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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결혼 이후로 세 아이를 얻었다. 주변 사람들은 10년 동안 그녀가 장 베드포드에게 충실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롤의 과거나 티 비치의 그 방이 문제 된 적은 결코 없었다. 건강을 되찾은 후에도 그녀는 결혼 전에 알던 사람들이 그동아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죽음에도 - 결혼 후에 그녀는 어머니를 가급적 안 만나고 싶어 했다 -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신뢰하는 듯, 그다지 변화를 원치 않는 듯 보였다. ...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공장의 젊은 여직공들과 바람피우는 일조차도 묵인했다. 장 베드포드는 아내를 사랗한다고 주장했다. ... 그녀를 변화시켰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단지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여자 롤라 발레리를, 자기 곁에 있는 조용한 존재를, 잠자는 공주 같은 그녀를 사랑했다. 유 브리지에 있는 롤의 집 안은 질서의 표본이라 할 만했다. 이 질서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그녀가 바라던 것에 거의 근접했다. 28-29쪽
파혼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겪은 후 다른 사람과 결혼한 롤의 일상을 무미건조하게 논술하는 장면입니다. 직장생활과 별 관련 없던 소설은 읽은 적이 없었는데 이제사 소설을 읽고 있네요. 변화라는 것은 이런 것이지 싶네요. 그런데 아직 소설의 맛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옷 벗은 롤을, 아직도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 슾름에서 헤어나지 못한 롤을 본 적이 있다. 롤로서는 그 제스처가 일어난 장소에서 자신이 배제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 그녀는 그것을 바라보기 위해 태어났다. 다른 이들은 죽기 위해 태어났다. 보아 줄 롤이 없을 때 이 제스처는 갈증으로 허덕이다가 고스러져 해체되고 롤은 재가 된다. 다른 여자의 길고 가느다란 몸은 서서히 드러났으리라. 그리고 정확히 평행적이고 반대적 움직임으로 롤은 티 비치의 남자 곁에서 그녀로 대치되었으리라. "당신, 당신뿐이아." 롤은 안 마리 스트레테르의 슬로모션 옷 벗기기를, 롤 자신의 소리 없는 스러짐을 결코 끝까지 이루어 낸 적이 없다. 나는 롤이 무도회 이후 자신이 없는 곳에서 그들 사이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 마이클 리처드슨은 매일 오후 롤이 아닌 다른 여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고, 검은 시스드레스 밑으로 다른 젖가슴이 하얗게 드러나면 그걸 끝으로 그는 눈부셔 하며 그의 유일한 업무인 이 벌거벗기기에 지친 신처럼 거기 서 있고, 롤은 그가 하던 일을 계속하길 기다리지만 헛일, 다른 여자에 의해 불구가 된 몸으로 그녀는 울부짖고, 그녀는 헛되이 기다리고, 헛되이 울부짖는다. 그러다 어느 날 불구의 몸은 신의 배 속에서 꿈틀거린다. 47-49쪽
불구의 몸은 신의 배 속에서 꿈틀거린다? 아무래도 저는 문학적 소양이 부족하지 싶습니다.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아요. 이 문장이 어색합니다. 문학을 계속 접하면 이런 느낌이 줄어들겠지요. 최소한 저는 지금 이 순간 시험을 위해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입니다. 그럼에도 이 어색함을 줄이고 싶기도 하고요.
