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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무진을 향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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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은 나에게 정지된 채로 따로 떨어나간 외톨이의 시간이다. 그 해 난 대학생이 되었고, 세상을 향한 더 이상의 유예(猶豫)는 없었다. 나를 둘러쌌던 울안에서 벗어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애써 외면했던 냉혹한 현실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거센 파도의 소용돌이 속에 몸을 맡겼다. 어디로 휩쓸려 갔던 것일까. 정신의 공황(恐慌). 모든 게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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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은 나에게 정지된 채로 따로 떨어나간 외톨이의 시간이다. 그 해 난 대학생이 되었고, 세상을 향한 더 이상의 유예(猶豫)는 없었다. 나를 둘러쌌던 울안에서 벗어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애써 외면했던 냉혹한 현실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거센 파도의 소용돌이 속에 몸을 맡겼다. 어디로 휩쓸려 갔던 것일까. 정신의 공황(恐慌). 모든 게 불확실했고 혼란스러워 극단으로 치우치는 내 자신을 목격했던 시절이었다. 두 발은 땅을 박고 서 있는데, 정신은 언제나 다른 세계를 부유(浮游)했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고, 앙상해진 얼굴과 초점 없는 작은 눈만이 세상에 남겨졌다. 그리고 『무진기행』이 나를 찾아왔다.『무진기행』은 당장 내 안으로 스며들었고, 혈관을 훑으며 전신에 퍼졌다.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뺑 둘러싸고 있는' 바닷가의 도시 무진(霧津), 주인공 '윤희중'은 서울을 떠나 고향 '무진'을 찾아간다. 그가 서울로 와서 처음 '무진'으로 내려갔었던 것은 6·25로 강의가 중단되었을 때였다. 두 번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느 해인가 폐가 나빠서 '무진'으로 내려와 1년을 넘게 바닷가의 외딴 집에서 보냈다. 세 번째 내려온 것은 4년 전 일자리를 잃고 동거하던 희(姬)가 떠나서 견딜 수 없었을 때였다. 그에게 무진 행은 '서울에서의 실패로부터 도망해야 할 때거나 하여튼 무언가 새 출발이 필요할 때였다.' '무진'에는 무엇이 있던가. 그곳에는 현실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불투명하고 음울한 회색의 안개로 존재하는 지난날 '윤희중' 자신의 내면이 자리잡고 있다. 화투와 수음과 불면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도저히 헤쳐 버릴 수 없었던, 무엇인가에 구원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어둡고 우울한 흔적들이 '무진'에 고스란히 남아서 그를 기다렸던 것이다. '윤희중'은 '무진'에서 현실을 떠나 지난날 자신의 모습들과 조우(遭遇)한다. 국어 선생 박 군의 순수, 세무서장 조 군의 물질적 추구, 그리고 음악을 가르치는 하인숙의 도피에의 욕망은 모두 내면 깊숙한 곳에 침잠했던 윤희중의 옛 모습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속물이 돼버린, 속물이 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것 같지 않던' 젊은 날의 내면 속에 의식은 찾을 수 없고 무력한 껍질만 남은 자신의 또 다른 자아. '윤희중'은 내면과 현실 사이의 도달할 길 없는 거리의 괴리감으로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아 못 견딘 나약하기만 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연민을 느낀다. 그는「어떤 개인날」을 불렀던 목소리로「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음악 선생 '하인숙'에게서 '어렴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옛날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녀와 함께 현실에서의 도피를 꿈꾼다. 그러나 그는 '한정된 책임 속'에서만 살 수 있었다. '윤희중'의 삶은 이미 현실에 침식당해버렸기에 현실의 얼개는 그를 구속한다. 아내의 전보 한 장에 그의 내면 세계는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무진을 떠난다.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 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다. 꼭 한 번만.'... 세속적 욕망과의 타협에 대한 양심의 부끄러움, 거대한 벽(壁) 앞에서 꺽여버린 내면의 의식들이 겹쳐지며 형성된 '윤희중'의 불안한 심리는 도시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의 거울이다. 나도 이제는 내 안의 '무진'을 향해 떠나볼까 한다. 그 곳은 어떤 모습일까. 소설 속의 '무진'처럼 불투명하고 음울한 안개가 도사리고 있을까. 아니면 이글거리는 태양의 뜨거움이 땅 위로 흘러내리고 있을까. 하여간 분명한 것은 바로 그 곳에 지난날의 상처와 좌절로 쓰러져 있을 '또 다른 내'가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내가 버리고 돌아섰던 '또 다른 나'. 내 스스로 너무나 고통스러워 몸서리 칠 지라도, 한번쯤은 '나'를 찾아서 만나고 싶다. 그리고,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 '과거의 상처들은 모두 아물었는가? 아물어 작은 흉터로 남았는가? 아니면 아직도 피를 흘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가?
