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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를 학교에서 왜, 어떻게 가르치는가?
"지리를 학교에서 왜, 어떻게 가르치는가?" 내용보기
지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지리를 전공하는 한 사람으로서 종종 듣는, 그리고 들을 때마다 참 안타까운 말들이 있다. "국영수면 몰라도 지리는 필요도 없는데 왜 배워?", "지리 그냥 암기하면 되는거 아냐?" "지리는 여행만 많이 다니면 누구나 가르칠 수 있지 않아?" 등등의 말이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지리의 위상을 반증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리인으
"지리를 학교에서 왜, 어떻게 가르치는가?" 내용보기



  지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지리를 전공하는 한 사람으로서 종종 듣는, 그리고 들을 때마다 참 안타까운 말들이 있다. "국영수면 몰라도 지리는 필요도 없는데 왜 배워?", "지리 그냥 암기하면 되는거 아냐?" "지리는 여행만 많이 다니면 누구나 가르칠 수 있지 않아?" 등등의 말이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지리의 위상을 반증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리인으로서 이런 이야기가 듣기에 유쾌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국영수로 불리는 소위 '주요과목'은 배워야 하는 이유, 교과 존재에 대해서 아무도 반문하지 않지만 사회과, 특히 지리에 대해서는 유독 이러한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한편 이런 대중들의 인식에 대해서 뭔가 뚜렷하게 반박할 만한 지리 내부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리 전공자 자체가 적고 지원하는 관련 단체나 기관이 적은 것이 이유가 되긴 하나, 내부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적은 편이기도 하다. 왜 지리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 책 한번 읽어보면 좋아"라고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변변찮은 지리교육학 책이 없었다는 점도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존의 지리교육학 개론서는 너무 복잡하고 또 비구조화된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리교육학을 전공한 한국교원대학교 권정화 교수가 지리교육학을 체계적으로 안내하는 책이다. 지리교육학이란 무엇일까? 지리를 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내용을 어떠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이다. 저자는 수많은 학자들이 지리교육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것들을 정리, 분류하였다. 저자는 지리교육학의 분야를 지역지리, 계통지리, 생활세계 지리로 나눈 뒤, 각각을 시민성 전수, 인지심리학, 구성주의와 연결시킨다. 그리고 최근의 사조인 포스트모더니즘을 추가하여 총 4부로 책을 구성하여 전개한다. 각각의 장에서의 관점을 중심으로 지리를 왜 가르쳐야 하는지 지리교육의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러 학자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한 수업 방법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지리교육의 3대 전통



  1부에서는 교육적 인간상을 '시민'으로 상정한다. 한 근대국가를 사랑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민 말이다.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으니깐, 이 땅을 잘 알고 사랑하며 이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나라 지리를 배운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상황이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다른나라 지리도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19세기 유럽 국민국가의 탄생 과정과 관련이 있고, 특히 독일과 프랑스에서 전통이 깊다고 한다. 책에서는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한 장면도 언급된다. 우리나라 지리교육도 이의 영향을 받아 지리 교과서 명칭에서 '한국지리', '세계지리'의 이원적 구조가 형성되어 있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최근 다른나라는 인류 번영과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시대라서 국토 교육에서 세계시민 교육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국토 교육이 중요한 곳에 살고 있다. 독도 문제가 지리교육의 문제라는 점은 단지 밥그릇 문제가 아니라 교육학적으로 맞는 얘기이다. 국가 간에 반목이 극심한 동아시아에 위치한 우리나라로서, 독도 문제, 간도, 백두산, 이어도 등 여러 영토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서는 한국지리, 세계지리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다시한번 생각했다. 왜 독도 문제가 한국사 교과에서 배타적으로 다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지... 


