐이다. 한마디로 인터넷 상에서는 선우가 아닌 다른 가면을 쓴 번개라는 아이가 되는 것이다. 만일 선우의 가면놀이가 들통이 나고 아이들에게 창피를 당하게 되는 결말이라면 정말 끔찍했을 것이다. 선우의 가면놀이가 끝나는 마지막 채팅을 읽으면서 이제 가면대신 선우의 모습으로 빛을 발하기를..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 못마땅하거나 작다고 느껴져서 아이들은 다소 과장된 가면을 쓰고 싶은 마음을 가슴 한 구석에 가지고 있다. 그런 과장을 편견없이 들어줄 상대고 필요한데 그런 상대가 주변인이 아닌 인터넷상의 익명이 되니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언젠가 아이가 본래의 모습이 아닌 다른 가면을 원하는 시점에서 난 아이에게 어떤 상대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아닌 가면을 쓰게 만드는 상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아이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마음을 열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
| 올 해로 4회째를 맞는 푸른문학상 수상작 세 작품을 담은 동화집. <천타의 비밀>은 발달장애아의 소소한 일상을, <할아버지의 수세미밭>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손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이야기를, 표제작인 <가면 놀이>는 인터넷 채팅으로 열등감을 해소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세 편 다 진부하다고 할 수 있는 소재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한 작자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표제작이기도 한, 세 번째 작품 <가면 놀이>는 집에서는 뭐든지 잘하는 동생과 늘 비교되고 학교에서도 두드러지지 않는 존재인 탓에 열등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선우의 이야기다. 공부며, 운동, 체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돋보이는 동생과 비교가 되는 터라 선우는 집에서나 학교에서 늘 주눅이 들어 지낸다. 선우가 그런 자신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포장하여 표출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 채팅이다. 주인공은 "번개"라는 대화명으로 인터넷 채팅을 할 때면 자신이 부러워하고 닮고자 한 모습으로 포장한, 즉 가면을 쓴 모습으로 상대와 대화를 나눈다. "네티즌은 ''얼굴 바꾸기''의 달인?"이라는 문구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은 등장인물이 여러 형상(동물, 도깨비 등)의 가면을 바꿔 쓰는 모습을 담은, 인터넷 예절을 지키자는 내용의 공익 광고를 본 분들이 있을 것이다. 사이버 상에서 가면을 쓰고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감추는 일은 너무나도 쉽다. 악의로 똘똘 뭉쳐 인신공격성 글이나 욕설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사람들도 실제로 만나 보면 소심하기 그지없는 평범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 또는 선우처럼 현실에서 내가 되고 싶어하는 인물의 모습, 나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여 드러내며 욕구를 충족하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해서나마 자신 안에 존재하는 억눌린 감정들을 발산하거나 해소하고 위안을 얻는 것은 비단 아이들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이버 공간 상의 인간 관계는- 온라인 상을 벗어나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긴 하지만- 너무도 쉽게 단절될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 외로움이나 열등감을 벗어 던질 수 있다고 해서 현실의 삶을 외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을 현실로까지 이어가 가족과 친구,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개선하려는 노력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받고 이해와 사랑을 얻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작품인, 발달장애아를 주인공으로 한 <천타의 비밀>은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일, 진단을 위해 병원에 갔던 일, 강아지를 키우며 겪는 일 등을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에서 잔잔하게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무겁고 두꺼운 안경을 쓰는 천타에게는 비밀이 있다. 실제로는 여덟 살이지만 나이를 묻는 질문에 "일곱 살"이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학교에 다니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붕어와 개미의 비밀, 과학 교실 선생님의 비밀 등 일상에서 천타가 자신만의 소소한 비밀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정상인 아이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천타의 엄마, 아빠가 아이의 장애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여느 부모라면 그리했을 것 같이 평범하게 대하는 모습으로 그린 점도 작품을 편안하게 읽어나가게 해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장애를 가진 아이를 가진 부모가 작품 속의 부모처럼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라는 요소로 남과 ''다름''에만 무게를 두지 않고 순수한 아이의 모습에서 ''같음''을 발견하고 주변 사람들도 ''다름''을 수용하는 자세를 가질 때 서로를 받아들이는 발판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작품 <할아버지의 수세미밭>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안에 여전히 살아있는 손자를 향한 사랑을 짚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집안 어른이었던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리면서 방 안에 갇혀 지내게 된다. 