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 책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고 그냥 제목에 끌려서 샀다.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히 지도를 많이 보게되고, 그러다 보니 경도니 위도니 이런 것들이 궁금하던 차 책의 제목을 보고 당연히 지구과학 쪽의 과학서적인 줄 알고 샀다. '한 외로운 천재의 이야기'라는 부제는 보지도 않고. 그런데 책을 막상 받고 나서 읽기 시작하다 보니 이것은 과학사와 전기가 절묘하게 결합된 책임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 존 해리슨이란 시계공은 들어본 적도 없었고 시계와 지도가 그렇게 연관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이래서 나의 지식은 조금 더 늘었고, 시계가 가지는 지구과학적 의미를 통해 시계라는 기계에 대한 인식도 새로워졌다. 그리고 언제 어디에나 있는 편견과 자기가 가진 편협한 지식만이 전부인 줄 알고 그것을 통해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소위 권위자들이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며, 남의 의견이나 지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겸손한 자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이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특별한 지식이 든 책도 아니요, 무슨 큰 영향력을 끼칠 만한 사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책 내면에 잔잔히 흐르는 인간과 과학에 대하여 생각하다 보면 뭔가 다가오는 것이 있는 놓치기 아까운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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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심도있게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나도 포함될듯) 중에서는 역사란 쉬 범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영역이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다. 마치 신화속의 영웅들처럼 명멸하는 천재들의 삶은 불꽃처럼 역사에 거대한 사건을 남기고 사라져간다. 거기 비하면 이름조차 남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은 언뜻 역사라는 거대한 개념을 능동적으로 움직일 힘이나 여유는 없어보인다.
그러나 기껏해야 수백 페이지를 넘지 못하는 교양 역사책에 담기지 못했을 뿐,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빛을 발한다. 경도도 마찬가지다. 언뜻 지리학의 영역이겠거니 생각되지만, 사실은 점점 발전해가던 천문학과 지리학, 수학과 물리학, 그리고 기계공학(거기다 예기치 못했던 유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저마다의 신념과 방법을 갖고 도전해왔던 하나의 작은 역사인 것이다.
비록 실제로 탐험을 통해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는 않았으되, 그 밑거름이 되어 실제 인류의 삶에 고스란히 보태졌던 작은 역사. 웅대한 드라마 대신에 치열한 삶의 땀내가 배어있는, 좀 더 인간적인 이야기들. 경도가 그저 위도와 교차한 비슷한 선이겠거니 싶었던 사람들(나도)은 새삼스레 주위를 둘러보며 이것저것의 기원에 대해 고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역사와 삶이 갖고 있는 귀중한 공통분모를 새삼스레, 혹은 처음으로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소중한 경험이다.
더불어 이 책의 제본이나 종이 및 인쇄, 편집은 대단히 좋다. 좋은 책을 좋은 상태로 만나는 것도 큰 기쁨이려니와, 출판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꾸벅.
Fortune [인상깊은구절] 찬란하게 빛나는 황동으로 만들었고 각종 굴대와 평형기들이 기이한 각도로 돌출되었으며, 바닥 쪽은 널찍하고 윗부분은 불쑥 솟아올라 흡사 존재하지도 않았던 고대의 배를 연상시킨다. 마치 갤리선*(Galley, 옛 그리스 로마의 군함)과 범선 갤리언을 합쳐놓은 듯 높고 장식적인 뱃고물이 앞을 향하고 있으며, 돛을 달지 않은 두 개의 돛대가 위풍당당하고, 둥근 혹이 달린 황동 노들은 보이지 않는 노잡이들을 기다리는 듯하다. 이 모형 배는 막 유리병 속을 벗어나 시간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것이다. |
| 참 많은 기대를 안고 구입한 책이다. 과학과 음모, 투쟁과 승리...쟁취... 이 책의 삽화만큼이나 화려한 언론의 리뷰들.. 하지만 그저 화려할 뿐이였다. 전쟁때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과학은 어쩌면 순수한 인간의 호기심에 발현되는 창조적인 작업이라기 보다는 필요에 의해서 발전되는 학문이기 때문인 것 같다. 18세기의 유럽에서는 정확한 항해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회적 이슈였고 꼭 필요한것이 였음에 분명하다. 존 해리슨의 각고의 노력으로 경도는 시계라는 것을 통해 명쾌하게 해결된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위도와 경도는 나에게 지리시간에 잠시 스쳐가는 개념정도 였는데 책을 읽으면서 바다를 인생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장인 해리슨, 시계하나를 위해 몇 십년을 바치는 그의 끈기와 의지, 그리고 완벽을 기할려는 장인 정신은 존경스럽다. 하지만 책에 대한 나의 기대가 너무 컸는지 실망도 컸다. 어떤 소설적인 클라이 막스와 카타르 시스를 기대했지만 그런 것은 없다. 존 해리슨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탓인지 사실 그에 대한 것도 잘 알 수가 없었다. 음모라곤 하지만 몇 십년의 천체관측을 통한 산물인 월거법을 주장한 사람들이 거기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편안하게 우리가 미쳐 잘 알지 못했던 과학사의 뒷이야기들을 읽는 다는 가벼운 느낌으로 읽기에 적절한 책인것 같다.많은 삽화를 통해 시계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지구본이나 경도에 대해 가르치기에 좋은 사진들과 자료가 풍부하다. |
