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애라는 비주류 사랑이 황홀할 수 있는 사회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제목 황홀은 어줍잖은 역설로 들릴 뿐이다.
찬영과 희진은 동성애에 가까웠던 서로를 향한 열정의 감정을 가졌었다. 하지만 희진은 죽었고 희진에겐 찬영과 그의 아내였던 서이경이 남았다.
그리고 희진의 죽음 앞에서 담담하고자 하는 찬영은 우연한 일로 안채리라는 나어린 처녀와 생활하게 된다.
그리고 안채리는 가는 곳마다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나라 바깥으로 나가려는 찰나 잡힌다.
서이경은 찬영과 희진의 사이를 희진이 죽은 지금까지도 의심하고, 결국 전모를 알게 된다.
부서진 도기의 파편처럼 사건들이 흩어져 있다. 그 파편들을 정성스럽게 다시금 복원시키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던져져 있으며 조금은 무책임해 보인다. 붙여 놓고 들여다보아도 그 전모를 헤아릴 수가 없을 때 생길법한 요령부득의 아득함.
다만 소설의 한 대목으로 등장하는 내용은 좋다.
남미 대륙의 원주민들이 유럽인들의 짐꾼으로 정글을 행군하던 도중 갑자기 멈추어 버린다. 그 원주민들은 한나절을 움직이지 않다가는 다시 움직인다. 그들이 그렇게 멈추어 서있던 이유는 바로 자신들의 영혼이 몸을 따라올 시간을 준 것이란다.
몸의 속도와 영혼의 속도, 그 두 속도를 조절하며 사는 원주민들의 삶이란 것에 경외감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