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4)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25%
  • 리뷰 총점8 5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25%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7.0
  • 50대 7.0

포토/동영상 (2)

리뷰 총점 종이책
[처 용] 김춘수 시선집
"[처 용] 김춘수 시선집" 내용보기
감히 평할 수 없는 우리나라 시단의 거목 김춘수...1922년 생의 통영출신 시인이시며 2004년에 먼저가신 부인 곁으로 돌아가셨다.작품 <꽃>으로 워낙에 유명해서 꽃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훨씬 더 많은 작품으로 우리 시사에 큰 획을 그으신 분이다.학창시절 배운 초기의 '무의미시'에서 '의미시'로의 전환,'순수시 ', '인식의 시', '절대시'등등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지만,나는
"[처 용] 김춘수 시선집" 내용보기

감히 평할 수 없는 우리나라 시단의 거목 김춘수...

1922년 생의 통영출신 시인이시며 2004년에 먼저가신 부인 곁으로 돌아가셨다.

작품 <꽃>으로 워낙에 유명해서 꽃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훨씬 더 많은 작품으로 우리 시사에 큰 획을 그으신 분이다.

학창시절 배운 초기의 '무의미시'에서 '의미시'로의 전환,

'순수시 ', '인식의 시', '절대시'등등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지만,

나는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고 읽으면 된다고 본다.

뭐, 우리 말로 된 시인데 굳이 해석에 연연하며 읽을 필요가 있을까.

때로는 우리 말로 된 시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무슨 뜻일지 갸우뚱하는 경우도 있지만,

쉬우면 쉬운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읽어보며 마음에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기...

물론 그 시인이 시를 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알면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정치, 문화, 역사적 배경을 살짝 알아보고 시인 개인의 생애를 훑어보고 시를 읽으면

안보이던 부분이 보이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는 어느 시대에 국한되어 읽히는 게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어 읽히기 때문에

시대도 초월한다. 수 백년 전의 시를 21세기에 읽어도 감동이 있고, 수 십년전의 시를

지금 읽어도 지금의 상황에 맞기도 해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소설도 그렇지만, 시는 일단 작가가 완성해서 내놓는 순간 그 때부터는 혼자 살아서

이모양 저모양으로 자라가는 생명체다.  

그냥 읽고 독자의 마음에 닿는대로 때로는 동그랗게, 때로는 각지게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좀 어려운 <처용단장>의 경우는 제목과는 다르게 신라시대의 처용 얘기는 나오지 않고,

처용의 이미지만 차용했기에, 외로웠을 처용이나 귀신에게 아내를 빼앗기고도

오히려 춤을 췄을 처용의 담담한 겉모습과 결코 같지는 않을 속마음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조금은 보이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처용단장>을 어떤 평론가는 김추수 시인이

자신의 어린 시절의 내성적인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되는 과정을 읊은 거라고

해석하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이해하고 보면 또 그런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의 해석을 꼭 시인이 원하는 대로 혹은 평론가의 해석대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시란 일단 세상에 나온 이상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그 시를 읽는 독자 개개인의 입장과

생각대로 받아들여지며 해석되어지는 살아있는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김춘수 시인은 "일상적인 사물, 구체적인 설명으로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하지 않고 시인 스스로

머리에 떠오른 어떤 관념을 풍경적 묘사를 통해서 구체화된 것"이라고 김주연 평론가는 책 뒷편의

해설에서 말하고 있다. 또, 김춘수 시인의 시에는 의식과 무의식이 깔려있으며 사회적인 관계의

복합적인 측면이 시 자체에 절대 개입하지 않은 순수시라고 말하고 있다.

즉, 김춘수 시인은 순수시인이라는 것이다. 순수하든지 순수하지 않든지 시인이 떠오르는 감상을

아름다운 언어로 지면에 옮겨서 "시" 라는 것으로 탄생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시를 읽고, 마음에 와닿는 대로 감상하면 되는 게 아닐까.

시를 분류하고, 의미를 분석하고, 이런 저런 것을 시험을 위해서 외우고 하던 학창시절의 기억은

정말 너무 쓸데없어서 시를 사랑하는 데 방해가 되기만 했을 뿐이다.

