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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에게 중요한 일상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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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은 별다른 자각과 의식없이 안주할 만큼 낯익은 것일까? 또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좋은 것일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그 동안 너무나 당연시해 왔던 많은 것들이 거부당하는 것을 보면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에게 평범해 보이는 삶이 일탈이나 커다란 삐걱거림 없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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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은 별다른 자각과 의식없이 안주할 만큼 낯익은 것일까? 또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좋은 것일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그 동안 너무나 당연시해 왔던 많은 것들이 거부당하는 것을 보면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에게 평범해 보이는 삶이 일탈이나 커다란 삐걱거림 없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은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분주히 맞물려 돌아간 결과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서양인의 눈에 비친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장 그르니에의 에세이집이다. 과연 그들에게 일상의 어떤 부문들이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는지를 이 책에 소개된 제목들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본인의 주관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장 그레니어는 12가지 소재를 통해 그들의 일상을 돌아보고 있다.  여행, 산책, 포도주, 담배, 비밀, 침묵, 독서, 수면, 고독, 향수, 정오, 자정이 바로 그것이다.

 

사색의 대상이 되는 주제들이 우리 동양인의 눈에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좀 낯선 부문들도 보인다. 포도주, 향수, 정오, 자정... 조금은 서양적 소재이거나 작가 자신의 사색의 결과물들이다. 당연히 그들의 일상과 우리의 일상에서 비슷한 측면과 다른 측면이 공존하리란 점은 이해가 된다. 또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인용하고 있는 철학이나 문학 사례들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아 쉽게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들도 존재한다.

 

소개된 내용 중 담배와 관련한 부문이 인상 깊다. 그는 사르트르의 사유를 인용해 흡연을 '파괴적인 소유행위'라고 규정한다. "내가 담배를 피움으로써 세계가 내 속으로 흡입되며 그럴 때 나는 세상을 단지 보고 듣고 만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소유하게 된다." 그는 결국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한 의미를 세상을 소유하기 위한 매개라고 규정 짓는다. 어찌 담배뿐이겠는가. 사진 찍는 행위도, 산책 하는 것도 결국 세상과 직접적으로 교류하고 나아가 조금이나마 소유하기 위한 일상적 행동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c******4 2020.03.18. 신고 공감 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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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슬 머금은 작은 풀꽃의 철학
"아침 이슬 머금은 작은 풀꽃의 철학 " 내용보기
우리가 매일같이 눈을 뜨며 마주하는 일상의 모든 것들은 너무나 단조롭고 지극히 '일상적'이다. 매일마다 아침 출근길에 보게 되는 지하철, 콩나물 시루처럼 빡빡하게 꼼짝달싹 못하게 서서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과 햇살 드리운 따땃한 시멘트 바닥에 누워 자도 자도 졸리다는 듯 새근새근 자고 있는 작고 귀여운 하얀 똥개녀석과 지각한다며 드넓은 4차선 도로 위를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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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같이 눈을 뜨며 마주하는 일상의 모든 것들은 너무나 단조롭고 지극히 '일상적'이다. 매일마다 아침 출근길에 보게 되는 지하철, 콩나물 시루처럼 빡빡하게 꼼짝달싹 못하게 서서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과 햇살 드리운 따땃한 시멘트 바닥에 누워 자도 자도 졸리다는 듯 새근새근 자고 있는 작고 귀여운 하얀 똥개녀석과 지각한다며 드넓은 4차선 도로 위를 빨간색은 보이지 않는다는 듯 무심코 질주하는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교복입은 녀석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그다지 신기하게 보이지 않는 그저 어젯밤 읽다 잠든 책을 꺼내 조용히 무릎위에 올리고 까만 눈동자 굴려가며 한줄 한줄 내려와 책장 넘기는 내 모습과, 그 밖의 그 모든 것들이 다 일상적인 삶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지. 
 
