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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짐 모리슨을 좋아하게 된 것은 순전히 그가 부른 노래, 그의 목소리가 발산하는 광기 내지는 세상에 대한 일갈을 감지하고서였다. 스스로 자폭하려는 듯한 'Break on Throuh'의 거침없는 외침과 흐느적흐느적 약물에 취해 엇박자로 미끄러져 부르는 듯한 'Five to One'의 묘한 퇴폐적 테크닉, 그리고 어느새 '지옥'의 정글로 듣는 이를 빠뜨리고야 마는 'The end'의 깊고 아득한 울림... 따위. 순전히 어떤이의 목소리를 듣고 감명받기는 빌리 할리데이 이후 처음이었지 싶다. 짐모리슨의 목소리는 30여년의 시대를 훌쩍 뛰어 넘어, 그의 광기어린 무대를 보지 못하고 자라버린 한 21세기 소년에게 말을 걸고 시비를 걸며 꾸짖기에도 충분했다.
이 책을 집어든 것은 그러므로 순전히 '짐 모리슨' 때문이었다.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인 랭보에 환상과 동경을 바치기엔 21세기 소년은 지독히 영악해지거나 너무 늙어버린 것이다. 책을 집어든 독자들의 상당수가 아마도 랭보보다는 짐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싶은데, 책의 저자 역시 좀 더 많은 탐구와 관심, 그러므로 페이지의 분량에 있어서도 짐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하다.
이를테면 이 책은 '짐 모리슨의 노래(시)에 미친 랭보의 영향'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법하다.
그러나 이 책은 전체적으로 여든 살을 넘긴 노회한 작가의 손속을 또렷이 느낄 수 있을 만큼 방대하기도 하려니와 대개는 초점없고 산만하다. 랭보와 짐을 함께 엮는 필연성의 끈은 책을 덮은 다음에도 절실히 감지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그 끈이란 호기심이나 기대로 촉발된 '느낌'이거나 '감'일 뿐이다.
이 책이 그나마 빛을 발하는 부분은 짐모리슨의 평전의 뒷부분과 책의 결말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작가는 짐의 문학적 역량을 정치하게, 유감없이 밝히고 있으며 짐과 랭보는 물론 서구 지성사의 광대, 반항아, (책의 표현대로) '봐이유'의 계보와 가계도를 그려 본다. 나아가 (진정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까지 발을 딛는다. 요컨대 이 책은 음악적인 관심보다는 문학적이고 지성적인 관심에서 근대와 산업화의 안티 영웅으로 남은 두 천재의 삶과 예술을 쫓고 있다.
책을 덮은 뒤 다시 도어즈의 오래되었으면서 늘 신선하게 다가오는 사운드를 듣자. 이제 짐의 '위대한' 목소리만이 아닌 그 웅얼거림 속에 담긴 그 깊고 의미심장한 함의를 쫓을 때인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67년부터 69년까지 나는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랭보의 시) 번역집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담은 편지들을 대여섯 통 받았다. 그러한 편지들 중 한 통인 어느 짤막한 편지에는 '짐 모리슨'이라고 서명이 되어 있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편지를 받았던 1968년까지만 해도 나는 짐 모리슨이 뭐하는 사람인지 알지 모했다. (35) 신성모독은 매우 중요한 인간 행위 ... (224) 사나이가 된다는 것은 '어린 시절을 날려보내기 위해/ 총 다루기를 익히는 것 ... (226) |
| 짐 모리슨과 랭보의 공통점...역시 천재였다는 점이 아닐까..천재들이 가지는 불운이야 궂이 공통점이라고 묶는 것은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이 들어 차치하고라도 이들이 천재성은 역시 중요한 공통점임에 틀림이 없다. 살아온 시대는 달랐지만 자신의 방법으로 시대를 앞섰고,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자신들만의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사라져갔던 이 둘의 이야기의 매치는 그렇구나! 정도이지 그렇게 놀랍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책의 내용은 뒤로 하고라도 이른바 불문학의 거장과 미국 대중문화의 코들를 읽는 책으로서는 편집의 미숙함에 혀를 내둘렀으니 일단 조악한 이 책에 일침을 놓고 싶다. 랭보의 활동했던 시대상, 자료가 부족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짐 모리슨에 관한 사진자료나 음악자료에 대한 언급의 부재는 지극이 이 둘의 작품세계와 연관된 인생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접근 방식은 신선했는지 모르겠으나,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지극인 게을렀다는 점에서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고급의 가지를 가지긴 어렵게 보이게 한다. 이 둘의 공통점도 세세한 부분에서는 느껴지지 않고 단지 짐 모리슨이 랭보의 시를 자주 언급했었다 정도이니. 랭보와 짐 모리슨이 아니라 짐 모리슨의 랭보 동경 쯤이 주제가 아닐가 싶다. 뭔가 더 있을법한 이야기를 채 다 듣지 못한 느낌의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