  교육에서 지리는 왜 필요할까요? 지리를 배우면 국토애가 함양되고, 그러면 애국심이 형성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19세기 후반 당시에는 영토를 중요시하여 영토 확장이 국력의 척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애국심과 국토애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 여기서부터 근대 영토 교육이 시작됩니다. 즉 영토 교육은 영토 분쟁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요.(p.40~41)


  당시의 국토지리는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강조하기 위해, 국토의 상징경관(iconography)을 강조하였고, 대개는 환경결정론에 입각하여 자연환경의 긍정적 해석을 통해 자국민의 우수성을 강조했습니다. 세계지리는 이에 부수적으로 병행하여 국익 중심의 국제 정세 파악을 학습하도록 하였습니다. 따라서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 중심으로 정치경제적 관점(지정학적 관점)에서 구성되었습니다.(p.46)



국토의 상징경관 백두산 천지.

우리 땅인데도 남의 나라를 거쳐 가야 하는 이유로,

통일의 당위성을 상징하는 경관으로서 지리교육에서 강조된다.

출처 : https://www.hanatour.com/asp/travelinfo/view_image.asp?depth=W-PHOTO-1&objimg=image2&img_seq=P000248477


역시 국토의 상징경관 독도.

지리교육에서는 역사교육보다 훨씬 독도에 대해서 철저하게 가르치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독도 이야기만 나오면 역사교육이 문제라고 하는 포털 댓글들을 보면,

대중들의 지리교육에 대한 무지가 참 아쉽다.

출처 : http://dokdo.mofa.go.kr/m/kor/img/main/picSlide1.jpg





  2부에서는 교육적 인간상을 '과학자(자연과학, 사회과학을 아우르는 지리학자도 과학자..)'로 상정한다. 체계적인 학문으로서의 지리학을 학교에서 배워서, 개인이 지리학적 소양을 가지고 인지적인 성장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학생이 지리학을 배움으로서 마치 지리학자의 안목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리학을 연구하는 학자처럼 세상을 지리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탐구하는 자세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의 각 발달단계를 연구하고 이에 맞는 지리학 학문 지식을 정련하여 효과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지형학, 기후학, 도시지리학, 문화지리학, 인구지리학, 경제지리학 등 지리학의 분과 학문인 계통지리 학문과 학교교육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지리 교과서의 목차가 중부지방, 남부지방, 북부지방,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등 지역지리의 명칭이었다. 하지만 최근 교과서 개정 때 중고교 모두 지리 내용에서 단원명이 계통지리 중심으로 바뀌었다. 어려운 계통지리 내용을 중학교 수준에 맞추어서 학생들이 탐구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교과서 개정의 목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장 교사들은 그것의 현실성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지만...


  지리를 제대로 배웠다면 지리학의 전문가처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지리학자들의 인지 구조가 내면화되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인지 구조란 지리학자들의 사고방식으로서, 학생들도 그런 식으로(지리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학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리학자의 인지 구조는 지리학의 지식 구조처럼 짜여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문가들의 인지 구조는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도록 짜여 있는 것입니다. (...) 지식의 생산 과정이 바로 탐구의 절차입니다.(p.81)


  브루너는 대학 교수에게 중요한 내용이 그 분야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초·중·고등학생에게도 그 내용을 가르치자고 주장합니다. 그것은 바로 지식 생산의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리의 경우 지리학자(대학 교수)들은 계통지리의 개념적 지식을 생산하면서, 왜 초·중·고등학생들에게는 지식 생산이 없는 지역지리를 배우도록 하냐고 따지는 것입니다. 학생들도 개념 구조와 탐구 절차를 학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92)



출처 : http://cfs12.tistory.com/image/9/tistory/2008/11/10/16/57/4917e95bf1c77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관찰, 측정, 탐구를 하는 훔볼트처럼

학생들도 장소에서 지리적 탐구를 하도록 하는 것이 지리교육의 목적이다.

<훔볼트의 대륙> 리뷰 : http://blog.yes24.com/document/7738386





2009 개정 교육과정 교학사 고등학교 세계지리 교과서 목차.

지형학, 기후학, 도시지리학, 문화지리학, 인구지리학, 경제지리학 등 계통지리 중심이다.

물론 계통지리와 지역지리 단원명은 마치 시소처럼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경향은 있긴 하다....




