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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편지를 쓰면 어떻게 부쳐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군대에 있을 때 쓴 편지는 집사람이 우체국에 가서 보냈다. 예전에는 길 곳곳에 빨간 우체통이 있고 우표를 파는 가게가 근처에 있었기에, 우표를 사서 붙이고 우체통 안에 넣으면 되었는데 말이다. 간혹 어렸을 때 생각이 나서 우체통을 찾아 보지만, 지금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잘 보이지를 않는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약속을 정하거나 혹은 안부를 물을 때, 그 수단이 대부분은 편지였다. 물론 전화가 있기는 했지만 전화가 있는 집이 드물었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참 많은 편지를 쓰고 받았다는 기억이다. 그렇게 받은 편지들이 아마 수백통은 넘지 않았나 싶다. 그 편지들을 모아서 가지고 있었는데 언제 없애버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모두 모아서 불사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편지는 서로 주고 받는 사람들의 가장 개인적인 기록일 것이다. 남이 보아도 무방한 내용도 있겠지만, 두 사람만의 사생활이 그대로 담겨있다 보니 가급적이면 남이 볼 수 없게끔 보관하지 않았나 싶다. 전통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 사람의 기록물 중에서 개인의 사생활이 가장 많이 담긴 것은 편지와 일기였다. 그러나 일기는 부부간의 삶과 같은 일상적인 것은 단편적인 것에 그치며, 그마저도 대부분이 한자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또한 편지 역시 대부분은 한자로 기록되었지만 부부나 모자, 모녀 사이에 주고 받은 편지는 한글로 썼다고 한다. 이처럼 한글 편지는 부부를 중심으로 한 가족 사이에 주고 받은 것이 대부분이어서 가정사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까지 전해오는 이런 한글 편지를 통하여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부부가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낸 모습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부부관계에 대한 지혜를 얻고자 했다. 저자가 살펴보는 편지에 나타난 사대부가(家)의 부부관계는 현재와 비교해도 하등 차이가 없다. 부부간의 사랑과 미움은 물론 멀리 떨어져 있는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아내를 다독이며 배려하는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특히나 군역중인 남편이 보낸 편지인 15세기 말엽의 나신걸언간이나, 관직에 복무하면서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보낸 17세기 초의 유시정언간은, 지금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7년째 접어든 주말부부 생활이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할 만도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꾸만 불편해지는 것은 아마도 이제야 철이 드는 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향에 있는 어머니와 아내, 첩 그리고 딸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이동표언간을 읽으면서는, 나 역시 마음속에 담고 있지만 입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말들을 편지를 통해 보내볼까 싶기도 하다. 어머니에게, 아내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이다. 비록 조선시대 일부 사대부가 집안의 편지이지만 그 속에 나타난 부부간의 삶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리고 시대는 다르지만 현재에 있어서도 여전히 우리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그러기에 가장 멀고도 가까운 것이 무촌(無寸)인 부부 사이라 했는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