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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 - 심야인권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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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도록 섭섭했고 삐져 있었다. 밥을 하는 일이 얼마나 티도 태도 나지 않는 일인지 몰라주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니 '같았다'가 아니라 '몰랐다' 가 맞을 것이다. 앞에 나서는 일에 익숙한데, 정작 뒤로 빠져서 밥과 설거지에 매달려야 했던 그 섭섭함이었달까. 그런데 밥이란 허리를 숙이는 일이고 고개를 떨구고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억지로' 배웠다. 빳빳한 고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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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도록 섭섭했고 삐져 있었다. 밥을 하는 일이 얼마나 티도 태도 나지 않는 일인지 몰라주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니 '같았다'가 아니라 '몰랐다' 가 맞을 것이다. 앞에 나서는 일에 익숙한데, 정작 뒤로 빠져서 밥과 설거지에 매달려야 했던 그 섭섭함이었달까. 그런데 밥이란 허리를 숙이는 일이고 고개를 떨구고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억지로' 배웠다. 빳빳한 고개는 그 어떤 실체를 만들어낼 수 없다. 
분기탱천하고 의기탱천한 20대 초반. 시민운동을 하는 선배들은 나이브하게 보였고, 천막을 치고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개기고(?) 있는 통일운동가들은 이데올로기에 휩싸여서 저렇게들 하고 있나보다 였고, 오로지 나는 학습, 또 학습. 공부, 또 공부! 를 외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먼지 먹는 사람들'은 입을 다문다. 밭을 매고 청소를 하고 먼지가 풀풀 날리는 일을 하면 입을 다물게 되어 있다는 것. 말이 앞서면 그 먼지는 고스란히 자기가 다 먹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 때 먼지를 스스로 많이도 마시고 켁켁 기침을 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먼지가 날리니 입을 다물고 손과 발을 바쁘게 움직여야 겨우 한 끼가 온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배우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뇌와 손의 거리가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야단 을 맞았고 많이 울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생기고 뇌가 손보다 먼저 앞서면 아이들은 치킨과 피자를 뜯어야 하고, 나는 뇌의 괴로움을 겪느니 차라리 먼지를 먹어버리자 싶어 국을 끓이고 쌀을 안친다.

<심야인권식당>은 인권연구소 '창'의 활동가 류은숙 선생님(나는 일면식이 없다)이 작은 연구소 사무실에서 사람들과 먹고 마신 이야기다. '술방'이라는 이름을 짓고 한 끼가 절실하기도 하고 버겁기도 한 사람들과 먹고 나눈 이야기다. 가끔 아는 사람들 이니셜도 보인다. '꽁치김치찌개 U' 씨에게 오늘 물었다.

"콩나물국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꽁치김치찌개 U씨'가 필리핀으로 국제연대 활동을 떠나기 전에, 사무실에서 끓여준 것은 콩나물국이었다. U씨가 언뜻 지나가면서 맑은 콩나물국을 좋아한다는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기억한다는 건 그 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을 기억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다음엔 꽁치김치찌개 끓여줄게 U~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줄긋기를 포기했다. 모든 줄이 살아있다. 그것은 류은숙 선생님이 '인권'을 살고 있는 사람이고, 인권은 교문 앞에서는 멈추지만 '술방' 앞에서는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 작동의 원동력은 역시나 밥이다. 밥과 술을 나누면서 쓴 이 기록은 너무 있어 보여서, 쓰기 싫은 낱말 '핍진'이란 말로 갈음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만들어낸 따비 출판사의 고생도 상찬해야 하지만, 이 책이야말로 따비 출판사의 분기점이 될 것 같다. 
독후감이 주절주절 길어진데다, 이 위대한 여정에 감히! 짜장밥 볶아 먹은 얘기를 이어다 붙이는 일은 참 불경하지만, 좋은 책은 만인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라 믿는다.

자, 당신의 인권 감수성을 체크하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이 책의 정가는 15,000원. 10%의 인세가 저자에게 갈 것이고 그러면 소주 한 병 정도 한국의 인권운동에 보태는 일이 될 것이다. 그 말 한 마디 하자고 이렇게 주절댔다. 먼지 많이 먹었다. 배부르다.

a****6 2015.11.09.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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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결산] 심야인권식당에서의 시간!
"[2015 결산] 심야인권식당에서의 시간!" 내용보기
2015 결산으로, 1권의 책을 골라야 한다면, 인권으로 지은 밥, 연대로 빚은 술을 나누는 심야인권식당을 추천하고싶다! 우연히 책을 접하고 이야기 하나하나 읽어내려가기 힘들었지만, 읽고 난 후 주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추천한 책인것 같다.인권연구소 '창'의 상근활동가 류은숙님과 함께 한 술방! 심야인권식당을 통해, 다양한 사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무
"[2015 결산] 심야인권식당에서의 시간!" 내용보기


2015 결산으로, 1권의 책을 골라야 한다면, 

인권으로 지은 밥, 연대로 빚은 술을 나누는 심야인권식당을 추천하고싶다! 

우연히 책을 접하고 이야기 하나하나 읽어내려가기 힘들었지만, 

읽고 난 후 주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추천한 책인것 같다.


인권연구소 '창'의 상근활동가 류은숙님과 함께 한 술방! 

심야인권식당을 통해, 다양한 사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그들이 나눈 대화는,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 이며 우리 현실속에서 인권은 무엇인지, 

인권은 무엇을 보장해야하는지에 대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남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이기에,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이야기이기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하며,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s******4 2015.12.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