  3부에서는 교육적 인간상을 '자아실현'을 하는 인간으로 보았다. 기존의 지역지리, 계통지리 중심의 지리교육은 외재적인 근대국가 시민 양성, 내재적인 인지구조 향상에는 도움이 될지라도 당장 학생이 현실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아이가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생활세계에 적응해 나가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여러 장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리교육은 특히 일상적인 주제를 대상으로 하며, 아동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아정체감을 가지고 심리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교사는 이 과정에서 지리교육적 조언을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아정체성이란 장소에 기반할 수밖에 없고, 특히 청소년기에 다른 지리적 환경을 경험함으로서 정체감에 혼란을 느끼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생활세계 지리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이 갔다. 자신의 장소경험 이야기와 타인의 장소경험 이야기를 하면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지리교육은 이전 고1사회 교과서에 있었다가 사라졌는데, 현재도 여전히 시도해볼 가치는 크다고 생각했다.  


  20세기는 정신분석학의 시대여서, 시공간 좌표 대신 개인의 내면 세계(심리)로 침잠하여 성찰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정신분석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클라발은 정신분석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지리 교육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방향은 무엇일까요? 바로 개인의 정체성과 지리 인식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으로 일종의 '마음의 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p.136)


  생활세계란 개인들이 주관적 의미를 부여하는 기준이 되는 일상생활입니다. 시공간의 제약 속에서 평범하고 진부한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지리적 특성을 강하게 나타냅니다. 주관적 지리 인식에서도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이유는 생활세계가 같아서 그렇습니다. 생활세계가 다르면 어렵게 노력해야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지만, 생활세계가 같으면 쉽게 서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구성주의 지리 교육에서는 생활세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공감적 이해의 바탕을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p.149)



  그리고 4부에서는 최근의 철학적 사조인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존의 교육 체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자는 이야기이다. 제3의 공간적 지리교육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아직 앎의 깊이가 얕아서 앞으로 더 공부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 말미에서 저자는 각 장에서 얘기하는 지리교육에서의 교사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고, 지리교육을 하는 독자들이 현행 지리교육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저자인 한국교원대 권정화 교수는 오랫동안 지리교육학을 연구하고 강의해 온 학자이다. 저자의 오랜 내공이 이 책에서 잘 드러난다. 난해한 지리교육학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은 물론, 제시된 내용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지도록 쓰인 책이다. 이 책은 대학 지리교육학 강의를 위한 입문 교재이고, 그래서 초심자가 지리교육학을 어렵지 않게 접근하도록 편안한 문체로 서술한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지리교육 전공 학생들에게 가뭄 끝의 비 같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시작으로 다른 지리교육학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지리교육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저자의 다른 저작인 <지리사상사 강의노트에서도 초심자들에게 지리사상사의 세계로 쉽게 안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책도 역시 그런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지리교육을 전공하는 이들 모두에게도 추천하고, 동시에 지리를 왜 배워야 하는지, 지리에서 어떤 것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관심이 있는 타 전공 일반인들에게도 추천한다. 많은 이들이 학교교육으로서 지리교육에 대해서 한번 생각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YES마니아 : 골드 r*****0 2015.10.23. 신고 공감 3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지리교육학 정리본
"지리교육학 정리본" 내용보기
지리 임용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저 같은 지리 덕후, 역사광에게는 아주 강추할만합니다. 그러나 이쪽에 관심 없는 분들에게는 지루한 책일 수 있습니다. 일단, 다루는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요. 각국의 역사와 지리적 연관 등을 주루륵 나열하기 땜에, 배경 지식이 없는 분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그러나 지도를 좋아하고, 심지어 사회과부도의 지도를 스케치북에 따서 그려본 경
"지리교육학 정리본" 내용보기
지리 임용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저 같은 지리 덕후, 역사광에게는 아주 강추할만합니다. 그러나 이쪽에 관심 없는 분들에게는 지루한 책일 수 있습니다. 일단, 다루는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요. 각국의 역사와 지리적 연관 등을 주루륵 나열하기 땜에, 배경 지식이 없는 분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그러나 지도를 좋아하고, 심지어 사회과부도의 지도를 스케치북에 따서 그려본 경험 있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이었습니다.
s*****8 2016.10.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