  매일 아침 신문지상에 어제는 어디서 누가 어떻게 죽었으며, 지난 밤 로또 추점엔 세명이 당첨되어 얼마씩 나눠가졌다는 이야기, 다음 주에 한국영화 최초로 대형블록버스터가 개봉된다는 이야기, 그 영화의 감독이 해외 무슨 영화제에서 개발바닥 상을 받았다는 이야기, 저 멀리 이름 모를 나라에서는 내전이 한참 진행중인지라 요 며칠 폭탄테러가 심심찮게 발생했고 수천명이 사망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또 반대편 거대한 제국에서는 한 코미디언이 영화제 시상식에 나와 멋드러진 양복 입고 개다리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 그것도 모두 우리에겐 지극히 일상적인 삶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인식되지 않은 채 벌어지는 수많은 내 주변의 이야기들과 신문과 티비의 주목을 받으며 뉴스거리가 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이야기들은 모두 각각 다른 차원에서 일상적이라 말할 수 있겠다. 옮긴이 김용기는 말한다. "우리가 이런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것들에 혹이라도 어떤 의미를, 아니 그 이전에 어떤 긴장 - 단순히 심미적인 것이든 혹은 더 나아가 존재론적인 것이든 - 이라도 부여하게 되는 일은 흔치 않을 것이다.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거니와 일상이란 워낙 긴장의 반대말이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러나. 가끔씩. 가끔씩. 이렇게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들이 신기해보일 때가 있고, 내가 평소에 쓰고 있는 유일하게 알고 있는 언어인 한국어의 어떤 단어는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왜 똥을 똥이라 했을까. 애초 똥을 물이라 했다면 어땠을까. 등등의 남들이 보면 아주 이상하고 괴상망칙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할 만한 그런 것들.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 일상적인 일들에 의심을 갖기도, 의문을 갖기도 하게 되는 때가 있다.

 

  장 그르니에. 그는 일상의 철학을 하는 철학자였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라는 그는 알제에서 철학교수를 했고, 수많은 철학서와 명상집 등등을 냈다고 한다. 여기 이 <일상적인 삶>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은 그의 평상시의 주변의 사물에 대한, 주변의 일들에 대한 사색을 담아 옮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눈을 감고 잠시 다른 곳으로 떠나있어야 될 것만 같은 그런 글이다. 여행, 산책, 포도주, 담배, 비밀, 침묵, 독서, 수면, 고독, 향수, 정오, 자정의 12가지 테마를 가지고 그는 수페이지에 걸쳐서 사색을 펼쳐놓고 있다. 아주 일반적이고 너무나 일상적인 저것들에서 무슨 생각할 거리들을 찾아볼 수 있겠는가 싶지만 해당 장을 넘겨 글을 읽는 순간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내 주변의 것들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김용석과 같은 철학자이다. 김용석은 철학자이지만 철학이론을 가르치는 강단의 철학이 아닌 일상의 철학을 하는 이 이다. 고독, 불안, 사랑, 분노, 낭만, 향수, 시기, 질투 등등의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 속의 자연스러운 감정들에 대해 사색할 기회를 준다. 장 그르니에는 그와 같은 철학을 한다. 내가 꿈꾸는 철학자. 철학적 지식을 가르치는 철학자가 아닌 아침 이슬 머금은 발 밑에 깔릴만큼 작은 풀꽃을 보고 멍 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사색할 수 있는 그런 철학자. 장 그르니에는 그런 철학자이다. 그의 일상의 철학의 단편들을 보고 있자면, 읽고 있자면, 모든 문장들에 줄을 긋고 싶다. 너무나 많은 문장에 밑줄을 긋고 간직하고 싶다. 푹 빠져들고 싶다.

 

 p.s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어떤 언어를 가지고 어떻게 구성해나가느냐,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나의 느낌을 전달하는  또다른 묘미가 있다. 장 그르니에는 자신이 느낀 것을 표현하는데에도 자기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글귀들은 마치 그가 프랑스인이지만 중국의 고대 사상가들의 이야기와 우리네 옛 선비들의 말씀과 그 표현법이 닿아있다. 여운이 있다고나 할까.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산책할 여가를 가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공백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일상사 가운데 어떤 빈틈을, 나로선 도저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우리의 순수한 사랑 같은 것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줄 그 빈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산책이란 우리가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발견하게 해주는 수단이 아닐까?
(산책 中)

 

 내가 담배를 피움으로써 세계가 내 속으로 흡입되며 그럴 때 나는 세상을 단지 보고 듣고 만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소유하게 된다. 나를 둘러싸고 있으나 결코 내 것이 아닌 이 견고한 세계를 담배를 태움으로써 내 것으로 전환시킨다. 왜냐하면 내가 그 견고한 세계를 연기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곧 그 사물을 통해 세상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담배 中)

 

 