아름다운 시를, 시 그대로 외우고, 마음에 닿는대로 받아들이며 자랄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어릴 때 읽은 김춘수의 시는 그저 <꽃>의 의미만 생각하며 애정을 고백하는 시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그것을 넘어가니 그 다음부터는 무의미, 사물에 대한 본질 꿰뚫기,

언어유희, 삶과 죽음에 대한 명상, 형이상학적인 존재론 탐구 ...등등 점점 어려워진다. 

어쨌든 이 가을, 복잡한 생각은 내리는 가을비에 흘려보내고,

내 마음에 오는 대로, 내 가슴에 스미는 대로, 내 머리가 이해하는 대로 읽고 받아들이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김춘수 시인께서 작품 <꽃>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읽는 시는 나에게로 와서 서툰 몸짓이 되고, 아름다운 꽃이 되고,

결국에는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어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을 저녁의 시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분 수

 

1

발돋움하는 발돋움하는 너의 자세는

왜 이렇게

두 쪽으로 갈라져서 떨어져야 하는가.

 

그리움으로 하여

왜 너는 이렇게

산산이 부서져서 흩어져야 하는가.

 

2

모든 것을 바치고도

왜 나중에는

이 찢어지는 아픔만을

가져야 하는가.

 

네가 네 스스로에 보내느

이별의 이 안타까운 눈짓만을 가져야 하는가.

 

3

왜 너는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떨어져서 부서진 무수한 네가

왜 이런 선연한 무지개로

다시 솟아야만 하는가.

 

 

가을 저녁

   ---- 릴케의 章

 

세계의 무슨 화염에도 데이지 않는

천사들의 순금의 팔에 이끌리어

자라가는 신들,

어떤 신은

입에서 코에서 눈에서

돋쳐나는 암흑의 밤의 손톱으로

제 살을 핥아서 피를 내지만

살점에서 흐르는 피의 한 방울이

다른 신에 있어서는

다시 없는 의미의 향료가 되는 것을,

라이너 마리아 릴케,

당신의 눈은 보고 있다.

천사들이 겨울에도 얼지 않는 손으로

나무에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죽어간 소년의 등뒤에서

또 하나 작은 심장이 살아나는 것을,

라이너 마리아 릴케,

당신의 눈은 보고 있다.

하늘에서

죽음의 재는 떨어지는데

이제사 열리는 채롱의 문으로

믿음이 없는 새는

어떤 몸짓의 날개를 치며 날아야 하는가를,

 

 

나의 하나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순결이다.

3월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둣빛 바람이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3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처용 3장

 

1

그대는 발을 좀 삐었지만

하이힐의 뒷굽이 비칠하는 순간

그대 순결은

型이 좀 틀어지긴 하였지만

그러나 그래도

그대는 나의 노래 나의 춤이다.

 

2

6월에 실종한 그대

7월에 산다화가 피고 눈이 내리고,

난로 위에서

주전자의 물이 끓고 있다.

서촌 마을의 바람받이 서북쪽 늙은 홰나무,

내 발가락의 티눈이다.

 

3

바람이 인다. 나뭇잎이 흔들린다.

바람은 바다에서 온다.

생선가게의 납새미 도다리도

시원한 눈을 뜬다.

그대는 나의 지느러미 나의 바다다.

바다에 물구나무선 아침 하늘,

아직은 나의 순결이다.

 

 

處容斷章

 

1

바다가 왼종일

새앙쥐 같은 눈을 뜨고 있었다.

이따금

바람은 한려수도에서 불어오고

느릅나무 어린 잎들이

가늘게 몸을 흔들곤 하였다.

 

날이 저물자

내 늑골과 늑골 사이

홈을 파고

거머리가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베고니아의

붉고 붉은 꽃잎이 지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다시 또 아침이 오고

바다가 또 한 번

새앙쥐 같은 눈을 뜨고 있었다.

뚝, 뚝, 뚝, 阡의 사과알이

하늘로 깊숙이 떨어지고 있었다.

 

가을이 가고 또 밤이 와서

잠자는 내 어깨 위

그 해의 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둠의 한쪽이 조금 열리고

개동백의 붉은 열매가 익고 있었다.

잠을 자면서도 나는

내리는 그

희디흰 눈발을 보고 있었다.

 

2

3월에도 눈이 오고 있었다.

눈은

라일락의 새순을 적시고

피어나는 산다화를 적시고 있었다.

