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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 있을 때 책이 도착했고 일주일 정도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다 어느날 지하철에서 빨리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서서 꺼내 읽다가 두세페이지 만에 토할뻔 했다. 너무나 끔찍하고 잔혹하게 살해된 기지촌 여성에 대한 묘사와 마치 그러면 안되지만 재미삼이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이는 것처럼 그 여성을 살해하는 죄의식이 없는 미친 미군새끼.
그리고 주인공 정태의 카츄사 생활과 기지촌에서 만난 아이린 과의 사랑, 아이린의 기둥서방 노릇을 하던 사기꾼에 도덕성마저 상실한 지아이의 살해사건을 통해서 내가 모르던 하나의 세계를 만나게 됐다.
카츄사로 미군과 생활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그들과 어떻게 어울리거나 갈등을 견디는지, 그 앞에 기지촌에서 어쩔 수 없이 몸을 팔며 생계를 꾸리거나 빚을 갚고 자유를 찾고 싶은 여성들이 기지촌으로 흘러 들어오는지, 그런 불쌍한 여성들을 노리개로 삼고 변태적 성행위나 살인까지 저지르면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게다가 자국의 보호 아래 가벼운 처벌만을 받게 되는 지아이들. 이런 세상을 만나게 됐다. 소파협정과 같은 불평등조약 때문에 우리나라가 피해를 입는다지만 사람 목숨을 파리만큼도 여기지 않는 지아이들이 일으킨 살인사건이나 문제들이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많고 그들을 직접적으로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한계이자 분단의 슬픔이다.
이런 세계를 조금 깊이 들여다 보는 기회가 되었다. 소설도 아주 잘썼다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몹시 탄탄하고 작가가 카츄사에서 복무하던 경험을 토대로 실존인물들을 재현하여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하는데 그래선지 더 실제적이고 가슴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가슴 아픈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린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던 점과 정태가 살인범이 아니었던 점 정태를 보호해준 보초병들 - 그 중 하나는 지아이. 정태도 아이린도 무사히 자신의 새로운 삶을 잘 꾸려가고 있는 결론이 무척 따듯했고 어떤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좋은 결말이라 생각된다. 정태와 아이린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각자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둘은 충분히 교감할 수 있을것 같다.
내가 쓴 것 이상의 어떤 뭉클한 것이 가슴에 남는 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