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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西古今을 막론한 공평한 사실은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라는 것, 그리고 공평한 비극은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어김없이 하루 24시간을 쓰고 있으며 인간이라면 예외 없이 모두 죽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보다 일찍 죽어버린다면? 그런다면 그것은 전혀 공평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도 어쩌지 못하는 일..... 정말 그건 어쩌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루요우칭'이라는 이름의 한 남자가 있었다. '있었다'라고 과거형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사연은 그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망일기>는 루요우칭이 위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준비하면서 썼던 일기의 모음집이다.
루요우칭, 그는 2000년 현재 서른 일곱 살 생일을 앞두고 있다. 왕년에는 교사로, 記者로, 광고인으로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했던 그가 병상에서 일기를 적는다. 사회인으로서도 전도양양한 엘리트에, 대학동기인 아내와의 사이에 열 살 짜리 딸을 하나 두고 단란하게 살고 있는 그 남자의 병명은 위암. 그는 '룽수닷컴'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백 회 분량을 약속하고 일기를 적어나가기 시작한다.
사업도, 집안도 평정을 찾고 바야흐로 인생의 황금기를 맞으려는 찰라, 느닷없이 찾아온 병마에 그는 무릎을 꿇는다. 루요우칭은 '행복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불행은 서서히 고개를 드는 법'이라며 죽음을 능동적으로 준비하려 한다. 그렇게 무진장 의연해지려 하지만 스포츠 중계를 보며 '축구 리그의 순위가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우승팀이 시상대에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을까.'라고 안타까운 조바심을 내비치기도 하고 '이게 무슨 소용이람, 앞으로 더 얼마나 축구를 볼 수 있다고?'라며 이내 자신의 상황을 깨닫는다. 그는 '왜 하필 나인가?'라며 궂은 날씨, 몰아치는 태풍에도 시비 걸고 싶은 마음이 치밀기도 하지만 '자신이 향유한 것들을 가지고 가지는 못한다'며 처지를 받아들인다. 일기 곳곳에는 어머니와 누이들, 어린 시절에 대한 반추, 여행했던 곳에 대한 그리움, 즐기던 커피 이야기, 상하이에서의 추억 등을 토로하고 있다. 작년 그러니까 2천년 8월에서 10월까지, 우리가 실제로 뉴스에서 접했던 사건 사고들도 그의 일기는 다루고 있다. 프랑스 국적 콩코드 항공기의 사고 소식이라든가 러시아의 핵 잠수함에서 백 명 이상이 몰살한 사건, 시드니 올림픽 소식 같은 것이 그것이다. 참사 소식은 죽음을 앞둔 루요우칭에게는 남의 일 같지 않았으리라. 건강한 육체의 향연이었던 올림픽을 보여주던 화면들도 앞의 사고와는 다른 느낌으로 이 남자에게 다가왔을 것이고.
그는 딸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아비로서 딸에게, 배우자를 고를 때는 어떠어떠한 것을 살펴야하는지, 왜 留學을 꼭 가야하는 것인지, 항목을 만들어 적어두고 있는데 한 줄 한 줄이 정이 넘치고 재기발랄한 肉聲처럼 전해진다. 그는 마지막 생일에 아내와 딸과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 '최고급 프로그램'을 짰다며 담담해 하려하지만 충추절을 보내면서 다시는 명절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없으리라는 것에 다시 애통해한다.
그렇다고 <사망일기> 전반이 눈물을 짜내는 이야기는 아니다. 글쓴이 루요우칭의 개인적인 일화에서부터 역사 문화 사회에 대한 관심과 비판도 곳곳에 있다. 텔레비전에 중독된 요즘 세태를 한탄하고, 점점 담배나 술 콜라 같은 것에 입맛이 오염되는 데 대한 걱정을 늘어놓고 있다. 그밖에도 鄧麗君의 노래, (영화 <첨밀밀>에서도 이 등려군의 노래가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됐었는데 이 일기에도 등려군의 노래가 나온다. 30대 후반쯤의 중국인들에게 그녀의 노래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위암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야박하게 대하는 보험회사, 그의 일기를 읽고있는 네티즌과 독자들에게 달관한 목소리로 "천천히 가세요, 감상해보세요..."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는 또, 마치 得道한 사람 마냥 고통 속에서도 즐거움이 있는데 그것은 '집안 일에서 면제되었다는 것, 돈 쓸 궁리만 한다는 것, 싸움 거는 사람이 없다는 것, 꽃과 과일이 도처에 널렸다는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허나, 몸이 가하는 배반감을 어쩌랴. 그는 고통을 억지로 달래며 가족들과 함께 자기가 죽어 묻힐 묏자리를 보러가는 얘기도 적고 있다. 자신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죽은 다음 지내게 되는 저 아래는 도대체 어떤 세상일까.... 초조함과 의연함이 교차되는 일기는, 당초 네티즌들과 약속한 백 편의 분량을 지키지 못하고 병세의 악화로 2개월 20일만에 멈추게 된다. 10월 23일까지 적은 일기......
<사망일기>,이 책은 특히 페이지를 한쪽씩 넘길 때마다 오른쪽 달력에 표시된 날짜도 하나씩 넘어가는데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같아 읽는 이에게도 초조함을 불러일으킨다. 그 날짜표에는 10월 23일까지만 진하게 되어 있고 24일 이후는 흐릿하다. 그걸 보는 내 마음이 아렸다. 생명에는 길고 짧음이 있다지만 펄펄 살아 움직여도 시원치 않을 '젊은 피'의 30대 중반에 돌연 암에 걸려 소생할 가능성이 아주 엷다는 걸 알았을 때 그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허락된 날이 적은 사람에게, 시간을 받아놓은 사람에게 일분 일초가 얼마나 아깝고 초조했을까.
루요우칭, 중국인, 63년생 2000년 몰, 서른 일곱 해를 열심히 살았으며 미구에 닥칠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고 담담했던 사람. 엄습하는 고통과 점점 흉칙해지는 몰골의 와중에도 냉정하고도 차분하게 가족과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간 사람.사망일기>첨밀밀>사망일기>사망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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