미처 벗지 못한 겨울 털옷 속의

일찍 눈을 뜨는 남쪽 바다,

그날 밤 잠들기 전에

물개의 수컷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3월에 오는 눈은 송이가 크고,

깊은 수렁에서처럼

피어나는 산다화의

보얀 목덜미를 적시고 있었다.

 

3

벽이 걸어오고 있었다.

늙은 홰나무가 걸어오고 있었다.

한밤에 눈을 뜨고 보면

호주 선교사네 집

회랑의 벽에 걸린 청동시계가

겨울도 다 갔는데

검고 긴 망토를 입고 걸어오고 있었다.

 

내 곁에는

바다가 잠을 자고 있었다.

잠자는 바다를 보면

바다는 또 제 품에

숭어새끼를 한 마리 잠재우고 있었다.

 

다시 또 잠을 자기 위하여 나는

검고 긴

한밤의 망토 속으로 들어가곤 하였다.

바다를 품에 안고

한 마리 숭어새끼와 함께 나는

다시 또 잠이 들곤 하였다.

 

*

 

호주 선교사네 집에는

호주에서 가지고 온 해와 바람이

따로 또 있었다.

탱자나무 울 사이로

겨울에 죽두화가 피어 있었다.

주님 생일날 밤에는

눈이 내리고,

내 눈썹과 눈썹 사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나비가 날고 있었다.

한 마리 두 마리,

 

4

눈보다도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물새는 죽은 다음에도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도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5

아침에 내린

복동이의 눈과 수동이의 눈은

두 마리의 금송아지가 되어

하늘로 갔다가

해질 무렵

저희 아버지의 외발 달구지에 실려

금 간 쇠방울 소리를 내며

돌아오곤 하였다.

한밤에 내린

복동이의 눈과 수동이의 눈은 또

잠자는 내 닫힌 눈꺼풀을

더운 물로 적시고 또 적시다가

동이 트기 전

저히 아버지의 외발 달구지에 실려

금 간 외방울 소리를 내며

돌아가곤 하였다.

 

*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은 아침을 뭉개고

바다를 뭉개고 있었다.

먼저 핀 산다화 한 송이가

시들고 있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서넛 둘러앉아

불을 지피고 있었다.

아이들의 목덜미에도 불 속으로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6

모과나무 그늘로

느린 햇발의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지는 석양을 받은

작은 비탈 위

구기자 몇 알이 올리브빛으로 타고 있었다.

금붕어의 지느러미를 쉬게 하는

어항에는 크낙한 바다가

저물고 있었다.

Vou 하고 뱃고동이 두 번 울었다.

모과나무 그늘로

느린 햇발의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장난감 분수의 물보라가

솟았다간

하얗게 쓰러지곤 하였다.

 

7

새장에는 새똥 냄새도 오히려 향긋한

저녁이 오고 있었다.

잡혀 온 산새의 눈은

꿈을 꾸고 있었다.

눈 속에서 눈을 먹고 겨울에 익는 열매

붉은 열매,

봄은 한잎 두잎 벚꽃이 지고 있었다.

입에 바람개비를 물고 한 아이가

비 개인 해안통을 달리고 있었다.

한 계집아이는 고운 목소리로

산토끼 토끼야를 부르면서

잡목림 너머 보리밭 위에 깔린

노을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8

내 손바닥에 고인 바다,

그 때의 어리디어린 바다는 밤이었다.

새끼 무수리가 처음의 깃을 치고 있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동안

바다는 많이 자라서

허리까지 가슴까지 내 살을 적시고

내 살에 테 굵은 얼룩을 지우곤 하였다.

바다에 젖은

바다의 새하얀 모래톱을 달릴 때

즐겁고도 슬픈 빛나는 노래를

나는 혼자서만 부르고 있었다.

여름이 다한 어느 날이던가 나는

커다란 해바라기가 한 송이

다 자란 바다의 가장 살진 곳에 떨어져

점점점 바다를 덮는 것을 보았다.

 

9

팔다리를 뽑힌 게가 한 마리

길게 파인 수렁을 가고 있었다.

길게 파인 수렁의 개나리꽃 그늘을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가고 있었다.

등에 업힌 듯한 그

두 개의 눈이 한없이 무겁게만 보였다.

 

10

은종이의 천사는

울고 있었다.

누가 코밑 수염을 달아주었기 때문이다.

제가 우는 눈물의 무게로

한쪽 어깨가 조금 기울고 있었다.

