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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다지 클래식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심지어 클래식은 '잘난척 하는 소품'용으로나 혹은 영화에서 악인의 무서움을 더하는 배경으로 사용될 정도로 어딘가 들뜬 존재였다. 나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고상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언니는 심수봉의 팬이다. 임신했을때 클래식을 들었는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냥 마음편히 심수봉을 들었노라고 말했었다. 나는 물론, 클래식을 크게 틀어놓고 만두를 빚기도 했고, 그냥 집안에 흐르는 클래식 선율이 좋았다. 이렇듯이 단지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클래식을 듣는 사람이 내 주변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남편을 처음 만났을때 이어폰으로 클래식을 들으며 나를 기다리는 모습에 반했던 기억이 난다.
흔히들 클래식을 좋아하는 데에는 계기가 있었다고 말들을 한다. 남편의 경우에도 고등학교때 처음 '워크맨'을 샀고, 성능을 살피기 위해 들었던 라디오에서 클래식이 들려오는 순간 클래식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성장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가난함은 둘째로 치더라도, 부모님이 전혀 문외한이셨고, 즐기지도 않으셨으며, 라디오가 있어도 듣고 있다간 공부하라고 등짝을 쳐맞는 분위기라서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나는 성장할때까지 클래식이라고는 들을 기회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클래식에 기반을 둔 곡들을 좋아했다. 민해경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 (차이콥스키 5번 교향곡 4악장) 이현우 헤어진 다음날 (비발디 사계 겨울 2악장) 신화 TOP (백조의 호수) 존덴버 애니즈 송 (차이콥스키 5번 교향곡 2악장) 등등은 클래식에서 따온 곡들이다. 이 곡들은 듣자마자 이유없이 나를 사로잡았었다. 나는 클래식을 좋아할 계기는 없었지만 클래식을 참으로 좋아했다. 그래서 아이가 음악을 전공하게 되었을때, 진심으로 그걸 함께 행복하게 즐길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는 피아노나 현의 소리이지만, 뭐 아무렴 어떤가.
그렇다보니, 클래식의 경우 전공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삶은 매우 다르다. 그 중간을 메워줄 '취미로 클래식을 하는 사람'이나 '클래식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의 토대가 매우 약한편이라서, 이 둘은 만나기 어려운 형편일 지경이다. 심지어 아이가 클래식을 전공해도 부모는 물질적인 지원만 할 뿐 전혀 즐기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우리 아이의 경우 플룻이다보니 오케스트라에서 소리가 잘 안들릴때도 있고 쉬고(?) 있을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가 연습하는 소리마저 굉장히 듣기 좋아서 하염없이 눈을 감고 듣곤한다. 내가 좋아하는데 아이가 전공하니 일석이조 아닌가, 나는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다.
다시 클래식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보니 클래식을 공부하는 사람은 적고 즐기는 사람은 더 적다보니 우리 나라에서 클래식은 극소수가 하는 전공이 되어버렸다. 또한 좋아서 즐긴다기 보다는 대학을 목표로 달려가는 형식이라서(이건 공부도 똑같을 것이다) 배우는 과정도 매우 전투적이다. 심지어 본인이 클래식 악기를 연주하면서도 연주회를 끝까지 못보고 중간에 나가는 아이도 있는걸보면 반드시 좋아해서 배우는 것은 아니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유학간 이후에 목표를 잃었었다는 얘기를 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신것을보면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임동혁이나 조성진처럼 우뚝서는 연주자들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그렇게 유명하지 않더라도 뛰어난 연주자들이 많은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이 매우 대단하다고 느껴지면서도 마음 한켠이 찡해지기도 한다. 우리 아이가 예고를 다니지만, 학교에서 전공지도를 따로 해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각자 전공 선생님을 지정해서 그분에게 배우고, 학교에서는 점검만 하는 형식이다. 결국 학부모는 학교만 보내서 끝난것이 아니라 아이의 전공 지도를 위해 아이를 쉼없이 방과후에 레슨선생님께 데리고 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아이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이가 즐거워하니 정말 다행인것이, 우리 아이는 음악을 하기위해 모든것을 하지 않는다. 첫째로 화장을 하지않고, 친구들과 방과후에 거의 놀지 않는다.(친구들도 비슷한 사정이라서 문제는 없다) 또한 그 흔한 게임, 컴퓨터, 핸드폰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시간을 뺏기게 되면 연습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말도 반납이다. 눈뜬 그순간부터 연습계획을 짜서 밥먹는 시간 이외엔 연습이고 또 짬을 내서 공부를 한다. 이걸 시킨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이는 정말로 음악이 좋은 모양이다. 이런데도 아이는 썩 잘하지 못한다. 늘 부족하고 늘 위태위태하다. 그러니 똑같이 24시간을 할애한 그들은 어찌했기에 이렇게 멋진 음악을 연주하는 것일까. 이들은 그러므로 '노력하는 천재'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음악은 분명 '천재'가 있고 '대가'가 있다. 하지만 놀고먹는 천재없고, 놀고먹는 대가 없다. 음악은 정말로 부지런히 분초를 아껴 연습하지 않으면 천재나 대가조차 구멍이 나게 되어있다. 심지어는 부지런히 연습을 하는데도 무대에선 자칫 실수를 할때가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임동혁같은 연주자들은 정말로 내가 바라볼 수 없는 최상위 클래스의 연주자이다. 이 시디를 구입해서 깜짝 선물로 아이에게 주었을때, 아이는 정말로 비명을 지르듯이 좋아했다. 이 시디를 갖고 싶어서 엄마몰래 페북에 이벤트 응모를 했노라 실토를 했다. 이제 내일 도착할 조성진의 시디까지 받으면 아이는 아마 하늘에 오를지도 모르겠다. 이 임동혁의 시디는 쇼팽의 곡들을 담고 있다. 내 생각에 쇼팽의 곡들은 감성넘치는 기교가 뛰어는 곡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사실 그 당시엔 기교자랑이 대단하던 시기이기 때문에 쇼팽은 오히려 감성적인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실제로 쇼팽곡을 치는 연주자의 손만봐도 어찌나 바쁜지 마치 건반위에서 요정이 춤추는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임동혁의 춤추는 손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쇼팽의 화려하고 감성적인 곡들을 듣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쇼팽곡은 대부분 유명한 곡들이라서 들어보면 '아 어디서 들어본건데..'라고 생각이 들만큼 친숙하다. 이렇게 뛰어난 임동혁도 수상을 거부했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세계무대에서 동양인, 특히나 일본과는 달리 뒤늦게 시작한 우리나라는 여러가지로 차별이 있고 힘든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상자들에겐 더더욱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반인과 격리되다시피 각자의 갈을 가고 있는 클래식이라는 열악한 토대에서, 이렇게 꽃을 피우는 연주자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사실 어느 분야건 천재는 있다.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천재는 노력하는 자만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노력하면서 즐기는 천재'는 누구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동혁의 시디를 틀고 시작한 단 두마디만에 귀와 감성을 휘어잡는 그의 매력에 놀랄수밖에 없다. 이것은 단지 연습한다고 얻어지는 것 이상의 감동이기 때문이다. 아이도 첫 소리에서 그러한 매력을 담으려면 얼마나 노력하고 얼마나 연습해야할까. 조금이나마 알기에 더욱 그 훌륭함이 돋보이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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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롱-티보 콩쿨 1위 (한국인 최초 우승) 음반을 계속 들으면서 역시 임동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주가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