l*****0 2002.01.0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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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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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아무래도 더 많은 목록을 머릿속에 담아두게 되기 마련이다. 참고문헌에 광고, 입소문 그리고 여러 추천들. 그중에 몇몇 책들은 상당한 무게감을 가지고 밀린 숙제처럼 남기 마련이다. 아직도 조금밖에 못본 '자본'이나 '법철학' '해체' 등도 그렇고, '신엠버'나 '히치하이커 5권', '해리포터 5권' 등도 그렇다. 앞에 것은 좀 막대한 무게감이고, 뒤의 것은 여유를
"무진기행" 내용보기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아무래도 더 많은 목록을 머릿속에 담아두게 되기 마련이다. 참고문헌에 광고, 입소문 그리고 여러 추천들. 그중에 몇몇 책들은 상당한 무게감을 가지고 밀린 숙제처럼 남기 마련이다. 아직도 조금밖에 못본 '자본'이나 '법철학' '해체' 등도 그렇고, '신엠버'나 '히치하이커 5권', '해리포터 5권' 등도 그렇다. 앞에 것은 좀 막대한 무게감이고, 뒤의 것은 여유를 기다리는... 어쩌면 조급함이지. 이상하게도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그랬다. 오랬동안 부담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여간 그랬다. 어쩌면 '한국 단편 소설의 지평을 새로 개척한...'과 같은 수사나, '한국 단편 소설 미학의 최고봉...' 뭐 이런 수사에 대한, 약간은 현학적인 관심이 고정된 것이란 판단도 든다. 그 이전에 그의 단편 하나도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으면서 말이다. 최인훈의 '광장'에 대해서 10여년 넘게 가져왔던 부담과는 좀 달랐다. 적어도 난 광장에 가기 위해서, 역순으로 그의 작품들을 접해왔었으니깐. 김승옥 작품의 정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나로선은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겠다. 최인훈은 (어차피 주관적 판단이겠지만) 나름대로 공감이 가능했다. 나남출판사에서 펴낸 '김승옥 문학선'을 봤는데... 일단 그의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판단을 내리는데 큰 무리가 없으리란 안심을 하고... 하여간, 시대정서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애매하게 정체성이 흔들리는 인물들의 정서에 쉽게 동감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런 거리감이란건 소설의 내용보다도 '사소설류'의 독백체와 얼핏 유사한 문체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뭐... 어떤 평론가는 그래도 김승옥은 50년대의 독백에서는 좀 벗어난 것이라고 하더구만... 공감이 어려웠다고, 지루했다거나 싫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시대를 감안하고 느껴졌던 '세련'은 작가의 역량에 대한 신뢰를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이미 말했던 시대정서의 변환기의 인물들에 대해 조금은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야를 던져주었다고 본다. 그리고... 여러 작품중에 바로 그 '무진기행'... 최고라는 평가에 동의하고 말고 할 능력이 내게는 없지만, 분명 수작임은 확실한 듯하다. 현대 자본주의의 태동기(물론 남한에서)에 사람들이 겪어야 할 실존적/정서적 갈등이 정말 수려한 문체로, 공간배치로, 그리고 심리묘사와 대사로 표현되었다. 이런 식의 다소 추상적인 내용의 소설이 보편적으로 평가를 받는 다는 현실이 못마땅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게 동의할 수 있다. 큰 무게는 결코 아니었고, 어쩌면 보잘것 없는 현학의 비늘을 하나 더 얻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제 나도 '무진기행'을 경험해봤다. 후후후...
