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겐 부모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으며, 부모라는 존재에 의해 우리는 끊임없이 사회화된다. 어른이 될 때까지 그들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며, 그들과 우리와의 상호작용이 새로운 우리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모와 피로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 만으로도 우리는 알 수 없는 동질감, 친근감을 그들에게서 느낀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생물학적인 혹은 그들이 우리보다 나이가 많다는 객관적인 요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부모 여부를 떠나서 그들이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많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생의 선배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 요즘에는 물론 맞벌이 부부들도 늘어났고, 어머니라 하여 전업주부여야만 한다는 가설은 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성보다는 남성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에, 자식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하루 종일 집을 비우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지친 모습으로 들어와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존재, 왠지 모르게 나의 생각들을 털어놓기에는 한없이 멀리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존재가 아닐지. 많은 이들에게 있어서 아버지라는 단어는 어머니라는 단어보다 그 어감면에 있어서 익숙치 않고, 너무도 먼 곳에 있는 존재로만 여겨지는게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아버지 역시 자식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세심한 배려와 넘치는 사랑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표현하지 않으며 가슴에 담아놓을 뿐이리라 믿는다. 그런 아버지가 입을 열었을 때, 그 입술로부터 나오는 사랑의 메세지. 우리는 그와 같은 것들을 기대치 않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것들로부터 더 많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글들이 그러하다. 단순히 딸에 대한 훈계였다면 고리타분하고 무언가 일정한 방향을 지닌, 자신이 원하는 딸을 키우기 위한 강압적인 목소리로만 여겨졌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고, 10여개국에서 번역 출판된 것에는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 하나를 적으며 이 글을 마친다. 아버지의 사랑이 무엇인지, 이 책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이 내리는 것이니 말이다.
눈물과 흐느낌. 그런 날이 되도록 늦게 오길 바라지만, 언젠가 네가 온몸으로 눈물을 흘리는 날이 올지도 몰라. 그때 너는 세상이 영원히 무너져 버렸다고 생각할 거야. 그 눈물을 애써 닦아 낼 필요는 없다. 시간이 가면서 마르도록 내버려두렴. 아무리 큰 슬픔도 영원한 법은 없단다. 그것을 억누르려고 하면 오히려 고통만 커질 뿐이야. 따라서 슬픔을 감추지 말고 실컷 울어라. 고통과 슬픔은
사람을 한 차원 승화시키니까. 눈물이 나고 흐느낄 만큼 심한 마음의 고통이 밀려들 때 꾹 참아 보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란다. 고통을 저절로 없어지게 놔두는 것,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가끔은 약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진정한 힘이란다. 네가 사랑하는 소중한 존재, 즉 친구나 부모가 네 곁을 떠날 때 흔들리지 않으려면 돌과 같은 마음, 놀랄 만한 무관심이 필요할 수도 있지.
그리고 나서 나중에, 추억을 더듬으면 더 편안한 눈물이 흐를 수도 있겠지. 나는 어디 있든지 너를 지켜볼 거다. 그리고 자식의 슬픔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아빠로서, 산들바람처럼 너의 얼굴을 어루만져 줄 거야. 그래서 너의 눈물이 이른 아침의 소나기처럼 흘러내린 즉시 마를 숭 있도록 해 줄 거야. 그리고 아버지와 딸을 영원히 이어주는 기적의 끈으로 너는 너를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네 길을 갈 수 있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