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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과 편집/구성 양쪽에 미묘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던 작품입니다. 우선 편집/구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표지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여성이 피해자인 듯한 일방적인 이미지와 어느 정도의 선정성은, 개인의 사상을 제치더라도 작품의 의도를 오독했거나 얕은 상술에 꼬리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 외에 아쉬웠던 부분은 책이 지나치게 무거운 점. 텍스트의 밀도를 높이고 종이를 좀 더 가볍게 할 수 없었을까. 국내 서적을 읽다보면 늘 생기는 안타까움입니다. 독서에 대한 편의보다는 책장에 진열하는 인테리어성에 초점을 둔 듯한 디자인입니다.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미묘합니다. 우선,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정도의 작품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노벨문학상 선정 기준이야 언제나 말이 많으니 넘어갈만한 부분입니다. 그 외에 '여성들의 목소리'라는 측면을 제외하면 사록으로서도 애매하다고 생각됩니다. 저자가 인터뷰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전부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중복되는 부분을 최대한 피하면서 각 챕터의 주제에 맞게 선정한 부분은 괜찮다고 느껴집니다. 특히, 챕터 도입부마다 저자의 말이 들어가는데 뒤로 갈수록 저자의 사견이 점점 줄어드는 부분은 작가가 원하던 '문학적인 연출'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게 나가지 않습니다. 지루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감정적인 동요도 일어나니, 페이지와 실 텍스트, 그리고 가독성 좋은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완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책을 선택하신다면 '노벨상' 수상자의 책으로서 고르는 것은 비추합니다. 반면에, 독소전에서 그동안 무시됐던 '여성의 관점에서 본 전쟁'의 책을 고르는 것이라면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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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쟁에 참전했던 여성들의 인터뷰 내용은 참으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인간의 모든 광기와 잔혹함 그리고 비애를 매번 접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무적으로라도 이 책은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전쟁을 하나의 불가피한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 전쟁을 은연중 선동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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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저/ 박은영 역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리뷰입니다. 처음 이 책을 접한 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였습니다. 제목부터 강렬했던 인상을 남긴 이 책은 그때 읽어봐야지 생각을 하고 지나쳤었는데, 갑자기 문득 떠올라서 구입을 해봤습니다. 전쟁에 참여하고 이름도, 역할도, 공도 삭제된 여자들의 이야기. 인상깊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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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군대를 가는 것이 남자의 영역이라고 흔히들 생각하는 만큼 전쟁도 남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군대에도 여자들이 있고 전쟁에 참가한 여자들도 있다. 서로죽고 죽이는 과정에서 여자라고 전쟁에 동원되지 않고 도망만 다녔겠는가? 편견과 어리석음에 가려진 전쟁에서의 여자들의 이야기. 처참하고 냉혹한 전쟁을 겪었으나 끝내 명예조차 가지지 못한 여성들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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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입을 연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전쟁 가담 경험을 털어놓는다. 여성이 털어놓는 전쟁 회고담은 전쟁 베테랑 군인이나 남성이 털어놓는 전쟁 회고담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어온 이야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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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전쟁,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있고 대부분은 남성의 시각에서 그들만의 목소리로 적혀있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반면, 이 책은 여성인 저자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거나 겪어본 200명의 여성을 인터뷰해 그 내용을 엮은 다큐멘타리 산문입니다. 픽션과 논픽션 양쪽에 둘 다 발을 걸치고 있어 소설-코러스 라고 명명했다고도 하네요.
작가도, 200명에 이르는 인터뷰이들도 모두 다 여성이긴 하지만 이건 희소성이나 여성이라는 각도에서 본 전쟁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입니다. 각각의 인터뷰를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전쟁의 참상,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에 남긴 상처들을 책으로 경험하고 나면 그 넓고 깊은 상처를 허망하기 그지 없는 전쟁의 이유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우리가 책을 읽는 동안 안타까워 탄식했던 부분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생기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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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1920년대 분이셨다. 그러니 태어나시길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셨고 광복과 한국전까지 겪으셨던 세대이다. 풍채 좋고 꼿꼿하신 할머니는 생김처럼 성격도 괄괄하시고 우기기도 잘하시는 여하튼 같이 지내기 힘든 분이셨다. 그런 할머니와 살면서 그녀가 일제시대를 겪으셨다는 것, 전쟁 시절을 겪으셨다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실감한 적도 물어본 적도 없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것들을 단 한 번도 할머니와 연결해 본 적이 없었다. 놀랍지만 할머니의 시간엔 이 모든 것이 있었다. 