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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은 어린 왕자의 판본을 4개 언어로 소장하고 있다던가, 그런 이야기를 어느 글에선가 적은 적이 있다. 그중 이탈리아어 판본에 도전하기로 하고, 아예 문장을 외는 식으로 접근을 했다가 두 손 들고 말았다던가, 하던 내용이 기억난다. 그의 그런 고백을 읽으면서, 나도 최소한 불어 판본으로는 어린 왕자를 소장해야겠다, 고 생각을 했었더랬다.
어쨌든 내가 갖고 있는 어린 왕자 판본은 두 가지. 하나는 이 영한대역문고 판이고 다른 하나는 학원사 판 세계문학전집 중 하나에 있는 것. 도대체 읽지 않을 수가 없는 책, 중 하나일 <어린 왕자>에 대한 가장 강렬한 기억은 그러나 어린 시절의 것이다. 계몽사 판, 그러니까 아마도 조금은 축약된 것이었을 <어린 왕자>를 읽으며 상당히 어려워(?) 했던 기억. 어렸을 때, 이 책은 "와 재밌다" 이런 건 아니었다. "이게 뭐지?" 이런 것이었다. 어쨌거나 <어린 왕자>는 어른을 위한 동화, 그런 것일테니까. 뭐라 요약을 한다든가, 해설을 할 필요가 없이, 그저 갖고 수시로 읽을 책, 이런 분류에 끼일 책이겠다, <어린 왕자>는. [인상깊은구절] 그래서 나는 또다시 그렸다. 그러나 그것도 앞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소년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것은 너무 늙었어요. 나는 오래 살 수 있는 양을 원해요." 이렇게 되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비행기 엔진 분해를 서두르고 있었으므로, 아무렇게나 대강 그렸다. 그리고는 다음 그림을 가지고 설명해 주었다. "이것은 양이 있을 상자일 뿐이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상자 안에 들어 있어." 나는 이 어린 감정가의 얼굴에 감도는 명랑한 기색을 보고 매우 놀랐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던 거에요! 이 양은 풀을 많이 먹어야 하나요?" (p.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