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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회과학이 이룬 가장 뛰어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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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손에 쥔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도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고리타분함과 다소 촌스러운 디자인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결코 그러지 마시길... '오월의 사회과학'은 단연 우리 사회과학자들에 의한, 우리 언어로 씌어진 가장 뛰어난 저작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 80년 5.18이 일어난 이후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상당히 많은 수의 학자들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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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손에 쥔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도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고리타분함과 다소 촌스러운 디자인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결코 그러지 마시길... '오월의 사회과학'은 단연 우리 사회과학자들에 의한, 우리 언어로 씌어진 가장 뛰어난 저작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 80년 5.18이 일어난 이후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상당히 많은 수의 학자들이 5.18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아마도 단일 주제로서는 양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된 주제일 것이다. 따라서 지금 대학생 이상의 상당수 독자들은 직간접적으로 5.18에 관한 글을 대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고, 스스로 이미 5.18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러나, 그러한 생각들이 얼마나 큰 오산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지금껏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당시의 사소한 사건들이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되살아나며, 우리가 쉽게 너무도 순진하게 사용해왔던 언어들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지 깨닫고는 전율을 느끼게 된다. 또한 이 저작의 이론적 성취 또한 놀랍다. 근자에 유행한 니체, 푸코, 부르디외 등 여러 이론들이 저자의 몸속에서 완전히 용해되어 어려운 '개념어'는 거의 씌이지 않은 채 우리의 평상시의 언어로서 5.18 해석에 적용된다. 저자의 5.18 해석에서 단연 빛나는 부분의 80년 5월 광주시민들의 투쟁과 저항, 용기와 죽음의 결단이 결코 자기 한풀이나 혁명의 열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간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신뢰, 자신의 공동체에 대한 뜨거운 사랑, 항쟁 기간 내내 함께 싸워왔던 동료 '인간'들에 대한 존경과 경외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인간'으로서의 가치, 인간의 존엄성이 공수부대의 짐승같은 만행에 의해 이렇게까지 철저히 무시되어서는 안되다는 신념은 그들에게 보통의 인간임을 넘어설 것을 요구했고, 결국 그들은 돌아올 수 없는 신화의 영역으로 나아가게끔 했다. 따라서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인간', 결코 무너져서는 안될 그 '인간'은 통상적인 휴머니즘이 이야기하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우리를 짐승과 악귀로부터 구별해주는 최저선, 어쩌면 인간의 가장 저열한 순간일 것이지만, 그들이 그 가치를 보전하고자 했을때, 그 가치마저 무너져서는 안된다고 나섰을 때 그들의 넘어서야 했던 것은 죽음에 대한 엄청난 공포와 평상시의 모든 비겁과 자신의 모든 욕망이었고 따라서 '보통의 인간'을 넘어서야 함을 의미했다. 결국 그러한 행위를 통해 당시의 광주시민들은 가장 우열한 인간, "정오의 한순간"과도 같은 그 인간, 어쩌면 니체가 말하는 '초인'으로 거듭났던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5.18의 의미를 밝히기위해 미세한 부분들, 흔히 하찮게 여겨진 여러 행위들 하나하나에 그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우리 마음 속에 가라앉아 있던 모든 감정들, 슬픔과 두려움과 죄책감과 환희와 격정들을 끌어내 한판의 씻김굿으로 풀어내고 있다. 각각의 사건들의 의미를 낱낱이 밝혀냄으로 인해 자신들이 왜 그렇듯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는지 스스로도 몰라 구천을 떠돌던 그날의 망자들조차 비로소 이 저작으로 인해 그 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m*****g 2001.08.2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저항의 한국 현대사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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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역사는 투쟁과 저항의 역사였고 이는 오늘날의 민주화에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관련 주체들의 담론들을 바탕으로 한 입체적인 연구성과는 흔치 않다. 특히 80년 5월의 광주 항쟁은 상징적 의미 때문인지, 그에 대한 실체적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 최정운이 말했듯이, "사회과학은 적어도 5.18로부터-분노했을지 모르지만-아직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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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역사는 투쟁과 저항의 역사였고 이는 오늘날의 민주화에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관련 주체들의 담론들을 바탕으로 한 입체적인 연구성과는 흔치 않다. 특히 80년 5월의 광주 항쟁은 상징적 의미 때문인지, 그에 대한 실체적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 최정운이 말했듯이, "사회과학은 적어도 5.18로부터-분노했을지 모르지만-아직은 거의 배운 것이 없다". 이 책은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담론 분석을 중심으로, 그 당시 참여한 주체들의 심적 상태를 사회과학적으로 상상함으로써 5.18의 진정한 의미를 갈구하고 있다. '오월의 사회과학'이라는 책제목이 자칫 딱딱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정치학, 역사학, 인류학에 걸친 저자의 통찰은 논지 전개를 풍요롭게 하고 있으며, 그의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은 독자를 어느새 금남로 한 가운데 서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항쟁과 죽음의 의미' 부분은 눈물을 글썽이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비장함마저 느끼게 해 준다. 올해는 83년생인 02학번들이 대학에 입학한다고 한다. 이제 '투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훈'을 위해 한국 현대사를 배우게 될 젊은 세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인상깊은구절]
우리 자신이 우리 역사를 쓰고 해석할 능력과 관심이 없다면, 우리는 5.18 투사들이 남긴 민주주의를 향유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k******2 2002.03.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