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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한반도를 떠나 현재 중국의 동북 3성에 정착한 이들과 그 후손이 조선족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 시작부터가 ‘아웃사이더’였다. 청 대에는 청나라 사람이 아니었고, 만주국에 수립된 이후에는 일본인도 아니고 중국인도 아니었다. 그리고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 이후에 ‘조선족’이라는 소수민족으로 규정되었다.
본래 한반도에 살고 있었던 이들은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한반도와의 교류가 단절되었고, 중화인민공화국이 정한 ‘소수민족’의 틀 안에서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이들은 한국에 뿌리를 둔 이들이라 가정에서 한국어를 배웠으며 중국에서 살아가기에 중국어를 할 줄 안다. 더불어 만주국의 잔재 혹은 유산의 영향으로 동북 3성에서는 일본어를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배우듯 제1외국어로 배우기 때문에 일본어에도 능통한 이들이다. 이러한 언어적 장점을 가진 조선족은 냉전의 붕괴와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자아실현을 위해 혹은 일자리를 찾아, 소수민족의 차별을 피해서 등 자발적인 선택이나 구조적 폭력에 인한 강제에 의해 중국의 동남해안으로, 한국으로, 일본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국가 간의 경계가 명확하고 단일민족 의식이 강한 이 동북아시아에서 마치 유럽연합에서처럼 국경을 넘나들며 여러 나라에서 살아가는 현대판 유목민이 탄생한 것이다. 저자는 이를 ‘과경(border-crossing)’이라고 표현하였다. 지리적으로는 반도이지만 분단으로 인해 이미 섬나라가 되어버린 우리에게는 낯설기도 하지만 일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개념이다.
그러나 조선족 내부에도 경제력, 학력 등에 의해 나눌 수 있는 다양한 계층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이동한 각 지역에서 겪는 공통적인 경험이 있다. 조선족은 중국에서 ‘한족’이 아니었고 한국에서는 ‘한국사람’이 아니었으며 일본에서는 당연히 일본인도 아니고 ‘재일교포’도 아니고 ‘화교’도 아니었다. 그들의 시작이 그러하였듯, 여전히, 어디에서나 ‘타자’였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생존 방식으로 그들은 동북 3성에서는 자각하지 못했던 ‘민족의식’을 각성하여 자신들만의 상호부조 성격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하며 반면에 조선족이었던 자신의 과거와 결별하고 새롭게 정착한 곳에 완전히 융화되려고도 한다. 또한 한곳에 정착하기 보다는 동북아시아 전체를 무대로 이동을 거듭하는 삶을 살기도 하며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중국, 한국, 일본 각각에서 살아가는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이동하는 조선족’이 ‘소수민족의 자기통치’로 동북아시아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재일교포 3세가 자신의 할아버지와 똑같은 본적을 가지고 있는 조선족을 만난 것을 계기로, ‘조선족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갖고 시작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한 연구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함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건사고 뉴스에서 접하는 정보나 영화, 드라마 같은 미디어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만으로 조선족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조선족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조선족과의 ‘평화’와 공존을 꿈꾸는 저자의 바람이 (일본 사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서구에서 일어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에는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면서, 자국 내의 외국인(특히 중국인과 조선족)에 대해 ‘박멸’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 극단적인 인종차별이 횡행하고 나아가 일부 정치인들이 그러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것은 무척이나 요원해 보인다. 현재 절판된 이 책의 2쇄, 3쇄를 이뤄지기를, 이 책이 조선족과의 평화와 공존이 가능한 포용적인 사회형성에 좀 더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