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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를 통해 역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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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소설 제목 같은 멋진 제목이었는데, 부제는 '조선-일제 강점기 금서의 사회사상사'로 딱딱해지고, 책을 봤더니 두께는 560쪽에 달해서 무식하게 두껍고, 표지도 요즘 나온 책 답지 않게 전혀 안 이쁘고 투박하다. 대략 넘겨보면 간간히 보이는 한자에 주까지 꽤 많이 달려있어서 선뜻 펼쳐보기가 겁난다. 하지만 금서를 통해 당대 사회를 읽겠다니, 매력적인 발상이 아닌가
"금서를 통해 역사를 보다" 내용보기
<책의 운명="">! 무슨 소설 제목 같은 멋진 제목이었는데, 부제는 '조선-일제 강점기 금서의 사회사상사'로 딱딱해지고, 책을 봤더니 두께는 560쪽에 달해서 무식하게 두껍고, 표지도 요즘 나온 책 답지 않게 전혀 안 이쁘고 투박하다. 대략 넘겨보면 간간히 보이는 한자에 주까지 꽤 많이 달려있어서 선뜻 펼쳐보기가 겁난다. 하지만 금서를 통해 당대 사회를 읽겠다니, 매력적인 발상이 아닌가. 약간의 두려움만 떨치고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의외로 책은 쉽게 잘 읽힌다. 그만큼 재미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리라. '금서를 통해 본 사회 사상사'라는 부제에 어색하지 않게, 이 책은 금서 정책을 둘러싼 각 정치 집단의 사상 투쟁 과정을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조선 전기 훈구파와 사림파의 투쟁이 정치적, 사상적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그것이 어떻게 금서 정책으로 표출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금지되었을 것 같은 불교나 도교 서적이 어떤 조건에서는 출판되고 어떤 조건에서는 금지되었는가를 당대 정치 세력의 판도에서 찾아보거나, 유교의 기본 경전이랄 수 있는 <소학>이 '사림파의 실천 교범'이 된다는 이유에서 훈구파 집권기에 금서가 되었던 사실을 설명한 부분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조선 후기에는 각 붕당의 이해 관계에 따라 금서 정책이 결정되는 경향성을 지적하고 있다. 양명학이나 서학의 수용이 왜, 어떤 식으로 금지되고 탄압받았는지에 대해서나, 예학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보복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하게 발생한 분서, 금서 사건들을 요령껏 잘 정리해 놓아서 조선 후기 정치사를 다시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다. 정조의 문체반정 같은 복고 정책이 어떤 정치적 맥락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짐작해보는 것이나, 양명학의 계보를 잇는 강화학파의 맥을 더듬는 일도 흥미로왔다. 특히나 <정감록>으로 대표되는 민중 비결서에 대한 거의 신경질적인 반응은 당시 정세를 읽는 중요한 척도가 될 법 하다. 일제 시기 부분은 생각보다 간략하고 별로 새롭지도 않다. 짐작대로 민족적이거나 특히 사회주의 관련 서적들이 집중적으로 금서 처분을 받았고 그런 가운데서도 비밀출판 운동이 꾸준히 있어왔음을 책제목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각 시대 상황을 꼼꼼히 짚으면서 금서를 통해 그것을 다시 확인해나가는 과정을 밟다보니 약간 도식적인 느낌이 들었다는 점도 고백해야겠다. 예를 들어 사림파와 훈구파의 대립 구도에 맞춰 금서 정책의 변화를 설명한 부분에서 그런 무리한 모습이 약간 보인다.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좀더 세련되게 기획하고 다시 편집해서 책을 만들 순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다. 대중서로 보기엔 너무 무겁고, 두껍고, 투박하고, 그렇다고 학술 논문집으로 내기엔 너무 아깝다. 아예 조선 부분만 압축해서 250쪽 정도 분량의 좀더 쉽고 쌈박한 책으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도 좀 이쁘게... (그렇다고 지금 책이 읽을만 하지 않다는 건 결코 아니다. 분명 재미있고 읽을 만 하다.) 현대 부분을 다룬 속편이 나온다면, 좀더 '세련된' 책으로 나오길 기대해본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m 2001.10.0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