집을 나갔다가 길을 잃고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탓에 가족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행한 조치이다. 손자인 윤호는 그런 할아버지를 지켜야 하는 것이 곤혹스럽다. 치매에 걸린 환자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나 작품을 통해서만이 아니다. 실은 생존해 계신 나의 외할머니가 치매 증세를 보여 가족, 친지들을 힘들게 한다는 이야기를 가끔 접하고 있다. 방문을 열어주었던 윤호는 할아버지가 근처 산의 한 구석에서 발견한 수세미의 가지를 세워주는 모습에서 예전의 할아버지 모습을 다시 본다. 비록 치매에 걸려 아이처럼 변해버리고,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살게 되어버렸지만 가족을 향한 진한 사랑은 변함이 없지 않을까 싶다. 할아버지를 엎은 윤호의 뒷모습이 참 대견하게 여겨지는 작품이다. 삼 인의 작가가 들려주는 세 편의 이야기가 가슴을 잔잔하게 어루만져 주어서인지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해지고 넓어진 것 같다.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분들이 앞으로도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을 가슴으로 담아내어 좋은 작품으로 꽃피우시길 기원한다. |
| 이책은 제 4회 푸른 문학상 수상작 세편이 실려있습니다. 작은 도서관 시리즈는 언제 읽어도 항상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야기들이라 읽을때마다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이책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책을 덮은 후에 뭔가 여운과 함께 마음에 울림이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상인이 아니라 그 범주에서 조금은 벗어난 사람들입니다. 발달장애아, 치매노인, 열등감을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읽으면서 그들이 이상하게 보이기 보다는 우리의 관심과 이해가 필요로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이야기 중에 ''가면놀이''는 어쩜 현재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지요.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형성되는 인간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허상과 허위로 가득찬 관계인지.... 그리고 그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자신을 얼마나 포장하고 있는지.... 모든 문제는 가정에서 비롯되듯이 항상 동생과 비교되어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선우의 모습이 참 안쓰러워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좀더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져주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면서.... 어쩜 이책은 아이들보다 어른이 먼저 보고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천타의 비밀''은 제목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천타가 도대체 무엇일까? 그런데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덟살 아이의 이름이 천타입니다. 천타는 학교를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가 나이를 물으면 일곱살이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이것이 천타의 아주 큰 비밀입니다. 이 이야기는 천타의 시선으로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이야기가 참 맑고 귀엽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전혀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저 조금 다른 아이와 다르구나하고 이해가 갔습니다. 그리고 천타를 이해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부모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수세미밭''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윤호가 나옵니다. 예전 치매에 걸리기전 할아버지와 수세미밭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는 윤호는 할아버지의 방문을 열어 줍니다. 치매에 걸렸을지라도 수세미를 가꾸는 손길은 여전한 할아버지를 보며 자신을 사랑했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겠지요. 문을 매일 열어주겠다며 할아버지를 업고 집으로 돌아가는 윤호의 모습이 할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수 있습니다. 이 세편을 읽으면서 우리 이웃들, 혹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이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
푸른문학상 수상집이니까! 일단 믿음을 한자락 깔고 읽었다. ^^
지난 '동화 읽는 가족-가을호'에서 이미 만났던 <가면놀이>는 역시 다시 보아도 수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채팅이라는 소재도 새롭고, 대화의 역전 또한 재미있는 발상이다. 형제는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했던가.. 선우, 선재 형제간의 갈등이, 그것도 항상 열등한 쪽의 선우 입장에서 씌여있는 갈등의 골은 깊고 깊어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 채팅방에서 영영 사라지는 것으로 결말을 맺으니 더더욱.