YES마니아 : 골드 e****s 2004.06.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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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도 출제되는 김승옥의 단편소설 모음집
"수능에도 출제되는 김승옥의 단편소설 모음집" 내용보기
김승옥이 워낙 대단한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만을 묶어놓은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특히 '무진기행'은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말과 함께 현대 한국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단편소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외 다른 작품들도 면면히 뛰어난 단편소설입니다. 「서울 1964년 겨울」「서울 달빛 0장」「무진기행」같은 소설은 대입 수능에서도 자주 출제되는 작품입니다.
"수능에도 출제되는 김승옥의 단편소설 모음집" 내용보기
김승옥이 워낙 대단한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만을 묶어놓은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특히 '무진기행'은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말과 함께 현대 한국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단편소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외 다른 작품들도 면면히 뛰어난 단편소설입니다. 「서울 1964년 겨울」「서울 달빛 0장」「무진기행」같은 소설은 대입 수능에서도 자주 출제되는 작품입니다. 단편소설이니만큼 큰 부담 안가지고 하나 하나 읽어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저는 이 책으로 김승옥 작가한테 싸인받아서 가지고 있는데 시간 날때마다 틈틈히 읽으면 남는게 많습니다. 오자가 몇 개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책 재질도 상당히 좋고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q***1 2002.12.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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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에서 김승옥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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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를 읽어보라던 어느 지인의 말을 실천하기까지 몇년이 흘렀다. 무진을 알기위해, 김승옥을 알기위해, 여러 책들을 골라보았지만 마침내 선택한건 나남출판의 . 겉표지는 조금 멋대가리가 없어 보이지만 김승옥의 장,중,단편과 콩트까지 잘 조화된 책의 편집과 양장본이란 보너스는 선택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게한다. 책 머리에 쓰여진 작가의 말처럼, 김승옥은 그의 책이 '문
"안개속에서 김승옥을 찾다" 내용보기
김승옥의 <염소는 힘이 세다>를 읽어보라던 어느 지인의 말을 실천하기까지 몇년이 흘렀다. 무진을 알기위해, 김승옥을 알기위해, 여러 책들을 골라보았지만 마침내 선택한건 나남출판의 <무진기행>. 겉표지는 조금 멋대가리가 없어 보이지만 김승옥의 장,중,단편과 콩트까지 잘 조화된 책의 편집과 양장본이란 보너스는 선택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게한다. 책 머리에 쓰여진 작가의 말처럼, 김승옥은 그의 책이 '문학사적 박제'가 아닌 피터팬과 같은 '생동하는 영원한 젊음'이길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은 그의 바램을 조용히 실현해내고 있다. 김승옥 하면 무진기행을 떠올리게하는 연상법은 이제 조용히 덮어두자. 무진기행이 아니더라도 김승옥은 충분히 김승옥일수 있으니까... 무진기행만으로 작가를 판단하기에는 어딘지 모자람이 있다. <환상수첩>, <염소는 힘이 세다>, <생명연습> 등등... 김승옥은 도처에 깔려있다. 마치 진드기처럼, 잡초처럼... 김승옥은 슬프다. 아프다. 그래서 잿빛이다. 마치 태양아래서도 그늘져 보이는 폐병환자같다. 그의 책을 읽는 날은 웬지 날씨마져 흐려지고 비가 올것만 같다. 우울증 환자들이 결단코 보아선 안될 책이기도 하다. 헌데 왜일까, 왜 김승옥은 친근한가, 친근하고 싶은가, 왜... 나이가 지긋해져서 이 책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 감흥이 지금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아직은 젊다는 것, 젊음 그 자체로 아프고 힘든 것, 그것을 작가와 공유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김승옥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나보다. 2000년에 들어 작가는 다시 펜을 들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들리는 소식이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보석은 숨어있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이제는 나와줄때도 되었을텐데... 아마도 아직 무진을 찾느라 바쁜가보다. 우리의 무진을... 안개속 무진을...
m******0 2004.12.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