조금 기운 천사의

어깨 너머로

얼룩 암소가 아이를 낳고 있었다.

아이를 낳으면서

얼룩 암소도 새벽까지 울고 있었다.

그 해 겨울은 눈이

그 언저리에만 오고 있었다.

 

11

울지 말자.

산다화가 바다로 지고 있었다.

꽃잎 하나로 바다는 가려지고

바다는 비로소

밝은 날의 제 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발가벗은 바다를 바라보면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雪晴의 하늘 깊이

울지 말자,

산다화가 바다로 지고 있었다.

 

12

겨울이 다 가도록 운동장의

짧고 실한 장의자의 다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겨울이 다 가도록

아이들의 목덜미는 모두

눈에 덮인 가파른 비탈이었다.

산토끼의 바보,

무르팍에 피를 조금 흘리고 그때

너는 거짓말처럼 죽어 있었다.

봄이 와서

바람은 또 한 번 한려수도에서 불어오고

겨울에 죽은 네 무르팍의 피를

바다가 씻어주고 있었다.

산토끼의 바보,

너는 죽어 바다로 가서

밝은 날 햇살 퍼지는

내 조그마한 눈웃음이 되고 있었다.

 

13

봄은 가고

그득히 비어 있던 풀밭 위 여름,

네잎토끼풀 하나,

상수리나무 잎들의

바다가 조금씩 채우고 있었다.

언제나 거기서부터 먼저

느린 햇발의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탱자나무 가시에 찔린

서녘 하늘이 내 옆구리에

아프디아픈 새 발톱의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방울방울 돋는 시... 갈래, 의미, 제재, 주제...이런 것은 다 잊어버리고,

그냥 시 자체로써 읽고, 즐기고, 감상하는... 이제는 그럴 수 있어서 행복하다.

c*****p 2016.10.25. 신고 공감 3 댓글 10
리뷰 총점 종이책
자연과 인간을 사랑한 시인
"자연과 인간을 사랑한 시인" 내용보기
민음사에서는 국내에서 꽤나 알려진 유명 시인들을 전집화하여 개정판을 1995년부터 내놓았다. 비록 표지디자인이나 편집은 꽤나 난삽한 면이 없지 않지만 메이저 출판사 답게 메이저급 시인들만을 엄선해 놓았으니 한국시를 알고싶거나 공부하고픈 사람들에겐 더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민음사에서 출판된 세계시인전집도 칭찬할만 하다. 김춘수는 우리나라에선 소월에 버금
"자연과 인간을 사랑한 시인" 내용보기
민음사에서는 국내에서 꽤나 알려진 유명 시인들을 전집화하여 개정판을 1995년부터 내놓았다. 비록 표지디자인이나 편집은 꽤나 난삽한 면이 없지 않지만 메이저 출판사 답게 메이저급 시인들만을 엄선해 놓았으니 한국시를 알고싶거나 공부하고픈 사람들에겐 더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민음사에서 출판된 세계시인전집도 칭찬할만 하다. 김춘수는 우리나라에선 소월에 버금갈 정도의 국민시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김춘수의 '꽃'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대시인들의 시는 오히려 소박하며 김춘수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의 시들 대부분이 자연을 노래하고 인간을 노래하고 있다. 그 속에 담겨있는 잔잔한 사랑은 일회적인 것이 아닌 깊은 진정성을 보여준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시는 '나의 하나님'인데, 종교를 초월하여 시가 전해주는 감흥은 메마른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나님을 '늙은 비애'라고 부르짖는 시인, 시인을 생각하니 봄이 오고있음을 느낀다.