형제나 자매간에 또는 가까운 어떤 이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건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할 만한 일이지만, 아이들의 경우엔 그것이 얼마나 가슴이 쓰리고 아플런지.. 가상의 '나'를 만들어 가상의 공간에서나마 우월함을 느끼고 싶어한 선우의 마음이 애처롭기만 하다. 선우야! 어서 큰 사람으로 자라 현실에서 씩씩하고 건강한 청년이 되거라.
<천타의 비밀>. 도입부에선 그저 체구가 좀 작은 아이인가 보다 했는데 발달장애아란다. 얼굴에 비해 너무 큰 안경을 썼네 싶었는데 돋보기란다.. 천타의 입장에서 풀어낸 이야기는 몸은 아프지만 마음은 해맑은 아이의 그것 그대로여서 마음이 짠하다. 차라리 천타가 마지막까지 간직한 '나이의 비밀'이 영영 비밀로 남는다면 상처는 덜할텐데, 세상이 어찌 그렇기만 하겠나 싶은 생각에 천타가 더욱 가엾다.
내 주변에는 천타처럼 아픈 사람이 없어서 그들의 육체적, 심리적 아픔을 헤아려볼 기회는 읽거나 보는 간접 경험에 그친다. 작년이던가, 드라마에서 발달장애아가 큰 비중으로 나왔던 적이 있어서 역할도 다양해졌구나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동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걸 보니 사람들의 생각이,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긴 하나보다. 다행이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 <천타의 비밀>에 뭔가 강력한 흡입요소가 부족한 듯 보여 읽고 난 후 가슴에 찡하게 남는 여운이 크지 않아 아쉽다. 이 동화를 읽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보다 깊은 여운을 준다면 금상첨화일텐데..
딸이 이 책에 실린 3편 중 제일 재미있다고 한 <할아버지의 수세미밭> 역시 주인공 때문에 가슴 아픈 이야기. 세상에서 제일 넓은 품인 줄만 알았던 할아버지. 이젠 치매때문에 방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손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런 할아버지를 따라 뒷동산의 수세미밭을 발견한 손자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변해버린 할아버지를, 아니, 예전처럼 여전히 수세미밭을 일구는 할아버지를 등에 업은 손자의 뒷모습이.. 따뜻하다. |
| 신인작가의 수상작으로 엮은 세편의 단편동화로 이루어진 책으로 참신함이나 특별한 개성을 느낄만큼의 역량은 느껴지지 않으나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따스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첫번째의 <천타의 비밀>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천타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볼 수 있다. 아이들과 끼어 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천타는 언어가 늦고 행동이 늦는 줄로만 알았으나 발달장애라는 판정을 받을때 너무나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아이와 쉽게 적응해나간다. 어떻게 그럴수 있을까 싶을만큼 천타의 부모는 내 아이의 모자람에 동동 애태우지 않고 아이와 눈높이 맞춰가며 아이가 편안하게 생활하게끔 배려하는것이 인상적이다. 8살임에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싫어 7살이라 대답하게 하는 것에서 우리가 얼마나 그릇된 시선을 가졌는지를 엿볼수 있고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의 고단함을 엿볼수 있는 유일한 대목이 되겠다. 두번째 이야기는 <할아버지의 수세미밭>으로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모시는 가족에게는 너무나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루고있다. 속이 빈 듯하고 매끈하지 않은 모습의 수세미 자체가 할아버지의 모습을 비유라도 한것같다. 그런 할아버지를 마주하는 윤호는 수세미가 수세미 다운 역할을 했을때의 모습이 가장 보기 좋았던 것처럼 할아버지가 집안의 가장 중요한 무게로 있을때의 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 기억의 한 부분을 잃어버렸지만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손자 윤호는 할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세번째 <가면놀이>는 내성적인 선우가 자신이 동생에게서 느끼는 열등감이나 가족에게서 받은 소외감등을 감추고 채팅속에서는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닌 다른 선우를 만들어 그렇게 행동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 축구도 하고 싶고, 영어연극도 해 보고 싶고, 괴롭히는 친구에게 맞서 싸울 용기도 갖고 싶다. 