그녀의 인생 속 전쟁과 홀로 7남매를 키웠던 것 그리고도 시장에서 몇십 년 노상 일을 하셨던 것,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할머니의 삶이 만들어졌음을 깨닫고 들여다보려 했다면 할머니를 더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할머니는 어떻게 그 뜨거운 불들을 품고 사셨을까. 책을 읽는다. 어쩌면 할머니와 비슷한 시기의 여인들이 전쟁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또는 눈물을 흘리며, 속삭이며, 분노에 차서 이야기한다. 패배의 전쟁은 물론이고 승리의 전쟁 또한 지독하고 잔인하게 나쁘다. 이념이나 대의는 클지언정 그 안에 점점이 놓여있는 사람들에게는. 전쟁은 누구에게나 불행한 것이다. 그들은 전쟁과 연결된 그 시간들을 겪고도 어떻게 쓰러지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가. 굳이 이렇게 묻지 않아도 이야기 속 무수히 많은 말 줄임표 속엔 전쟁 중에서뿐 아니라 전쟁 후에도 그들이 쓰러지고 쓰러지고 쓰러졌던 날들이 담겨져 있다. 겨우 살아내어 이렇게 목소리를 전하며. 그 속에서 할머니가 떠올랐다. 그리고 아직 여기저기에 계속되고 있는 나와 연결되지 않은 듯한 전쟁을 생각해 본다. 과연 그것들은 나와 떨어져 있는 것일까. 그녀들의 목소리, 이 책은 우리에게 남기는 편지처럼 느껴진다. 책을 읽고 고통을 통감한다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상상할지언정 그 말들의 깊은 강은 내가 뛰어들었던 강은 아니다. 죽음이 전쟁에선 가장 쉬운 것이라는 말.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도 너무 주제넘는 것 같아 미안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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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참여한 여군들의 인터뷰내용을 아주 사실적으로 담아낸 책. 단순히 소설이 아니라 증언집임. 전쟁의 잔인함과 참혹함을 알게 해줌... 전쟁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처럼 전쟁은 인간 모두를 피폐하게하지만 특히 전쟁에 참여한 여성들에게는 좀 더 가혹한 모습을 보임.. 전쟁 후 참전여군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대우가 그러함.... 전쟁에 참여한 여군들의 인터뷰내용을 아주 사실적으로 담아낸 책. 단순히 소설이 아니라 증언집임. 전쟁의 잔인함과 참혹함을 알게 해줌... 전쟁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처럼 전쟁은 인간 모두를 피폐하게하지만 특히 전쟁에 참여한 여성들에게는 좀 더 가혹한 모습을 보임.. 전쟁 후 참전여군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대우가 그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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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나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책이 아니라 어느 유명한 사람이 명언으로 남긴 문장인 줄 알고 그것을 적어 놓았었다. 그 문장을 인터넷 검색어에 쓰다가 이것이 책 제목임을 뒤늦게 알았다. 나의 무지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 표지부터 뭔가 남다른 포스(?)가 느껴졌다. 이 책 저자 이름은 부르기도 힘든 이름이다. 러시아나 그리스 사람들의 이름은 넘 길고 발음도 힘들다. 어찌됐건 책을 처음 펼쳐서 읽는데 내용이 장난이 아니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리얼하고 심각하고 슬픈 내용들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계속 읽지 못하고 중간 중간 쉼을 두었다. 왜냐하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었던 여군들의 생생한 인터뷰 내용은 내가 여지껏 많이 보았던 전쟁 영화나 전쟁 드라마, 전쟁에 대한 소설 보다도 더 리얼했기 때문이다.
전쟁의 참상은 전쟁에 관련된 책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 많이 봤었지만 전쟁에 참여한 여군들의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전쟁에 참여했던 여인들의 생생한 인터뷰는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때로는 여러 생각을 때로는 침묵을 때로는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전쟁은 온 인류에게 어느 시대나 존재했왔던 것이지만 이렇게 생생하게 씌어진 것을 읽기는 내게는 처음이었다. 그 어떤 전쟁 영화보다 더 리얼한 내용이었다. 남자로서 전쟁은 남자들만의 전유물로 알고 있었던 나에게 이 책은 나의 편협했던 생각들을 깨지게 만들었다. 나는 2차 세계대전에 이렇게 많은 어린 소녀들이 정규군으로 전쟁에 참여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조국을 위해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물론 당시 소련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교육이 이 어린 소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전쟁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어리고 어린 소녀들이 자신의 조국을 위해 최전선에 지원해 싸우는 모습은 내게 비장함 보다는 어른들의 비정함으로 인해 희생당하는 존재들로 느껴졌다.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그 위험한 전장에서 남자들도 하지 못하는 일들을 당당하게 해내는 모습들은 군대를 다녀온지 20년이 지난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여자들은 이야기한다. 전쟁은 살인행위일 뿐이라고...그 참혹한 현장에서 끊임없는 장례식이 이어지는 곳에서 땔감보다 병사들의 주검을 더 많이 보게 되는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여인들은 전쟁이 끝난 후에 오히려 침묵하고 있어야 했다. 전쟁은 그녀들에게 큰 트라우마가 되었고 조국을 위해 싸운 여자들을 사람들은 오히려 손가락질 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우리나라도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잡혀갔다 돌아온 여자들을 감싸주기 보다 손가락질 하고 비난했다. 일제시대 때 일본군의 성노예로 아무것도 모르고 잡혀간 어린 소녀들을 우리는 비난하고 손가락질 했다.그리고 그 소녀들도 침묵했다 뒤늦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린 소녀들... 여자로서 꾸미고 싶고 예쁜 다리를 다치고 싶어하지 않는 여자의 본성을 죽이고 그들은 참혹한 전쟁에 참여했다. 전쟁 이야기를 말할 수 없었던 이 여인들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앞에서 경험했던 전쟁을 이야기 하며 눈물을 흘렸다. 전쟁 중에서도 사랑이 있었고 남편을 만나기 위해 최전방까지 목숨을 걸고 찾아가는 내용들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사랑하는 자식을 죽여야만 하는 상황, 자신의 가족들을 잔인하게 죽인 독일군 포로들에게 똑같이 하지 못하는 오히려 그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상처를 꾀매주는 모습은 나에게 책을 멈추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전쟁은 치킨게임과 다들 바 없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 그저 잔인한 살육만 있을 뿐이다. 가족이 해체되고 온간 빨간 피만 난무하는 장소가 넘쳐나는 곳이 전쟁터이다. 그곳에서 살아남아 힘든 인터뷰를 용기있게 말한 여인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