[인상깊은구절]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프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m******0 2004.03.2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꽃을 위한 서시를 중심으로
"꽃을 위한 서시를 중심으로" 내용보기
존재에 대한 처절한 물음, 그리고 회의가 직접적으로 제시된 시구는 무엇일까? 그것은 , , , 등의 어휘가 될 것이다. 는 이 시의 주제어인 '꽃'이 싹을 틔우는 장소로써 삶의 터전이라 할 수 있다. 터전이 흔들린다는 표현에서 파생되는 위태로움은 삶 자체를 부인하고 싶어하는 화자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또한, 는 꽃의 탄생과 소멸을 단적으로 드러낸 시구로서 과 흡사
"꽃을 위한 서시를 중심으로" 내용보기
존재에 대한 처절한 물음, 그리고 회의가 직접적으로 제시된 시구는 무엇일까? 그것은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피었다 진다>, <추억의 한 접시 불>, <금> 등의 어휘가 될 것이다. <가지>는 이 시의 주제어인 '꽃'이 싹을 틔우는 장소로써 삶의 터전이라 할 수 있다. 터전이 흔들린다는 표현에서 파생되는 위태로움은 삶 자체를 부인하고 싶어하는 화자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또한, <피었다 진다>는 꽃의 탄생과 소멸을 단적으로 드러낸 시구로서 <추억의 한 접시 불>과 흡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불'은 그 타오르는, 광활한 생명력만큼이나 부질없이 꺼져버릴 수 있는, 덧없는 존재이다. '불'의 생명력과 '꽃'의 생명력이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2연 내에서의 이미지 전이가 자유로운 것이다. 또한 <금>이란 인간의 삶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탑'으로 비유되는 삶에서 '금' 역할을 하고 있는 '나'는 피었다가 이내 지고 마는 꽃과 그 최후를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시구들은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이라는 이 시의 주제를 더욱 분명하게 인식시켜 주는 '시적 장치'라 할 수 있다.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를 통해 시의 대상이 너무나도 모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이 시가 거창한 주제를 갖지 않은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어느 개인의 존재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는 삶에 대한 물음이 '주'가 되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이다. 그 어느 것보다 광범위하고 절대적인 주제일 수 있으나, 시인은 이에 큰 소리 내는 것을 반기지 않은 것 같다. 한 송이 들꽃이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가 이내 져버리는 것처럼 개인의 존재에 대한 물음 역시 스스로에게 던졌다가 또 거두어 버리는, 작은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는 겸손함이 이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서시'는 무엇인가. 서시란 책의 첫머리에 서문 대신으로 쓰거나 장시(長詩)에서 서문 비슷하게 첫머리에 딴 장을 마련하여 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는 아직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한 인간이 존재 이유를 알아내기까지 우선되어야 할 그 많은 질문과 대답들, 그리고 삶의 여정이 제시되지 않은 때문이다.
d*******s 2002.12.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노래책시렁 545 處容 (김춘수)
"노래책시렁 545 處容 (김춘수)" 내용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4.29.노래책시렁 545《處容》 김춘수 민음사 1974.9.25.  바다가 있는 곳에서는 바다가 품고, 메가 있는 곳에서는 메가 풀고, 숲이 있는 곳에서는 숲이 속삭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은 품거나 풀거나 속삭이는 노릇 가운데 하나라도 하려나요? 서울은 못 품거나 안 풀거나 시끄럽기만 하지 않을까요? 《處容》을 1988해에 처음 읽고, 1991∼1993해
"노래책시렁 545 處容 (김춘수)" 내용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4.29.

노래책시렁 545


《處容》

 김춘수

 민음사

 1974.9.25.



  바다가 있는 곳에서는 바다가 품고, 메가 있는 곳에서는 메가 풀고, 숲이 있는 곳에서는 숲이 속삭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은 품거나 풀거나 속삭이는 노릇 가운데 하나라도 하려나요? 서울은 못 품거나 안 풀거나 시끄럽기만 하지 않을까요? 《處容》을 1988해에 처음 읽고, 1991∼1993해에 거듭 읽은 뒤로는 다시 안 펼쳤습니다. 불늪(입시지옥)에서 허덕여야 할 무렵에는 들여다보았습니다. 서른 해 남짓 지나 문득 되읽자니, 우리나라 숱한 글이 김춘수를 흉내내거나 따라하는구나 싶습니다. 김춘수 글에 ‘꽃’이 나온다지만, 들꽃도 숲꽃도 멧꽃도 바다꽃도 아닌 ‘머리로 꾸며낸’ 모습일 텐데 싶습니다. 글이며 말이 발돋움하려면 글담(문단권력) 안쪽에 있는 사람을 우러르거나 섬기거나 받들거나 높일 노릇이 아닌, 저마다 제 삶을 그대로 들여다보면서 차근차근 풀고 품고 속삭이는 길을 갈 일이지 싶습니다. 한때 ㄱ 아무개가 있었다고 떠올리기는 하더라도, 이제는 ‘머리로 꾸며내는 글’이 아닌 ‘온몸으로 살아내고 온마음으로 사랑하는 하루를 고스란히 그리는 글’을 쓸 때라고 봅니다. 어느 노래님이 문득 외친 “껍데기는 가라” 같은 말마디마냥, 겉으로 꾸며내는 모든 글치레는 이제 흘려보내야지요.


