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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리뷰 제목에 낚이지 말 것. 영화 대사임 에로틱 스릴러라기보다는 차라리 난 호러로 규정하고 싶다(정말?). 왜 '에로틱'이 아니냐면, 이 영화에서 '에로틱을 담당'하고 있는 멤바를 굳이 꼽으라면, 드류 배리모어가 扮한 아이비일 것인데, 전혀 안 에로틱한 외모, 그리고 가공할 수준의 발연기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즈음이 여자로서 전성기라 늘씬하게 뻗었다고 (봐 주는 것도 인심 쓰면 가능하다고) 할 신체(의 극히) 일부를 자랑하고는 있으나(어디까지나 극중 캐릭터들만의 합의 하에서), 지네들끼리 돈 먹고 뭐라고 떠들건 내 아무리 봐도 거기에는 동의할 수 없다. 더군다나 저 정도 체중이 나가면 특히 바스트 쪽이 제법 기대가 될 만한데도, 부피에 비해 모양은 영 살지 않는다 . 바스트의 불륨은 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복선 구실을 하는데, 정작 배우의 실물이 그 모냥이니 설득력이 떨어질 밖에. 그렇다고 이게 '스릴러'냐 하면, 아슬아슬한 설정과 장면이 좀 있긴 해도 스릴러의 여러 요건을 만족시키기에는 또 좀 부족하다.
그네를 타는 아이비의 허벅지에 붙은 문양은 그저 스티커라고 캐릭터 본인이 말한다. 그런데 영화 자체는 참 좋다. 두 가지 점에서 그리 말해주고 싶다. 1) 타이틀 롤이자 팜므 파탈의 끝판 대장 役(딸, 엄마, 아빠 등 한 집안 식구 모두를 성적 매력으로 홀리는 役!)으로서 드류 배리모어의 역할은 미미했으나, 나는 반대로 실비 役의 새라 길버트의 연기가 대단히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고 생각. 자긍심이 낮고(캐릭터 자신의 평가다), 그러나 인정받고자 하는 동기는 무척 강하다. 그리 우수한 학생이 아니어 보이는데도 굳이 어려운 공부를 선택하고, 그리 착한 마음도 없으면서 노동강도가 쎈 자원 봉사를 애써 맡으려 하는 게 그 증거다. 외모는 지독하게 매력이 없지만 성적 욕구는 무지 강한 편이며, 그러나 이를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인정하는 건 단호히 거부한다. 이런 왜곡된 심리가 드러난 게, 짧은 스커트를 입고 그네를 타는 아이비를 속으로 맹렬히(indecent하다면서) 비난하는 모습이다. 치밀어오르는 욕구를 스스로에게 부인하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단죄로 언어적 표현이 이뤄지는 것.
미쳐서 저러는 게 아니고 이 그네가 본래 저렇게 타는 그네다. 이 점은 대단히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그 全 내러티브를, 아무 죄 없는 아이비를 모함하는 실비의 환각으로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다는 정도. 말 못 알아먹고 시비 걸지 마라). 그네를 타고 있는 아이비를, 무턱대고 비난하는 영화의 첫 씬은 그래서 대단히 의미심장한데, 이 영화 중반 쯤에 가면 실비가 혼자 숲 속에 가서 애꿎은 그네에게 화풀이를 하다, 우리가 좀 써야겠다며 그네를 나꿔 챈 후 그녀를 공기 취급하는 (실비 입장에서)재수 없는 커플이 나온다. 이 커플 중 여자를 보면, 아이비보다 훨씬 짧은 팬츠 차림으로 남친과 그네를 탄다. 현대 미국 사회에서 다리를 드러내고 그네 좀 타기로서니 그게 indecent하다고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는 걸, 이 씬은 보는 이들에게 뚜렷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내러티브가 순수 객관이 아니며, 성격이 정상이 아닌 실비에 의해 왜곡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의도로 읽힐 수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새라 길버트는 사실 얼굴만으로 먹고 들어가는 배우다. 어떻게 저런 뚱하면서도 좌절감 가득한 표정과 얼굴선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지. 매력 지지리도 없고 그런 까닭에 성적 모색의 경로가 좌절로 점철된 레즈비언일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라면 이 배우 외에 누가 있을까 싶다(굳이 더 꼽자면 틸다 스윈튼, 근데 이 아짐은 연기를 워낙 잘해서 그런 役도 커버 가능한 거고). 이 영화에서 감독의 유머로 볼 수 있는 씬이 있는데, 타투쟁이가 아이비(배리모어 분)에게 너 몇 살이냐고 물어서 스물 둘이라고 답을 들은 뒤, 저기 니 친구(실비, 즉 새라 길버트)는 몇 살이냐고 다시 묻고는 혹시 서른 아니냐고 낄낄거리는 장면이다. 실제로 배우로서 둘은 이 당시 17세 동갑내기였다는 걸 알면 요즘 처음 보는 이들은 전율하지 싶다. 드류 배리모어는 워낙 노는 년 스타일이 몸에 쩔어서 도저히 그 나이로 안 보이고, 새라 길버트는 진짜 서른 살 먹은 찌든 (추녀도 아닌)추남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흐릿한 시야는 내가 캡처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육욕으로 일그러진 대릴 쿠퍼(쿠.. 쿠퍼?) 씨의 흔들리는 마음을 반영한다. 최근 나는 이런 기법을 다른 영화에서 잘 보지 못했다. 한 마디만 더 하자면, 이 아이비 役의 배리모어 뿐 아니라 저 대릴 쿠퍼 씨 役도 미스캐스팅이다. 