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얊지만 대단한 책이다. 읽는 내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정신이 멍했다. 넉 달 전에 읽었지만 감히 리뷰를 쓸 수 없었다. 이런 책의 리뷰는 기를 모으고 모았다가 새벽에 일어나 다시 읽고, 찬물에 세수하고 써야 한다. (뭐 그렇다고 내가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엄청 잘 쓸 예정이란 말은 아니다. ) 일단 목차부터 옮겨 놓는다.
1. 운석과 야금술
이 책은 요약 소개가 안 된다. 나는 책 읽을 때 연필로 줄 긋고 메모하며 읽는 버릇이 있다. 덕분에 이 책은 완전 밑줄과 메모 범벅이 되어 버렸다. 아예 소형 연필깎이를 옆에 두고 읽었을 정도니까. 읽는 내내 그동안 내가 품었던 의문을 엘리아데 선생이 어찌 그리 잘 알고 딱딱 풀이해주시는지 깜짝깜짝 놀라며 감탄했다. 문학서도 아니고 이론서인데 감동받아 막 눈물도 났다. (이래서 내가 책 읽는 변태인가 보다.)
나는 그동안 중세가 궁금했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사고방식, 편견, 차별을 규정짓는 기본 틀이 중세에 형성되었다고 생각했다. 서양사를 읽으면서 가톨릭 관련한 중세인의 의식 구조와 민간 신앙에 관심을 두었다. 그런데 좀 읽다보니 이상했다. 중세 이전, 고대에 아니 선사시대에 뭔가 기본 틀이 형성되어 지금까지 내려오는 것 같았다. 선사시대의 역사를 보려면 신화와 고고학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건 완전 내 역량 밖이고 재야 학설이 너무 많다. 아리엘 골란을 읽고 난 후, 난 길을 잃고 헤맸다. 아니, 길 없는 길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좀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넘어가면서, 농경과 정착 생활이 시작되면서 뭔가 인류에게 큰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세계를 해석하는 기본적인 틀의 문제만이 아니라 차별과 억압과 불평등의 발생까지 현실적 고난이 이어지고, 인류는 그 충격에서 지금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 관심이 있는 지금의 내 입장에서 읽기에, 이 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야금술과 연금술에 남아 지금까지 신화전설민담 등 설화나 비의적 종교 의례와 성인식 등 통과의례에 남아 있는 상징이 그런 변화가 있기 전 우리 인류가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입장을 비밀스럽게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구석기 시대부터 근대까지, 아프리카 대장장이부터 중국 도사들까지, 저자는 종횡무진 예를 들이대며 설명한다. 정말 대단하다. 나는 보물 창고를 열었지만, 그 번쩍이는 황금과 보석의 광채에 놀라 그만 입구에 서서 얼어붙은 아이가 되었다. (항복. 항복. 엘리아데 선생님, 제가 졌어요. 더 공부해서 리뷰 다시 쓸게요. 더 이상 선생님의 망치로 머리 두들겨 맞다가는 제가 돌아버릴 것 같군요. )
중세의 종교적 세속적 민간 전승에 따르면, 예수와 악마는 모두 '불의 지배자'이다.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대장장이와 제철공의 신화적 이미지가 오랫동안 민중의 상상력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또 이런 민담에는 통과의례적 의미가 지속적으로 함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중략) 불과 대장간, 불에 의한 죽음과 소생, 모루 위에서의 단련 등 통과의례적 상징은 샤먼의 신화와 의례를 통해서 명백히 확인된다. 민담을 통해서 되살아난 이와 유사한 이미지들은 듣는 사람이 그러한 상징이 갖는 본래의 의미를 의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그의 영혼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 본문 111쪽에서 인용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그의 영혼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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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기술을 둘러싼 상징과 신화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176쪽)'를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으로 조금이나마(많이 얻지 못한 것은 내 독해력의 부족인 탓) 알게 되었음을 아주 다행으로 여기면서, 이 책을 알게 해 준 껌정드레스님께도 고마움의 뜻을 전한다.
책의 내용을 요약한다거나 비평하는 정도의 일은 내 몫이 아니지 싶다. 맞나 안 맞나를 따질 일도 아니고, 믿고 안 믿고를 잴 일도 아니다. 그 시절에는 이러했구나, 이렇게 살았던 것이구나,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이구나,...... 지금과 같은 과학기술의 시대가 아닌, 이른바 원시 시대 혹은 고대 시대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이 신의 형상으로 받아들여졌을 때이니 돌이나 금속을 보는 시선이 지금의 우리와는 기준부터 다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오래 전 옛사람들이 금을 만들려고 했던 의도가 우리가 지금 취하려는 보석 따위를 얻으려는 게 아니었다는 것,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고 새로운 인간으로 탄생하고자 했다는 것. 그러니 대장장이나 연금술사는 한낱 기술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책의 내용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 제목만으로 내가 추측했던 것은 단순했다. 이 책을 읽으면 어떻게 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에 대한 고대인들의 생각이나 태도를 알 수 있을 줄 알았다. 도금을 하는 화학적 방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화학적 지식이 없던 시절의 기술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게 궁금했고 비교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책의 작가가 의도했던 목적과는 아주 거리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신화와 연관된 영화나 소설을 읽을 때 이해하기 쉬운 면이 있을 듯하다. 특히 공포나 괴담 관련해서. 막연히 무서워했던 장치들에도 다 근거가 있었던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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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과 야금술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신화적 의미에 대한 탐구이다. 야금술과 연금술은 모두 물질을 통해 영성을 추구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연금술의 의도는 어떻게 금을 만들어내는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층 고결한 어떤 것을 가르치는데 있다. 즉 신으로부터 파생된 것으로서 자연이 어떻게 보이고 인식되는가, 신은 자연을 통해서 어떻게 보이는가를 가르치는데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연금술은 단지 도구적인 기술이 아니다. 연금술을 통해서 인간은 신-인간-자연에 질서를 부여하고 궁극적으로 우리를 비의적인 인식으로 이끌고 가는 종교적인 내러티브인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연금술사의 기적의 용기인 용광로와 증류기는 훨씬 야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장치들은 원초적인 혼돈으로의 회귀를 담당하는 중추이자. 우주 창조의 반복을 담당하는 중추이다. 이 장치 속에서 물질은 죽었다가 살아나서 마침내 황금으로 변환된다. 우리는 연금술 작업의 정신적 양상을 충분히 검토해왔는데 물질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인 이 작업을 이제 바깥에서부터 고찰해보도록 한다. 연금술 작업은 자연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기 위해서 불을 조작했던 선사시대 기술자의 의도를 그대로 연장시킨 것이다. 아프리카의 대장장이 - 개화 영웅의 신화적 형태는 야금 작업에 따르는 종교적 의미를 아직도 잃지 않고 있다. 이미 본 바와 같이 천상의 대장장이는 창조를 완성하고 세계에 질서를 세우고 문화의 기초를 닦고 비의에의 인식을 향해 인류를 인도해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