ㅍㄹㄴ


소금쟁이 같은 것, 물장군 같은 것, / 거머리 같은 것, / 개밥 순채 물달개비 같은 것에도 / 저마다 하나씩 / 슬픈 이야기가 있다. (늪/30쪽)


꽃이슬에 젖은 / 새벽 길 위에 서서 / 그 많은 少女들은 아직도 / 기다리고 있을까 (昆蟲의 눈/36쪽)


바위는 몹시 심심하였다. 어느날, (그것은 偶然이었을까,) 바위는 제 손으로 제 몸에 가느다란 금을 한 가닥 그어 보았다. 오, 얼마나 몸저리는 一舜이었을까, (바위/57쪽)


바람은 / 냇가에 개나리를 피게 하지만, / 그리고 / 그 色身 고운 눈만 먹고 겨울을 살았다는 / 산발치의 붉은 열매, / 붉은 열매를 따먹는 산토끼의 눈에는 / 지금은 / 엷은 軟豆色의 하늘이 떨어져 있지만, (歸鄕/67쪽)


男子와 女子의 /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 밤에 보는 오갈피나무, / 오갈피나무의 아랫도리가 젖어 있다. (눈물/110쪽)


+


《處容》(김춘수, 민음사, 1974)


少年의 숨소리가

→ 아이 숨소리가

→ 머스마 숨소리가

28쪽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 부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맑은 목숨이 하나

→ 제발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말간 목숨이 하나

→ 그저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칠칠한 목숨 하나

→ 꼭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깨끗한 목숨이 하나

29쪽


새벽 길 위에 서서 그 많은 少女들은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까

→ 새벽길에 그 많은 아이들은 아직도 기다릴까

→ 새벽길에 그 많은 가시내는 아직도 기다릴까

36쪽


碧空에 사과알 하나를 익게 하고 가장자리에 금빛 깃의 새들을 날린다

→ 파란하늘에 능금알 하나를 익히고 가장자리에 노란깃 새를 날린다

→ 하늘에 능금알 하나 익고 가장자리에 노란깃 새가 날아간다

37쪽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그 이름을 부를 때 그는 나한테 와서 꽃이 된다

→ 그대 이름을 부를 때 그대는 나한테 와서 꽃이다

→ 그이 이름을 부르니 그는 꽃으로 피어난다

→ 그대 이름을 부르자 그대는 꽃으로 핀다

40쪽


나의 追憶 위에는 꽃이여

→ 지난날에는 꽃이여

→ 어제에는 꽃이여

45쪽


이슬의 한 방울이 떨어진다

→ 이슬 한 방울이 떨어진다

→ 이슬방울이 떨어진다

→ 이슬이 한 방울 떨어진다

45쪽


存在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 이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 삶이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 숨결이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 빛이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 내가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48쪽


겨울하늘은 어떤 不可思議의 깊이에로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낯설게 깊이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들은 바 없이 깊이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믿기지 않게 깊이 사라져 가고

→ 겨울하늘은 수수께기처럼 깊이 사라져 가고

50쪽


無花果나무를 裸體로 서게 하였는데 그 銳敏한 가지 끝에

→ 속꽃나무를 앙상하게 세웠는데 곤두선 가지 끝에

50쪽


三冬에도 익던 抒情의 果實들은 이제는 없다

→ 한겨울에도 익던 구수한 과일은 이제 없다

→ 겨울에도 익던 따스한 열매는 이제 없다

64쪽


플라타너스에는 微風이 있고

→ 방울나무에는 산들바람 있고

→ 버즘나무에는 선들바람 있고

77쪽


사과나무의 阡의 사과알이 하늘로 깊숙이 떨어지고 있고

→ 능금나무 두렁에 능금알이 하늘로 깊이 떨어지고

→ 능금나무 두둑에 능금알이 하늘로 깊이 떨어지고

92쪽


石榴꽃이 滿發하고

→ 붉구슬꽃 가득하고

→ 붉은구슬꽃 넘치고

10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이달의 사락 h*******e 2026.04.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