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마치 나의 이야기 같다. 누군가와 취향이 비슷하거나 같아서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신나고, 재미있고, 뭔가 통한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임경선 작가와 직접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한 취향이 비슷하고 내가 알고 있던 작가의 면,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면들을 보면서 마치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서로 "맞아요, 맞아.", "그랬군요.."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대학 시절 그의 작품을 읽었을 때는 그냥 '읽었다'라는 말이 맞았을 것이다. 사실 그 당시의 나는 그의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밍밍하고 뭔가 나와는 많이 다른 사람들이라는 느낌이었다. 어려운 고전들보다는 술술 잘 읽히고 가볍게 읽는 장르물보다는 뭔가 있어 보이는(?). 그래서 책 속의 인물들이 말하고 있는 것, 행동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였기에 그저 '읽는다'에 그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장편 <태엽감는 새>였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것같으면서 메타포라는 것에 대한 이해와 함께 긴 호흡으로 읽어나갔던 그의 소설, 점점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의 첫 소설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차근차근 모두 읽어 나갔다. 비슷한 듯 하지만 모두 개성이 강하게 다른 그의 작품들, 마치 옆집 아저씨와 함께 하는 것 같은 에세이들, 짧은 이야기지만 긴 이야기 못지 않게 흥미진진한 그의 단편들을 읽으며 소설가 무라카리 하루키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었다.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소설가와는 뭔가 좀 다른 성향의 그를. 이 책을 읽고 나서 하루키를 바라보고 다시 그의 작품들을 떠 올리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앞으로 얼마나 더 신작을 발표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이전 작품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배경을 좀 더 알고 읽어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까.. '나라는 사람에게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조금은 더 특별한 의미인 것은 그 덕분에 부족한 재능으로 글을 쓰다 막막해지면 다시 한 번 일어서서 걸어 나갈 힘을 얻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라는 인간 본연의 선의도 품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아주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책 머리에)'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인생은 고독한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람과 사람이 서 로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것만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고 확신하지만, 그 고독이라는 채널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타자와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소설을 쓰는 의미는 어쩌면 거기에 있을지도 몰라요. ( p. 188)' '인생이라는 건 '질 걸 뻔히 아는 게임'을 하는 것과 같아요. 빠르든 늦든 우린 언젠가는 쓰러져 죽으니까. 존 어빙도 '인생은 불치병일 뿐이다'라고 말했잖아요. 어찌 되었거나 빤히 질 걸 안다면 규칙을 지켜 제대로 지는 것도 후회가 되진 않을 듯합니다. 아마 주인공들도 몸소 그렇게 실천하고 있겠죠? (p. 193)' '"사람들은 대개 고통을 통해 배운다. 그것도 무척 깊은 고통으로부터" (p. 2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