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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30대에게(아마도 386세대에게는 더 그렇겠지만)는 지식인이란 말은 8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 대학생만 되도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현실을 변화시키는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들 취업하기에 바쁘고 제 코가 석 자라 ''지식인''이란 표현 자체도 생경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7,80년대라고 해서 먹고사는 게 녹록했거나 취업하기가 쉬웠던 것도 아니다. 요즘보다 더 힘들면 힘들었지. 특히 여자들에게는 아주 힘든 시절이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신념의 문제이다. 세상을 변화시키기는커녕 내 인생이나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
지금 나는 먹고살기 힘들고, 장래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어도 무식한 것보다는 많이 아는 게 낫다. 이 세상은 어떤지, 나 자신은 어떤 인간인지 더 깊이 알아갈수록 내가 뭘 해야 하는가가 더 명확해질 것이다. 주위 사람들도 보면, 현실적 어려움도 큰 문제지만, 어떻게 살아야할지 방향을 못 잡는 게 더 큰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이 시리즈는 뒤늦게나마 내 지식욕에 불을 당겨 주었다. 386세대의 끝자락인 나는 사회과학이나 철학도 제대로 공부해 보지 않았고, 사실 제대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그 시절에는 지식인들이 다소 특정 사상에 편향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 시리즈를 보면 과학, 사회과학, 철학 등이 골고루 섞여 있고, 이념적으로도 개별 책에서는 좀 냄새가 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념적 편향이 별로 없는 듯하다. 특히 한 권씩 읽을 때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만 읽게 되는데, 시리즈를 읽다 보니 내가 모르고 있었던 분야, 무지했던 부분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내가 원래 관심 있는 분야였던 진화론의 <다윈&페일리>, 심리학과 경제학의 만남인 <사이먼&카너먼>도 좋았지만,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듀이&로티> 같은 책이 특히 반갑다. 내 평소 생각이 프래그머티즘과 매우 유사한 것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나는 내 신념이 뭐라고 물어본다면 프래그머티즘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21세기 지식인은 과학과 사회과학, 철학, 인문학을 두루 알아야 한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과학책을 일반인이 잘 안 읽는 것 같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철학과 인문학의 영역까지 넘어온 지 오래다. 특히 진화론이나 유전학, 물리학 등은 정체된 인문학에 엄청난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관점에 따라서는 영역을 침범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시리즈에 소개된 데카르트의 인식론, 프래그머티즘, 인지심리학, 몽테스키외의 정치철학 등은 대부분 난해한 책 외에는 아직까지 대중이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책에 따라서는 아주 재미있는 책도 있고, 다소 어려운 책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 정도로 풀어쓴 책들은 없는 것 같다. 겨울 내내 두고두고 읽어볼 생각이다. [인상깊은구절] ''인생은 한 편의 시와 같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의 시를 완성한다'' <듀이&로티>듀이&로티>듀이&로티>사이먼&카너먼>다윈&페일리> |
| 세트로 구입하고 몇 권 읽어 봤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괜찮다''이다. 사실 난 시리즈 기획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시리즈물이 되면 정해진 시간이나 분량, 형식 등에 끼워맞추느라 무리한 내용이 나오는 걸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읽어 본 이 시리즈의 책들은 모두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세트로 샀기 때문에 이런 사실이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밑에 어떤 분은 대학생 교양서적치고 편협하고 유치하다고 하는데, 사실 전공자가 아니고서야 어떤 학자의 원서나 전문서를 사서 읽기는 상당히 부담된다. 가격도 그렇지만, 번역 문제도 그렇고 개론적인 설명 없이 전문적인 내용으로 들어가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 보면 이것저것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얼마 전 줄기세포 사태도 있어 생명공학 쪽도 관심이 가고(다윈과 페일리 편), 우리의 미래가 정말 토플러가 말하는 그런 미래가 될지 아니면 엘륄이 우려하는 사회가 될지 궁금도 한 것이다. (토플러와 엘륄 편, 자크 엘륄이란 학자 이름은 이 시리즈에서 처음 들어봤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에겐 이 시리즈가 딱 안성맞춤이다. 외국 학자를 소개하는 딱딱한 번역체의 글을 읽을 필요없이 우리나라 학자들이 나름대로 쉽게 쓰려고 노력한 이 책들이 훨씬 부담없이 쉽게 읽힌다. (물론 이 문제도 책마다 조금 다른 것 같다. 재미 면에서나 이해 가능 면에서나 책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저자들이 저마다 다르니까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중요한 용어 같은 것도 설명이 잘 돼 있고 (요 점도 아주 큰 장점이다)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그림들도 들어가 있어 좋다. (요 것도 책마다 다르다. 그림 그린 사람도 책마다 다 다른 것 같던데 책의 내용을 잘 표현하고 형상화한, 때론 재치 있는 그림들도 있는 반면 어떤 그림들은 그냥 없어도 될 것 같은 그림들도 있다.) 분명 성인들이 보통 접하는 일반 책들과는 다르긴 다르다. 용어 설명이나 그림도 그렇고, 중간에 ''토크''라고, 대화로만 진행되는 장이 아예 별도로 있는 것도 그렇고 책 마지막 부분엔 각종 ''코너''들이 막 나온다. 책 주인공들이 쓴 원문과 번역도 나오고 연보도 나오고 서로 어느 학자에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화살표 지도도 나오고 ''생각할 문제'' 같은 것도 나온다. (요건 좀.... 그렇다. 중고등학교 교과서 단원 끝날 때마다 나오는 무슨 연습문제 같다. 분량이 작으므로 그나마 다행!) 아무튼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독특하고 우선 나의 지식 ''수준''에 꽤 맞다. (나 대학 졸업한 지 몇 년 됐다) 첨엔 가격이 좀 부담스러웠는데, 사실, 다 읽고 나면 별로 남는 것 없는 자기계발 나부랭이들이나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류의 우화 어쩌구 하는 책들에 비한다면 가격도 은근히 양호하다. 다만, 시리즈 전체가 50권이라니 좀 부담된다. 우선 요 처음 나온 15권(16권??) 다 읽어 보고 추후에 나올 것을 다 사느냐, 일부만 골라 사느냐 결정할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