 

d*****t 2006.08.31. 신고 공감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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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일상적인 삶으로 마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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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 전집의 마지막을 이 책으로 장식했다. 네권의 책을 몇년에 걸쳐 읽다니, 나의 게으름이 참 어지간하기도 하지만 그르니에의 어려움 또한 간과할 순 없다. 어쨋든 모아놓고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멋스럽기까지하다는, 홋홋... 그르니에의 열두가지 신변잡기 중 유난히 마음에 닿았던 것은 담배, 침묵, 독서, 고독, 그리고 산책이었다. 그의 책들 중 이번만큼 인용구가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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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 전집의 마지막을 이 책으로 장식했다. 네권의 책을 몇년에 걸쳐 읽다니, 나의 게으름이 참 어지간하기도 하지만 그르니에의 어려움 또한 간과할 순 없다. 어쨋든 모아놓고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멋스럽기까지하다는, 홋홋... 그르니에의 열두가지 신변잡기 중 유난히 마음에 닿았던 것은 담배, 침묵, 독서, 고독, 그리고 산책이었다. 그의 책들 중 이번만큼 인용구가 많았던 책도 드물었는데 대작가들의 명언이나 국내엔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 작가들에 관한 것들이 상당부분 포함되어있어 지식의 폭이 좁은 나로선 책을 읽어내는데 있어 힘든 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러한 인용이 어렵기는 했지만 짐스럽다거나 가식적이고 비위에 뒤틀리는 일로 여겨지진 않았다. 그에겐 소위말하는 삼류 작가의 작위적인 지적 역량의 과시가 없기 때문이다. 그에겐 자연스레 뭍어나는 체취같은 것, 마치 엄마에게서 풍겨지는 엄마냄새같은 안식과 평화가 있을 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참 좋은 속담이다. 서슴없이 일독, 재독, 삼독을 권하는 바이다.

[인상깊은구절]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산책할 여가를 가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공백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일상사 가운데 어떤 빈틈을, 나로선 도저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우리의 순수한 사랑 같은 것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줄 그 빈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산책이란 우리가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발견하게 해주는 수단이 아닐까?
m******0 2005.03.29. 신고 공감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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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삶을 위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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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삶은 그르니에가 쓴 몇가지 외에도 수백가지가 더 있다. 그 수백가지들은 사색되기는 커녕 고려되어 본 적도 없이 행해지거나 이용된 후 버려지고 잊혀진다. 그르니에는 그 버려지는 것중 몇가지를 건져올려 강에서 방금 잡힌 물고기처럼 퍼덕거리게 한다. 순간이지만 눈부시게. 개인적으로는 '담배'와 '침묵'을 아주 좋아하는데 공감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적인 거리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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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삶은 그르니에가 쓴 몇가지 외에도 수백가지가 더 있다. 그 수백가지들은 사색되기는 커녕 고려되어 본 적도 없이 행해지거나 이용된 후 버려지고 잊혀진다. 그르니에는 그 버려지는 것중 몇가지를 건져올려 강에서 방금 잡힌 물고기처럼 퍼덕거리게 한다. 순간이지만 눈부시게. 개인적으로는 '담배'와 '침묵'을 아주 좋아하는데 공감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적인 거리도 시대적인 거리도 엄청나거니와 나이차이도 무지막지한 '옹'과 마음이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지. 그가 쓰는 이야기들은 담배를 한순간 특별한 역사적 산물로 보이게도 하고 내 속박의 산물로 보이게도 한다. 또 침묵은 무지와 덧없음에서 탈출시켜 깊은 이해와 포용일수도 있다는 것을, 또 때로는 적극적인 공격의 표현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렇게 그르니에는 일상적이어서 초라하고 평범한 많은 것을 더없이 훌륭한 사색의 소재로, 속내깊은 친구로 만들어준다.

[인상깊은구절]
담배를 피우는 것은 하나의 욕구이다. 모든 욕구가 갖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담배도 드러낸다. 즉 쾌락을 낳으면서 동시에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다. 이 고통은, 순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변해가는 쾌락을 능가하기에 이르며, 생활 속에서 얻게 되는 다른 많은 것들처럼 흡연 역시 하나의 속박이 되어버린다.
j****3 2002.10.17. 신고 공감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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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확장 & 주체적으로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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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장 그르니에의 <일상적인 삶>(민음사)를 읽었다. 야근을 하고 밤 늦게 집에 들어가 감상을 간단히 정리하려 했으나 그만 잠이 들고 말아 오늘 다시 쓴다.   대부분의 하루는 똑같은 일의 연속이자 매일의 반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일에 싫증을 느끼곤 한다. 장 그르니에는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행위들을 선별하여 개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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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여 장 그르니에의 <일상적인 삶>(민음사)를 읽었다. 야근을 하고 밤 늦게 집에 들어가 감상을 간단히 정리하려 했으나 그만 잠이 들고 말아 오늘 다시 쓴다.