| 전기는 위대한 인물에 대한 평가와 업적을 기리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뛰어난 능력으로 노력의 결실을 이룬 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아인슈타인, 갈릴레이, 뉴튼,---. 어릴때부터 접한 이러한 유명인들에 대한 위인전은 마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이 소수의 몇몇 사람들에의해 이루어진듯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위대한 인물의 숭고한 정신을 남기고 싶은 의도로 발행된 전기는 동시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평가절하를 하는 역기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위인전의 역기능을 가지고 있는 않은 책중에 하나가 아마도 '경도' 일것이다. 정확한 해상 시계를 만들고자하는 열정은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정밀한 경도시계 H-1이 탄생하기까지의 해리슨의 노력과 경도시계 H-1,H-2,H-3,H-4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겪었던 좀더 인간적인 모습에 대한 묘사가 빠져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한장의 컬러 사진을 살펴 봄으로서 해리슨의 땀의 흔적들이 보이는듯하여, 더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하며 저자의 의도를 되뇌여본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면 평생 그림만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하면 글쓰기를, 시계 만들기를 좋아하면 평생 시계를 만들고. 알려진 위인들과 알려지지 않은 위인들 간의 차이는 무엇인가? 인간이 이루고싶은 대상에 혼을 담는 과정의 고결함을 우리는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해리슨의 집념은 가치를 더한다. 결과로 평가받는 인류사에,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로 더 정확한 경도를 파악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완벽한 경도 시계에 대한 해리슨의 집념은 작고 긴 파장을 일으킨다. 책에서는 달의 운행을 측정해 그것을 토대로 경도를 알아내는 '월거 이용법'에 대해 해리슨 시계를 위협하는 경쟁상대로 묘사하였지만, 해리슨은 아마도 월거 이용법이 대중화되고 해리슨 시계가 사장되었더라도 어느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경도시계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해상시계의 정확함이 경도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었을까? 각 경도의 위치에서 태양이 가장 하늘에 높이 떴을때의 시간을 측정해 보면 경도 15도당 1시간의 차이가 난다. 배가 출발한 모항에서 맞춘 시계와 현재 위치에서 태양의 위치로 파악한 시간 차이를 이용하여 경도를 구할 수 있다. 해상의 급격한 온도변화, 습도변화, 배의 흔들림 속에서 하루 3초이상 틀려서는 안되는 이 시대 절대 절명의 요청사항인 반면 가장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에 도전한 해리슨. 지금은 조그만 손목시계로도 가능한 일이기에, 그래서 아주 보잘것 없는 일처럼 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 당시, 정밀한 시계가 필요했던 그 시대를 상상하게 만드는 '한 외로운 천재의 이야기'는 아주 오래된 상자를 들여다 보는 것 같아 감동이 더해진다. |
| 이제 천문항해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인공 위성의 신호를 받아 바다 한복판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찍어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시대를 꿈도 꾸지 못했던, 한 삼백년쯤 전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위도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혼자 무인도에 떨어진다고 해도, 위도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정밀도는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러나 어느 정도의 과학지식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 한, 경도를 찾는 일은 지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지구의 자전 때문이다. 그나마 시계가 없다면 경도찾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진다(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시계를 개발한 존 해리슨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보이지 않는 선, 경도를 설정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과 실패, 그리고 혼자서 묵묵히 그것을 찾아 나선 한 시계공의 보석같은 노력을 다루고 있다. 