2) 알고 보면 모두 실비의 환각이다 뭐다 꼭 그리 비틀어 해석하지 않더라도(다른 누가 그리 생각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그리 보기도 했다는 뜻), 이 영화는 등장 인물들, 그 중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의 심리를 아주 섬세하게 묘사한 감독 캣 쉬의 역량이 단연 돋보인다. 아까 그 그네 씬을 다시 보자면, 실비는 지금 어머니를 (물리적으로) 잃고, 性的 대상으로 갈망하던 아이비를 (자기 양부에게) 잃고, 이제 키우던 개까지 잃은 형편이다. 이때 그녀는, 관음적 스토킹 혹은 짝사랑으로나마 행복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다시 만나러 그네가 있는 숲으로 가고, 그네에 타 보려다, 페티시를 잃은 현실에 대한 분노가 그네로 옮겨져, 거칠게 그네를 떠밀고 있다. 하필 이때, 정상적(헤테로)인 사랑을 하는 커플이 찾아와(이 숲은 평소 그리 많은 이들이 오는 곳도 아니다), 그 소극적이고 무력한 분풀이마저도 가장 짜증나는 방식으로 방해를 하는 것이다. 혹 떼려다 혹을 하나 붙인 꼴이라고나 할까. 실비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계급의식이다. 그녀는 사실 상류층의 피를 이어받은 것도 아니고, 어머니를 잘 둔 덕에 부호의 딸이라는 신분을 주웠을 뿐이다. 어머니를 잘 뒀다고 보기도 어려운 게, 이 어머니는 巨富 대릴 쿠퍼를 만나기 전 어느 흑인과의 혼외 관계를 통해 실비를 가졌기 때문이다. 인터레이셜이 아직도 미국 사회에서 제법 큰 금기로 통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실은 실비의 내면에 큰 장애요소로 남아 있다고 봐야 하며, 실제로 그녀의 각종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이를 증명한다. 죽은 어머니의 차를 아이비가 모는 걸 보고 쫓은 뒤, 평소에 잘 하지도 않을 것 같은 세차를 걸레 들고 세제 풀어 빡빡 미는 모습에는, 죽은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애모보다, 웬 로우라이프(밑바닥 인생)에게 우리 가족의 한자리를 내어 줄 수 없다는 완고한 집념과 아집의 표현이 들어 있다. 문제는, 이런 겉치레의 의식이 성욕을 이길 수 없어, 곧바로 찾아 온 아이비에게 또다시 굴복하고 만다는 점이다. 성별이 도치되고 리비도에 휩쓸린다는 점만 제외하면, 제때 행동을 못 해서 고귀한 신분을 잃고 죽은 parent의 복수도 그르치고 마는 햄릿의 변형으로도 볼 수 있다. 아무튼 갖가지 장면에서 여성의 심리를 예리하게, 다층적으로 표현하는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며, 이와 더불어 다시, 다시 지적하고 싶은 건 드류 배리모어의 발연기다. 그녀는 役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며, 이 점은 과연 아이비가 철저한 계산 하에 움직이는, 브레인도 갖춘 팜므파탈인지, 그렇지 않고 그저 음녀의 충동에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 광인인지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하긴 배리모어의 발연기가 아니라 해도, 실비가 마지막 씬에서 토로하길 '그녀는 나보다 더 외로웠었을 것이다.'라는 걸 보면, 어차피 진실은 알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배리모어의 발연기는 사실 이도저도 아닌, 아이비의 정체는 단지 재수가 좋았던 멍청한 노는 골빈 년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완전 미학적으로 깨는 제3의 가능성까지 제시하는 셈인데.... 이건 사실 배리모어라는 재능 없는 배우의 본모습이기도 하다(응?). 마지막 씬에서 두 남녀가 후배위로 정사를 벌이는 장면은 두 가지 함의를 갖는다. 하나는 보는 이로 하여금 혐오감을 극도로 유발하기 위함이요(姦夫 姦婦의 간통질도 역겨운데 자세까지 변태적이니 - 더군다나 이 자세는 레즈비언 입장에서 가장 혐오하는 게이들의 행위패턴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범행의 결정적 증거 하나가 될 바스트의 멍 자국을 감추기 위한 (아마도 아이비의) 의도적 선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자신(실비)이 작곡한 노래를 허밍으로 불렀다고 '그날 아침에 니가 우리 엄마와 함께 있었구나'라고 단정짓는 건 엄청난 논리의 비약이다. 이 아이비는 머리가 대단히 나쁘거나, 도둑 제 발 저려서 서둘러 다음 행동에 나선 것에 불과하다.
참고로 이 영화엔, 18살 때 즉 타이타닉 나오기 6년 전의 디카프리오가 약 2초 정도의 엑스트라, 섭 마치고 집에 가는 고딩으로 출연. 실제 나이는 배리모어보다 1살 위. 한국 개봉시 제목은 참으로 엉뚱하게도 '야성녀 아이비'라고 붙어서 당시에도 실소를 산 바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포이즌 아이비'라는 원제가, 마치 디씨코믹스의 캐릭터로 오인될 수도 있기 때문에, 役 해석 왜곡의 위험이 아닌 단지 우습다는 이유('야성'과 '야생'은 좀 다르지 않을까)만으로 이 改題를 비난하는 것은 다소 반대다. 여튼 극중 (표면상의) 설정대로라면 富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오르려는 어느 광녀의 스토리인데, 은수저를 물고 자란 스포일드 차일드 배리모어처럼 이 役에 안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겠냐 이 말이다.
둘이 트럭을 히치하고 집에 가는 장면에서 나오는 댄 리드의 노래. 선곡이 상황에 참 잘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