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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한 번도 내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해 본적 없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부모님들의 죽음이 하나 둘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서서히 내 죽음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할지 모르겠다. 책을 통해서도 다양한 죽음을 만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 삶이 얼마 남아있는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어떤 삶이 나을지 그건 모르겠다. 얼마 전 읽은 일본 소설에선 자신의 죽음 앞에 의연한 소녀의 모습이 밝게 그려져 슬프지 않았지만, ‘위안의 서’란 소설에선 죽음의 서늘함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일본 소설은 사춘기 소녀의 죽음이고, 위안의 서란 소설에선 중년 남자의 죽음이란 게 다르지만, 어찌되었건 죽음은 가는 사람보다 남는 사람에게 큰 상처가 되는 것 같다.
이번에 만난 마크의 이야기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이 죽어간다는 걸 아는 소년은 그 죽음 앞에 엄청난 도전을 시작한다. 열 두 살의 소년 마크는 암 환자다. 7년 간 마크를 괴롭혀온 암이 또 다시 재발하게 되고 마크는 자신이 사랑하는 반려견 보우와 집을 나선다. 할아버지와 함께 오르고 싶었던 거대한 산 레이니어 산을 향해. 산으로 향하는 여정이 쉽지 않았지만 죽음을 앞둔 마크에겐 그 마저도 또 다른 행복을 선사한다. 부모님 모르게 집을 나온 마크가 레이니어 산으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은 늘 자신 곁에 있어준 반려견 보우와 마크의 이런 계획을 알면서도 비밀을 지켜준 제시,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따스한 응원 덕분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말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죽음을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 해 본적 없었다. 내가 죽는데, 내가 죽었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새로운 시작인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지만 이젠 조금은 알 것 같다. 마크의 행동이 남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남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생각을 줬는지 알 것 같으니까. 누군가는 죽음 앞에 우울하고 한탄할지 모르겠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거냐고?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죽기 전에 도전해야 할 뭔가를 시작하고 남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니, 그래서 삶은 참으로 오묘한 마술인 모양이다. 청소년 소설에 죽음이 주제가 된다는 것. 예전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껄끄러운 주제라고 눈감을 수 없는 법. 때론 정면으로 죽음이란 주제를 만나도 좋을 것 같다. 그럼 내 삶을, 앞으로의 삶을 고민할 수 있을 테니까.
매일 똑같은 삶이지만 그 똑같은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똑같기에 지루하다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그 똑같은 삶이 축복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걸 기억하고 싶다. 똑같은 삶 속에서도 매일이 조금 다르고, 조금씩 다른 삶이기에 소소한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모두가 소중한 시간임을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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