그는 롤에게 캐물었다. 그녀는 그에게 단 한 가지 이유, 즉 여학교 친구들의 소식을, 특히 그 누구보다도 다정했던 티티아나 칼의 근황을 알고 싶어서라는 이유만을 되풀이했다. 티티아나의 에스 탈라 주소는 어떻게 알았나? 티티아나가 도심의 한 영화관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고 그래서 학교 동창회에 편지를 썼다. 장 베드포드는 아내가 수년간 줄곧 자신의 곁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른 것은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태도에 익숙해져 있었다. ... 그러나 장 베드포드는 롤이 마침내 다른 여자처럼 행동하려는 걸 말릴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성 싶다. ... 그는 롤의 자기 주장을 기뻐하는 척해야 했다. 그는 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 그녀를 벗어나게 하는 것은 무엇이건 대찬성이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그걸 몰랐나? 그러면 그녀의 산보는 어떻고? 그도 타티아나 칼과 만날 수 있을까? 롤은 곧 그럴 수 있으리라 확언했다. 69-70쪽
인생2막에서 아내도 남편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호르몬의 변화로 누군가는 사나워지고 누구는 에너지가 빠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집이라는 영역을 벗어나 활동을 하게 되기도 하고요. 지금 롤의 변화에 대해 장 베드포드의 대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자못 두렵습니다. 환희가 온전하기를 기원하게 되네요. 자연스러운 남편의 반응이겠지요.
나는 서른여섯 살이고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다. 에스 탈라에 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도립병원에서 피에르 뵈네의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나는 타티아나 칼의 정부(情夫)다. 76쪽
"처음에 난 선택할 것이 있었어. 우리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너 기억날 거야, 인생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 속에서 살든가 아니면 매우 명확히 그려진 인생에 정착하든가, 지금의 너처럼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미안, 하지만 넌 알아듣지." 롤은 듣고 있다. 그녀는 내가 거기 있는 것을 잊어버리지는 않았지만 진정으로 우리 둘 사이에 양분되어 있다. 그녀는 말한다. "나는 내 인생을 선택할 수 없었어. 그러는 게 나한테 더 낫다고 주변에서 말했지, 사실 내가 뭘 할 수 있었겠니, 내가?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이 삶 대신에 다른 삶을 사는 것은 상상이 안 돼. 타티아나, 오늘 저녁 나는 무척 행복해." 이번에는 타티아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롤을 감사 안느다. 나는 그녀들이 잘 보인다. 97-98쪽
나는 내 인생을 선택할 수 없었어. 이 말이 '어떻게 들리는가?'는 살아온 인생과 경험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 말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단언하기 어렵네요. 부정 또는 긍정이 아니라 '선택을 타인이 강요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자의 욕망이라는 개념을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롤과 타티아나를 바라보고도 싶네요.
"당신, 자크 홀드 당신이에요. 나는 당신을 일주일 전 처으메는 혼자, 그다음 한 여자와 함께 갈 때 봤어요. 당신을 쫓아 부아 호텔까지 갔지요." 나는 두려워졌다. 타티아나에게로 돌아가고 싶고, 집 밖으로 나가고 싶다. "왜요?" "당신을 선택했으니까요." ...그녀는 내 입에 입술을 갖다 댄다. 나는 응답하지 않는다. 너무 두려웠던 터라, 아직 할 수 없다. 그녀는 나의 이 불가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티 비치의 밤에 있다. 이제 됐다. 거기서는 롤 베 스타인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녀가 취한다. 나는 아직 도망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자크 홀드." 이 이름을 말할 때의 롤의 순수성! 그렇게 지칭되는 이 사람 안에 있는 확신의 불확실성을 알아본 사람이 그녀, 롤 베 스타인, 이른바 롤 베 스타인 말고 누가 또 있던가? 다른 이들이 무시했고 알아보지 못했으며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이 이름...... 121-122쪽
"내가 당신을 선택했다. 내 의지로!"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1994년 이전에 이 소설에서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그 때, 그 상황이 떠오르네요. 음, 상당히 다른 표현이 되었네요. 저에게는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기쁜 일이었거든요. 같은 말도 다른 표현과 주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혼란을 주네요. 참 그렇습니다.
