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권 「세 번 천하를 돌이켜 봄이여」의 등장 인물들 이희재 화백이 그리고 이문열 작가가 평역한『만화 삼국지』 10권 세트를 5권까지 읽었다. 5권은 「세 번 천하를 돌아봄이여」라는 부제가 암시하듯이 제갈량의 등장과 함께 천하 삼분지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5권을 읽고 느낀 인상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제갈량에 대한 공통된 이미지가 재미있었다. 삼국지에 대해서는 박종화·정비석·황석영의 평역본과 김용환(일부)·고우영의 만화 삼국지 등 여러 판본을 읽은 바 있다. 소설로 된 삼국지들도 등장인물이 삽화를 통해 인물을 묘사하고 있는데 제갈량에 대해서는 옥골선풍의 신선같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고우영의 삼국지에서는 제갈량에 대해서는 유비를 만나던 초기부터 수십 년이 흘러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시종일관 아름다운 미인형으로 제갈량을 표현했다. 그런데 이희재의 그림에서도 제갈량은 준수한 소년처럼 묘사하고 있다. 제갈량에 대해서 대부분의 화가들이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의 충성심을 소년같은 순수함에 비유한 것일까
둘째, 서서를 통해 완벽한 지혜를 갖추는 것이 쉽지 않음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유비의 첫 번째 군사가 된 서서는 신출귀몰한 전략의 조인(조조의 아우)의 군대를 대파하고 번성까지 점령한다. 그런 인물이 어찌해서 계략에 넘어가서 조조에게 가고, 어머니를 잃는 천추의 한을 남겼을까
어찌 서서뿐일까? 조조·유비·손권 등의 제왕은 물론 관우를 비롯한 여러 명장과 재사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대사를 그르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4권과 5권에서는 우금이 충직한 자세로 적절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조조의 신망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우금이 훗날 관우의 포로가 되었을 때 부장인 방덕은 의기를 나타내며 장렬히 죽었지만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하기도 했다.(이 시리즈에서는 8권) 우금은 조조의 오랜 부하였고, 방덕은 마초의 부하였다가 조조에게 왔으니 그 반대여야 하지 않았을까? 조조로서는 인간적인 배신감이 컸을 것이다. 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삼국지 최고의 전략가로 일컫는 제갈량마저 갖가지 시행착오 끝에 결국은 사마의를 제압하지 못하고 삼국통일의 위업을 그르치지 않았던가
셋째, 개인적으로 삼국지에서 가장 호쾌한 장면이 담긴 부분이다. 장비가 장판교에서 호통 한 마디로 조조의 대군을 혼비백산하여 물러나게 했고, 조자룡은 단기로 적진을 뒤흔들면서 주군의 아들인 유선을 구해온다. 제갈량은 세치 혀를 놀려서 동오의 군신을 농락하고 조조와의 결전으로 이끌기도 한다. 6권에서 이어질 적벽대전과 더불어서 촉한의 유비로서는 가장 절정의 순간들이 아닌가 싶다.
넷째, 여러 번 언급했지만 권말의 해설은 역시 압권이다. 5권에서는 고대 중국의 병법·병법의 계책들·고대 중국의 진법·지식인의 요람, 형주·제갈량의 천하삼분 계책·유비의 삼고초려와 제갈량의 출사가 담겨 있다. 삼국지를 여러 번 읽었지만 내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많았다. 소설의 전개와 관계없이 당시의 정세와 인물들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전해주는 것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