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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처럼 눕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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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그러니 이 작품에서 70년대 영화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 소설만 읽다가 이런 작품을 읽으면 뭐랄까, 색다른 맛이 분명히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저의 경우는 그러나 그렇지 않았네요. 어쨌거나 꾸준히 박범신 선생님의 작품을 읽어나가는 중인 사람으로서는 말이죠. 좀 질렸다는 표현이 옳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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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그러니 이 작품에서 70년대 영화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 소설만 읽다가 이런 작품을 읽으면 뭐랄까, 색다른 맛이 분명히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저의 경우는 그러나 그렇지 않았네요. 어쨌거나 꾸준히 박범신 선생님의 작품을 읽어나가는 중인 사람으로서는 말이죠. 좀 질렸다는 표현이 옳겠습니다.

      질렸다는 느낌이 소재 때문인가 생각해보면 꼭 그것 때문만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오래된 소설의 같은 소재라고 해서 꼭 그 시절의 냄새가 풍기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하여 곰곰히 생각해보건데 이 작품 2권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이 시절에 낸 박범신 선생님의 작품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에 걸쳐 발표한 작품의 성격이 스토리만 조금씩 다를 뿐, 모두 비슷한 분위기에 비슷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어서 그 시절을 작품을 줄곧 읽다보니 이제쯤 지겨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마도 1권을 읽으면서도 딱, 이 작품까지만 읽고 당분간은 쉬어야 겠다, 하고 생각했던 이유도 그래서이지 않을까 싶네요.

      제목만 바뀌고 있을 뿐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는 느낌? 하루키 센세의 작품을 전작하면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이런 식상함은, 다시 생각해보아도 확실히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라는 느낌이 가장 중요한 요인 같습니다. 

 

      특히 이 작품의 경우는 두 권 분량의 이야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굳이 두 권으로 쓸 이유가 없었을만큼 이야기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사념의 페이지가 너무 많았고 그러다보니 2권은 거의 지루함의 극치였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 이 시기에 선생님이 발표한 여느 소설과 별 다를 바 없는 식상한 분위기마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독서는 점점,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분위기로 빠져들었습니다. 짜증이 좀 나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어떤 소설에서는 최강 장점으로 돋보일 수 있었던 선생님의 감성이 이 작품에서는 밑도 끝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감상적이기만 한, 최대의 단점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치밀하고 잘 짜여진 구성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며 중간 중간 감성의 느낌들을 서술하였다면 최근작들처럼 멋진 분위기가 형성되었겠지만 이 작품은 스토리 전개마저도 엉성했거든요. 그 엉성한 스토리의 헐렁한 빈틈을 대강 감성적 사념으로 메우고 넘어가버리는 형태의 반복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저는 느껴졌습니다.

 

      문장 또한 본래 기본 이하로 떨어질 일은 없는 분이시라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없었지만, 선생님의 경우는 그게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냥 문장만 읽는 맛으로도 어떤 때는 좋을 수 있었던 탁월한 문장들이 여기서는 그냥 평이했다는 자체가 문제인 것이지요. 보통 작가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여러 면에서 완성도가 낮은 작품이었습니다.

     발표년도를 따져 살펴보자면 선생님의 초창기 장편이므로 아직 실력이 완전해지지 않았을 때라 그렇다고 추측해 볼 뿐, 다른 이유는 모르겠네요. 반면 같은 시기에 발표했던 <죽음보다 깊은 잠>을 재미있게 읽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런 70년대 분위기가 조금 새로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도 생각되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아주 가끔 접할 때 좋은 것일 뿐, 모든 게 그런 식이면 식상할 수 밖에 없겠죠. 그러니 이 작품은 어쩌면 그런 순서상의 피해를 약간 입은 것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이런 식의 분위기는 더 이상 안 먹히는 때에 걸렸달까.

 

      이런 식의 분위기란 7~80년대식의 쓸쓸함입니다. 선생님의 작품이 풍기는 분위기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그 쓸쓸함이 되겠네요. 그리고 자본주의의 메마른 인간성을 상징하는 도시로부터의 상실감. 비슷한 시기의 작가로 비슷한 상실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하루키 센세와 비교를 좀 해보자면 다소 촌스러움과 세련됨의 차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못 살았던 우리 시대의 아픔을 촌스럽다고 얘기하는 건 좀 그렇지 않느냐고 해도 별 수 없습니다. 제가 언제나 주장하듯 이것은 소재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문제인 거니까요. 신파조의 스토리와 필요 이상의 감성 과잉이 상실감과 쓸쓸함 또한 신파조의 기분으로 만들어버렸다고 저는 생각되네요.  

     그래서 아아, 왜 그 시기의 선생님 작품을 두고 대중 소설이라고 문단 냥반들이 폄하했었던 것인지에 대한 이유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스토리 자체가 좀 말하자면 주말 연속극 같은 느낌이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죽음보다 깊은 잠>에서부터 <숲은 잠들지 않는다>에 이르기까지의 너댓 작품이 모두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든요. 시대의 현상을 대중적인 소재로 반영하고자 노력했던 선생님의 의도가 (만약 그런 의도가 있으셨다면) 그것이 함정이 되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낡고 신파적인 느낌의 함정. 

      어쨌거나 당분간 좀 쉬었다가 그런 분위기가 그리워질 만한 때에 다시 들든가 할 생각이에요.



b******k 2011.02.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