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캔디 작가의 빨강머리앤이라 하여 선뜻 주문한 책이 이것이었다. 그림도 예쁘고 5권이라는 짧은 분량에 앤이 결혼하기 직전까지의 많은 스토리들을 비교적 충실히 담아냈다는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읽다보면 빨강머리 앤이 캔디인지 캔디가 빨강머리 앤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을뿐더러, 원작과는 관계없이 작가 취향으로 그려놓은 듯한 등장인물에 썩 끌리지 않게 되었다. 읽으면서 내내 "루비 길리스는 앤보다 훨씬 예쁘게 그려져야 하는 것 아닐까?" "길버트가 곱슬머리라니 말도 안돼. 좀더 핸섬해야 하는 것 아냐?" "앤은 좀더 말라야 빨강머리 앤답지 않을까? 게다가 머리에 톤을 사용하지 않아 전혀 빨강머리같은 기분이 느껴지지 않잖아.." 등등의 불평을 쏘아내느라 크게 몰입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일본판 애니메이션의 빨강머리 앤에 길들여진 탓이겠지만. 또한 '앤'이라는 매력적인 텍스트를 단지 소설을 만화화한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5권이라는 분량에 처녀시절의 앤까지 다 담아내기는 물론 힘들겠지만, 지나친 생략과 단순한 만화화로 일관되는 구성은 좀 아쉬웠다. 또 겉표지가 책에 맞춰지지 않고 위아래가 심하게 구겨져 소장용으로 산 책임에 마음이 안타까웠다. 그림도 예쁘고 유쾌한 책이기는 하지만 역시 캔디만은 못한듯.. 이가라시 유미코는 캔디를 넘어서기 위해 좀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캔디의 후광으로 계속 살아가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