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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 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참으로 아름다운 시다.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일상을 벗어나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시이다. 박용래의 시는 이렇듯 한국적 향토미가 그 시적 발상의 원형이다. 그러기에 박용래의 시를 읽으면 고향이 생각나고, 콩밭메는 어머니가 생각이 난다. 모내기를 하면서 새참때 시원하게 한잔 들이키는 막걸리가 생각난다.
또한 박용래의 시는 길지가 않다. 참으로 짧다. 할만만 한다. 군더더기가 없다. 절제의 미이다. 절제하는 가운데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참음으로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이것이 박용래 시의 맛이다. [인상깊은구절] 잡목림 낙엽져 비인 잡목림은 허술한 마을 식후 풍경, 사락 사락 싸락눈 바뚤어진, 기둥에 온다 논길 살엄음에 온다 후조가 운다, 낙엽져 벌거숭이 잡목림은 조석으로 쓸쓸한 마을 초가 지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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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래의 시는 군더더기가 없다. 참으로 말을 아끼는 시인이다. 그만큼 정제되어 있는 시가 박용래의 시며, 또한 그만큼 행간을 읽어내는 노력이 있을 때 제 맛이 드러나기도 한다. 얼마 전 읽었던 고은 시들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고은 시가 쏟아지는 열정의 분화구로 표현되는 반면에, 박용래 시는 자기 목소리를 뒤로 감추고 조용한 눈길로, 나즈막한 목소리로 할 말만 간결하게 하는 절제의 미학을 보여준다.
그것이 꼭 우열의 문제로 가려져야 한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박용래의 시는 깨끗하면서도, 구수한 고향 냄새가 흘러넘친다. 마치 <메밀꽃 필 무렵>의 분위기를 시로 옮겨놓았다고 하면 적절한 비유일까? 뜨겁게 분출되는 감정이 아니라, 슬그머니 젖어들어오는 애잔한 감상- 그러한 느낌을 받은 것만으로 박용래 시는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군더더기 없는 순수함- 무릇 시를 즐겨읽는 사람이라면 박용래 시의 매력에 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저녁눈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