 

대부분의 하루는 똑같은 일의 연속이자 매일의 반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일에 싫증을 느끼곤 한다. 장 그르니에는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행위들을 선별하여 개념을 정리하고 있다. 보편적인 흐름과 주관적인 느낌을 명확히 구분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 개념의 보편적인 정의는 시간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공간은 중국으로까지 확대된다.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사유의 폭은 일반적인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책을 읽는 이의 한 가지 어려움은 장 그르니에의 비유에서 비롯된다. 익숙치 않은 역사와 문화의 개념을 통찰하지 않는 한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일상적인 삶>을 읽으며 느끼게 되는 바는 '사유의 확장'이다. 일상에 갇혀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을 뛰어넘지 못하고마는 현대인들에게 장 그르니에의 사유방식은 하나의 자극이 된다. 넓고 깊은 통찰력과 틀에 얽매이지 않은 사유는 확대 재생산된다. '사유의 주체성' 또한 장 그르니에에게서 배울만하다. 그는 개념을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하며 자유로운 관점에 서 있기를 기대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길 즐기는 방식을 단호히 거부한다. 인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훌륭히 조화시켜내지 않는 이상 자신의 생각은 배제한 채 인용만을 즐기는 것은 주체적이지 못한 행동이다. 여행을 하든, 산책을 하든, 독서를 하든, 고독을 즐기든 사유와 행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

 

읽기에는 약간 버거운 면도 있지만, 위에서 말한 독특한 사유방식은 새겨둘만하다. 이것이 장 그르니에를 읽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 좋은 글귀

 

"진정한 여행자는 떠나기 위해 떠나는 자이다." (34쪽)

 

"산책하거라, 하되 완전하게 하거라, 참된 산책자는 걸어가되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며 바라보되 자기가 무얼 보는지 모르느니라..." (50쪽, 열자의 스승)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산책할 여가를 가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공백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일상사 가운데 어떤 빈틈을, 나로선 도저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우리의 순수한 사랑 같은 것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줄 그 빈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53쪽)

 

"고독이 마침내 다다르는 곳은 어디인가? 자신의 파멸인가 아니면 재창조인가?" (183쪽)

 

by 꽃다지, 2010.06.25

l*******g 2010.06.25.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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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임의 교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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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니에는 인간의 제일원리를 "혼자임"에서 찾는다. 누구나 혼자다. 인간으로서 나는 혼자 태어나서 혼자 살다가 혼자 죽고 혼자 땅에 묻혀서 혼자 썩는다. 아무도 나를 대신해서 나로서 태어나고 나로서 살다가 나로서 죽고 나로서 묻혀 썩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원초적인 "혼자임"을 망각하고 산다. 사람들은 사슬에 너무나 길들여진 나머지 사슬을 자신의 존재로 오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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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니에는 인간의 제일원리를 "혼자임"에서 찾는다. 누구나 혼자다. 인간으로서 나는 혼자 태어나서 혼자 살다가 혼자 죽고 혼자 땅에 묻혀서 혼자 썩는다. 아무도 나를 대신해서 나로서 태어나고 나로서 살다가 나로서 죽고 나로서 묻혀 썩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원초적인 "혼자임"을 망각하고 산다. 사람들은 사슬에 너무나 길들여진 나머지 사슬을 자신의 존재로 오인한다. 그르니에는 고립과 고독을 구분한다. '고립'은 사슬로 꽁꽁 묶인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반면에 "고독"은 자신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혼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고독은 사슬이전부터 상정된 인간존재의 보편적 상태인 것이다. 이런 "혼자임"의 고독은 그의 산문들 전편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다. 고독은 포도주의 승화sublimation와 향수의 신성성, 밤의 삶을 일깨우는 수면, 정오의 충만, 법열과 구원의 자정으로 이어진다. 그에 모든 일상은 순전한 고독에의 내맡김을 통해 공허한 사슬로 상처받는 인간에서 벗어나는 길을 넌지시 속삭인다. 갑자기 20세기의 걸출한 기독교 호교론자인 C S 루이스의 말이 떠오른다. "필요한 것은 '호감가는 사람'이 아니라 '새 사람'이다."

[인상깊은구절]
염주는 그저 손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고 또 정신을 쉽게 세계에 동화시킴으로써 그 둘 사이의 매개 역할을 하는 거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내 발걸음이 나를 어디로 이끌건 그 고정되어 있으면서도 동싱 움직이는, 말하자면 하나의 중심점을 나는 늘 지니고 다니는 셈이다. 근원에 있어서는 유일한, 그러나 자신의 법칙 아래 거느리는 사물들의 수에 있어서는 무한한 그 사랑, 그 독립변수, 그 중심점을 기원으로 하여 삼라만상이 배열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