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왕자>는 나에게 제2의 경전이라고 할만큼 소중한 책이다. 동굴처럼 컴컴하고 아득하기만 했던 20대시절, 어린 왕자는 나에게 한줄기 빛이었고, 사막의 우울과 같은 존재였다. <어린 왕자>의 작가가 프랑스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전공을 불문과로 바꿀만큼 난 어린왕자의 팬이 된 것이다. 그런데 신문에서 어린 왕자의 비밀을 밝힌다는 이 책의 기사를 읽고는 좀 오만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린 왕자는 그 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경전이 될만큼 완벽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거기에 주석을 달고 풀이를 한다는 것은 어린 왕자를 사랑하는 많는 독자들을 우롱하고 모욕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반박하기 위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쌩떽쥐베리의 작가론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물론 어린 왕자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쌩떽쥐베리 최후의 작품인 <어린 왕자>가 쓰여지기까지 그의 생애와 그 밖의 작품들을 다룬다. 최초의 작품인 <남방 우편기>에서 <야간 비행>으로 앙드레 지드의 적극 추천을 받아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그의 문학적 삶과 비행기 조종사로서의 삶을 함께 조명한다. <어린 왕자>는 수수께끼이다. 어느새 <어린 왕자>를 만난 지 20년이 되었고 이 책을 읽은 지도 스무번이 넘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받는 것은 수많은 수수께끼들이 하나씩 풀리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 세월 천천히 책을 읽으며 그 수수께끼의 비밀을 풀고 싶은 사람은 안 읽어도 된다. 그러나 하루빨리 그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사람은 읽어보라고 권한다. 쎙떽쥐베리에게 있어서 어린 왕자는 누구이며 장미는 누구인지, 마지막 부분에 어린 왕자가 쓰러지면서 왜 그 유해가 없는지, 그리고 어떤 날은 해지는 것을 마흔 세번이나 보았다고 하는데 마흔 세번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박하기 위해 읽기 시작한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어느새 난 이 책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러나 환상으로서 남아 있어야 할 어린 왕자가 구석구석 해부된 것 같아 어린 왕자를 지독히 사랑하는 나로선 조금 언짢았다. 그것은 마치 성스러운 예수님을 세속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 놓은 기분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어린 왕자와 쎙떽쥐베리에 대해 깊이 연구를 한 것 같아 기쁘다. 법정 스님처럼 국적을 떠나 또 하나의 친구를 만난 것 같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