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제목은 토정비결이지만 내가 책을 읽기전 기대했던 토정비결이라는 책의 제작과정과 그 신비스러움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무리가 좀 있었다. 차라리 소설 토정비결이 아닌 소설 이지함으로 책 제목을 명명했더라면 제목으로 인한 나의 기대와 실망이 좀 덜하였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난 감상 또한 토정비결이 (토정비결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니) 아닌 이지함이라는 인물평에 더 할애를 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 책의 장르가 소설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더라도 이지함의 신화같은 많은 에피소드는 최소한 나에게는 실제로 믿을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점에서 볼 때 이 소설은 조선을 배경으로 지어진 환타지 소설같은 느낌도 많이 난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소설이 만들어져서일까 전혀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소설의 굵은 이야기전개 사이에 나오는 작은 이야기들은 잘 융화되어 재밌게 느껴지는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이지함의 스승들의 입을 빌려 여러가지 이기론과 주역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려웠다기보다 낯선 내용이 너무 어려운 한문으로 축약이 되어버려서 그 내용이 소설에 녹아있다기 보다 참고자료처럼 삽입 된 느낌이 들었다. 조금 쉽게 설명 되어졌더라면 이지함의 생애 뿐만 아니라 토정비결의 학문적 근거가 된 여러가지 동양 철학이나 이론을 접할 수도 있었을텐데라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지함의 생애는 백성을 구제해야 된다는 신념으로 가득차 보인다. 시대의 선각자로서 이러한 마인드는 그 자체로도 위인이라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유통의 개념을 인식하여 물자를 사들이는 모습은 경제학자로서 그의 능력이 출중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소설 말미 왜란의 엄습에 절망하고 앞으로 닥칠 이유없는 재앙에 대하여 절망하는 모습은 이지함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하늘의 뜻을 내가 어찌 거스르랴하는(최소한 내가 보기에)나약하고 당당하지 못한 모습은 내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여겼던 서양의 자연과학과는 역시 다분히 다른 모습이다. 백성을 짐승보듯 했던 그 시대의 양반에 비하면 이지함은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지만 소설에 비추어진 그의 모습은 백성은 내가 불쌍히 여기는 대상이며 내가 구제해주어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했던 것은 안타까운 점이었다. 적극적인 신분제 철폐도 주장했더라면 어떠했을까. 너무 파격이었을까. 썩어빠진 조정을 회피하지 말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정치를 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이런 생각은 책을 읽어가며 내가 이지함에게 호소했던 점이었으나 페이지를 거듭할수록 다소 누그러졌다. 인간 이지함을 이해했다고나 할까...하지만 이지함의 행동이 이해되면 될수록 그러함을 초래한 조선 중엽의 권력 다툼과 백성을 생각치 못하는 비실용적인 이념 논쟁은 씁쓸하기만 했다. 이런 몇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는 분명 양반의 당쟁을 마음속으로 비판했으며 무기력한 백성이 아사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진정한 휴머니스트였다. 이지함은 지속적으로 선정을 베푼 훌륭한 정치인도 아니었으며 사상가나 학자도 아니었지만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백성을 위한 따듯함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는 현세에 다시 태어난다해도 분명 값진 일을 했을 것이다. 단지 운세를 점치는 책을 집필한것 외에도 그는 남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봤을 것이므로. 마지막으로 토정비결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며 별것아닌 풀이에도 신경이 쓰이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갖고 있는 책이다. 정말 이지함의 독백처럼 인간의 길흉화복은 정해져 있는 것인지 이런 근원적인 물음들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풀릴 수 없는 문제였다. 어쩌면 그 문제 또한 이지함의 비범한 인물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기인의 모습과 닮아있을지도 모르겠다. |
| 나는 지난해(2001)10월쯤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과연 우리 대한민국에 최초로 자본주의의 개념을 도입한 학자는 누구일까? 자본주의란 과연 아주 근대적이고, 과학적인 현대판 개념일까? 그리고 나는 인터넷과 학교도서관을 뒤지며, 고등학교 선배님중 사학과에 가신 선배님과 정경학부에 간 친구들에게 물어보기에 이르렀다. 그결과 우리나라에 최초로 자본주의의 개념을 도입하려 했던 사람이 토정이지함이란 말을 듣게 되었다. 나는 이런 토정비결이라는 비과학적인 책을 저술한 이지함이 과학적인 자본주의를 주장했는지 많이 궁금했다. 그래서 징키스칸의 작가인 이재운 작가의 토정비결을 읽을 결심을 하고 책을 구입했다. 이책에는 이지함이란 상업가이며, 점술가의 일대기를 거의 빠짐없이 실제 사실에 의거해서 서술하고 있다. 이재운 작가의 베스트 셀러인 징키스칸을 읽을 때에는 제배라는 원의 장수가 한인이라는 스토리가 믿기지 않아, 이 작가의 필체자체가 사실+창작이라 생각했지만, 적어도 토정비결에서 만큼은 사실에 준거하려는 노력이 많이 옅보였다. 이지함이란 인물에 대해서 좀더 깊게 알고 싶거나, 과거 이지함의 자본주의적 사상을 연구하고 싶은 분이라면 분명 읽어야할 필독서가 바로 이 책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