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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수영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마이너한 듯 싶은 수호자... 전 이런 작품이 있는지도 몰랐답니다. 둔저님의 정보로 그 존재를 알게 되었고, 꼬꼬댁님(어색; 저에겐 아직 노란병아리님..)의 제보로 어렵사리 손에 넣었습니다. 근데 읽어보니 예전에 보긴 봤더군요. 다는 아니고 한두권 정도.
나중에 제대로 된 리뷰를 쓰고 싶지만 일단 간단하게 좀 끄적여보죠.
1.
수호자는 이수영님 글 중에서는 조금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작품에서 느낀 것이 '삶'이었다면 수호자에서는 '슬픔'을, 그리고 그러한 슬픔을 낳은 세상을 느꼈습니다. 용왕계와 현계(=인간계, 지구)로 나뉘어 두갈래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과거의 비극과 현재의 사투가 그려집니다.
무엇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가. 무엇이 세상을 증오하게 만드는가. 소중한 모든 것을 내던지고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킬지라도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란 것이 어떻게 태어나는가. 마치 이러한 물음에 답을 주고자 하는 이야기 같습니다. 솔직히 저라도 이런 상황에서 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을 자신이 없네요.
2.
스토리야 그렇다 치고... 이수영님은 정말 캐릭터를 조형하는 솜씨가 비범합니다. 얼마나 비범하냐 하면, 책을 불태워서라도 저놈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사람을 열받게 만드는, 찌질이 중의 상 찌질이를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낼 정도.
더 심한 게 뭔지 아세요? 무려 두마리나 됩니다. 찌질이킹이!! 두마리나!! 으악 ㅜㅜ 이수영님의 필력으로 이런 캐릭터가 움직이니 정말이지 완전 몰입되네요. 제 안에서는 지금도 검고 끈적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댑니다.
그들의 정체는 '명'과 '제위'라고 합니다. 명은 주인공 수인과 공명하는 용왕자이며, 평범한 스토리였다면 아마 수인과 러브러브하면서 대성장을 거듭하며 막판엔 초필살기 한방으로 전 차원을 구할 포지션입니다만 안타깝게도 수호자에서는 찌질이1입니다. 심약하고, 멍청하고, 둔하고, 장점은 제 분수를 안다는 것 하나 뿐이죠.(그것조차 가끔 까먹...)
하지만 명은 찌질이2 - 제위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명의 호위인 제위는 돌격바보에 싸가지없고 민폐덩어리에 배은망덕함까지 갖춘 진정한 찌질계의 황제. 명 따위 명함도 내밀 수 없습니다. 자신이 너무 순둥이라 성격개조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이라면 수호자의 제위를 만나보세요. 살의가 뭉클뭉클 솟아날 겁니다.
솔직히 명과 제위의 충격이 너무 강해서 수인이나 석헌, 유나, 인엽, 세린 같은 멋진 캐릭터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ㅜㅜ 요즘 찌질이에 대한 내성이 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명과 제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3.
전체적으로 살짝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흐름을 하나로 이으며 결론을 내기 위해 너무 급하게 달려가는 것 같더군요. 그게 싫다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 속에 깊이깊이 녹아들어 그 향기를 만끽할 수 있었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몰입도가 떨어지긴 하네요.
다섯권을 앉은 자리에서 슥삭 다 읽을 정도니 이야기 자체는 재미난데, 다시 손에 들 맘은 생기지 않습니다. 몇달 쯤 후에 차분하게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속 끓이느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게 문제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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