그런 선우는 가면을 쓰면 자신의 얼굴을 가리듯 자신의 그런 마음도 가리고 싶어하고 있으나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으로 부터 상처받고 위로받지 못하고 있어 안쓰럽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의 힘을 키워 가면을 벗고 좀더 용기를 가지면 좋겠다. 때로 우리도 가면을 쓰고 싶을때도 있다. 어떤 일이건 내가 남과 다르게 느껴질때도 있고 남과 다르지 않음에도 편협한 시각으로 그렇게 볼 때도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기에 앞서 그럴수도 있구나!, 나와 달라도 예쁘구나! 다름을 인정해 주지 못하는 사회분위기가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이런 분위에게서는 가면을 벗고 나오기는 커녕 점점 가면을 쓰는 사람이 늘어가지는 않을까하는 염려가 된다. |
| 제 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품 집. <천타의 비밀>, <할아버지의 수세미밭>,<가면놀이> 3편이 실려 있다. <천타의 비밀>은 발달장애아동인 천타의 이야기이다. 일반적으로 장애아를 다룬 작품들은 장애아에 대한 시각이 동정적이거나,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그런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있다. 철저히 천타의 입장에서 서술해가는 작가의 능청스런 태도에 독자도 자신이 천타가 된 것처럼 바깥세상을 내다보게 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불편함은 커녕 마음이 아주 편해지는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가 상대방에 대해 서로 다름을 인정할 때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이 작품은 장애아에 대한 특별한 시선을 버리게 하고, 장애아를 우리와 좀 다를 뿐인 한 개인으로 인정하게 한다. 인간이란 이름아래 우리 모두는 평등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할아버지의 수세미밭>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 치매 때문에 방안에 갇혀서 생활하는 할아버지가 문을 열어달라고 계속 문을 두드리자, 윤호는 문을 열어준다. 그러자 곧장 바깥으로 나가는 할아버지. 당황한 윤호는 할아버지를 따라 나선다. 할아버지는 시골 생활을 그리워하는 듯, 아파트 근처 버려진 밭으로 간다. 그곳에서 수세미가 난 것을 보며 할아버지는 수세미를 받쳐준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윤호는 어렸을 때 시골에서 할아버지와 수세미를 따던 때를 기억한다. 자신을 몹시 사랑해주던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으로 윤호는 가슴이 아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윤호는 할아버지를 업어주려 한다. 순간 할아버지는 “우리 윤호가 많이 컸구나.”라는 말을 한다. 할아버지가 윤호를 알아본 것이었다. 윤호는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두 사람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수세미를 통해 할아버지와 손자의 애틋한 정을 보여준 작품. 질병이나 기타 사정으로 소외된 노인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작품이지만, 의무를 강요하기보다는 애정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한다면 자연스레 풀릴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가면놀이> 선우와 선재는 한 형제이지만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동생인 선재는 활달해서 친구도 많지만, 형인 선우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선우가 좋아하는 것은 인터넷 채팅이다. 선우는 채팅을 할 때는 상대방에게 현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처신한다. 현실공간이 아닌 가상공간인 인터넷에서만 자신이 원했던 모습으로 행동하는 선우를 통해 소외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현실에서도 선우처럼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들이 많다. 그 아이들이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이 인터넷이다. 그렇지만 그 공간은 말 그대로 가상의 공간일 뿐이다. 이런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답답하다. 작가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현실만 보여줄 뿐이다.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에 대한 실마리는 독자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