이미 나체인 타티아나의 벌거벗음은 과도한 빛 속에서 커 가지만 그로 인해 결국 그것은 최소의 의미조차 상실하고 만다. 무의미는 조각상이다. 받침대 - 문장이 여기 있다. 무의미는 검은 머리채 아래 벌거벗은 타티아나, 그 사살이다. 사실은 변모하고 쏟아져 나와 더 이상 사실을 담고 있지 못하니, 벌거벗음의 진흙이, 액체가, 파도가 된 타티아나는 길로 흘러 나간다. 126쪽
순간은 끝난다. 롤의 눈물은 삼켜져서 몸의 눈물샘으로 합류했다. 순간은 승리 쪽으로도 패배 쪽으로도 흐르지 않고 그 무엇으로도 물들지 않았으며, 부정적인 기운으로서 즐거움만이 통과했다. 그녀는 말한다. "당신도 보게 되겠지만, 곧 당신과 타티아나 사이는 더 좋아질 거에요." 알지도 못하면서 그녀가 저 혼자 가리키는 이 미래에 대해 나 역시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한 상태에서 그녀에게 미소를 보낸다. 142-143쪽
나는 묻는다 : 그녀는 언제나 집에 돌아갔나요? 나는 자연스럽게 말했지만 그녀는 갑자기 내 목소리가 변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말한다. "롤은 장 베드포드하고 언제나 무사히 귀가했어요." 148쪽
정부(情夫)라는 제3자의 존재가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화자가 된 순간이 불쾌 또는 안정을 파괴한다는 생각을 갖고 읽으니 피곤 하기까지 합니다. 소설을 이런 상태로 읽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마음. 그럼에도 사랑하는 세가아와님이 이런 상상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바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음, 참, 쉽지 않은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입니다.
간간이 이뤄지는 대화가 식탁 전체로 퍼진다. 손님들은 여주인에게 말을 시킨다. ...... 요컨대 장 베드포드는 아무것도 눈치재지 못하고 있고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으며, 그의 유일한 바람은 아내가 남들 앞에서 부조리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리라. 특히 오늘 저녁에, 그는 롤에게 이 저녁 모임을 준비하게 내버려 두긴 했지만 그다지 기껍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155쪽
그럼 장과 - 그녀는 말한다 - 네 어린 딸들은? 어떻게 할 거니. 넌 그들을 바라보았구나, 네가 바라본 건 그들 쪽이구나! 롤, 네가 무서워지는구나. 타티아나, 뭐가 두렵니? 나도 모르겠어. 163쪽
"나한테 너무 변한 모습을 보이면 난 당신을 더 이상 안 볼 수도 있어요." 177쪽
내가 부아 호텔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다. 롤은 우리보다 먼저 와 있었다. 그녀는 지처셔, 우리의 여행으로 지쳐서 호밀 밭에서 잠들어 있었다. 213쪽
[해설} 여기서 환희로 옮긴 le ravissement은 보기만큼 투명하지도 자명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프랑스어에서 이 단어는 매우 다른 두 가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납치, 즉 강제로 빼앗아감이라는 의미이고, 또 하나는 환희, 즉 크나큰 기쁨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우선 환희보다는 납치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빼앗긴 마음, 상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뒤라스는 롤과 그녀가 살고 있는 침묵의 세계를 수식이 배제된 문체와 프랑스어가 허용하는 파격들을, 부서진 문장들을 조합해 그려준다. 시간과 장소는 전혀 실제 세계와 어떤 견고한, 또는 가시적인 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라캉과 같은 정신분석가의 관심을 끌고 학계에서 새로운 연구가 진행된 덕분에 작품은 훨씬 잘 이해되었다. 뒤라스는 누보로망에 속하는 소설가로 분류된다. ...... 현실에서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어떤 심적 상태를 포현하고 있는 점에서 이 소설을 미술사의 경향에 빗대어 표헌주의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215-220쪽
음 해설을 읽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것과 해설을 읽고 도전하는 것의 차이는 클 것 같은 소설입니다. 우엣든 저는 <롤 베 스타인의 환희>와 <읽고 쓴다는 것, ... 통쾌함에 대하여> 사이에서 헤매일 것 같네요. 둘다 알고 싶은 영역이니까요. 그리고 실제 삶을 위해 소통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활용자' 역시 공부하고 싶은 분야입니다. 그냥 놀기에는 30년은 참, 너무, 몹시 길다고 생각되네요. <롤 베 스타인의 환희> 다시 조금씩 만나고 싶네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