한 주제를 가지고 적절하게 단원을 나누었으며, 배경이 되는 이야기와 주인공의 이야기를 제대로 대비하여, 저자는 한 편의 드라마를 재미있게 엮었다. '현대에는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옛날에는 어떻게 해결하려 했을까.' 이런 질문과 답을 책의 곳곳에서 발견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옛날 사람들은 배의 속도를 어떻게 측정하려 했을까?(38p) 바이메탈은 어떻게 탄생했을까?(163p) 왜 그리니치 천문대가 경도 0도인 기준으로 설정되었을까?(204p)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재미있는 얘기들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런던으로 돌아올 때에도 해리슨의 최신식 기계 덕분에 항로에서 겨우 60마일밖에 벗어나지 않는 것을 확인하게 되자, 그들은 해리슨에게 깊이 감사했다."(42p) 지금의 기준으로는 황당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요즘은 고기잡이 통통배에 달린 위성수신기로 100미터 이내의 오차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군사적 목적으로는 3미터 이내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던 시절, "겨우 60마일"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진실된 것인지는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한편의 드라마지만, 역시 한편의 과학서적이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는 조금 부족한 면이 발견된다. 경도 측정과 관련된 천문 관측, 시간 측정에 대한 내용은, 이미 어느 정도의 과학적 배경을 갖추지 않는 한 이책만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저자의 탓인지 역자의 탓인지 독자의 탓인지 지적할 수는 없지만 명백히 틀린 문장도 눈에 띈다. "지구가 자전하고 있기 때문에 별들이 통과하는 시각는 날마다 3'56"(태양시) 일찍 통과하게 된다."(118p) 자전은 공전으로 고쳐져야 옳다. 욕심을 부리자면 약간의 산수와 그림을 이용하여 과학적인 배경을 갖출 수 있는 도입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이 책의 하이라이트인 '해리슨의 시계' 그 내부의 신비로운 기계장치들의 원리 역시 이 책만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은 여전히 흥미진진하며 특히, 아름다운 옛 시계의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하는 것이 솔직하다. 등장인물들의 초상화를 보는 것으로 드라마는 더욱 실감나게 읽히며, 특히 마지막에 '본초자오선에 불이 켜진 아름다운 사진'을 보는 순간, "아! 여기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히 일어난다. 사진이 아름다워서인지, 이 선 하나에 쏟아 부은 인류의 노력을 이해하게 되어서인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제 몇천원으로도 해리슨의 시계보다 훨씬 정확한 시계를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이 책이 주는 감동은 훨씬 크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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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도상과 끈질기게 그 문제를 해결한 한 시계공, 그리고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역사를 흥미롭게 꾸며논 책이다. 소설과 같은 기박함이나 기교는 없을지 몰라도 실제 일어났던 일들이 소설보다 더 진한 느낌들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 오는 것 같다. 천재이자 노력가이지만 유력한 적들에게 끌려다니던 한 시계공의 끈질김과 완고함은 존경의 차원을 넘어 두려움을 느끼게도 한다. 해리슨이 주인공 이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않는 다른 뛰어난 사람들도 많이 등장을 하고 결국 경도의 문제는 그 사람들의 노력들이 함께 작용하여 풀게 되는 것이 더 인상깊었다. 물론 억울함과 힘든 시절이 있었지만, 단순히 정밀한 기계만으로 해결된 물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들은 더 가치 있어보인다. 과학적인 분야긴 하지만 과학이라기 보단 전기에 가까운 것이다. 공학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인상깊은구절] 1776년 3월 24일, 그러니까 1693년의 생일로부터 단 하루도 어긋나지 않고 정확히 83년이 되던 날 존 해리슨이 죽었을 때 그는 이미 시계공들 사이에서 순교자 같은 존재였다. 해리슨은 시계를 이용해 경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던 사람으로서 수십년 동안 독보적인 존재였으며 사실상 혼자나 다름없었다. 그러다가 해리슨이 H-4로 성공을 거두자 수많은 시계공들이 해상시계 제작이라는 특수 분야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해양 국가의 인기 산업으로 부각된 것이다. 현대의 일부 시계학자들은, 영국이 바다를 지배하게 되고 대영제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결과적으로 해리슨의 업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크로노미터 덕분에 영국이 바다를 정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