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록강은 흐른다"로 잘 알려진 이미륵님의 "무던이"란 책이 있습니다. 제 아이 읽으라고 사줬는데 제가 읽다보니 마음 한켠이 아련하더군요. 우리 할머니 시대판 "여자의 일생"입니다. 대지주의 아들과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다 어느덧 좋아하게 되고 그게 결국은 비극의 실마리가 돼버린 소작인 딸 "무던이"의 아릿한 이야기입니다. 연필 스케치로 그린 삽화가 참 아름답더군요. 옆의 사진에서 보시는 무던이 얼굴로 참 곱지요? 제 둘째 딸하고 닮았답니다. ^^ 주인공들이 모두 착하고 심성이 고운데 그러면서도 어쩔수 없이 비극으로 치닫는 대목 대목이 읽는 사람을 긴장하게 하고 안타깝게 만드는데. 짧게 단문으로 묘사하는 이미륵님의 글이 군더더기 없이 참 명료하고 그 가운데서 느끼는 행간의 여운이 아름다운 삽화와 함께 길게 이어집니다. 우리나라 전통 혼례나 풍속을 독일에 소개하느라고 이미륵님께서 간간이 당시의 시대 설명도 해 놓으셨는데 요즘 사람들에게도 새삼스럽게 100여년전의 시대 모습을 수채화 보듯 아련하게 떠올리게 해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버지를 여읜 열두살 소녀 '무던이'가 자신보다 어리지만 친절하고 잘생긴 지주집 아들 '우물' 을 처음 보자마자 사랑을 느끼지만 신분상 어쩔 도리가 없고... 우물이는 도시로 떠나버리고 무던이는 열일곱 되던 해 인근 부잣집에 시집을 갑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 덕분에 아슬 아슬하지만 행복하게만 보이던 신혼생활도 잠시, 무던이는 우연히 꿈결에 우물이의 이름을 부르는데... 수채화풍 삽화와 함께 보여주는 무던이의 아련한 사랑이야기는 어린이용으로 재편집 되어 출판 되었지만 어른인 제가 읽어도 책을 덮고 한 동안 생각에 잠기게 하는 호젓한 이야기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문고로 추천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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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전상서
어머니 차마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면서도 너무 죄스러워 글한자 쓰기가 숨이 차도록 힘이듭니다. 무던한 삶을 살라고 지어주신 이름을 가진 무던이는 이렇게 어머니를 울리고 맙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 시절 여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요. 어떠한 연유로 제 이름을 무던이로 지어주신 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저 하나 두고 제가 전부인줄 알고 사신 어머니 요즘은 일거리가 있으신지요? 저 시집 보내느라 가뜩이나 없는 살림 구멍내고 간 것 같아 시집가서도 내내 어머니가 걱정되었는데 이제는 어머니 생신날도 고기한근 사서 갈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이렇게 가슴이 메어집니다.
기억하세요? 어머니. 지금보다 더 어린 제가 주제도 모르고 지주의 아들 우물이를 좋아해서 어머니의 생신 고기를 사오는 것을 까맣게 잊은 것을요. 그 시절 저는 몰랐어요. 어머니. 소작인의 딸이라는 것이, 아비 없이 홀어머니의 자식이라는 것이 가진 그 시절의 아픔을요. 알았다 한들 우물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어머니. 우물이는 제게는 어린 시절의 전부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신식교육을 받는 우물이가 방학때 집에 오면 저는 어머니 말씀대로 집에만 있기가 참 힘들었어요. 왜 저를 찾는 우물이를 만나면 안되는 것인지 어머니가 서운했어요. 아니 더 서운한 건 우물이었어요. 그 아이는 신식교육을 받은 여자랑 결혼해야 한다는 그말이 저는 얼마나 서운한지 다시는 그 아이와 말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 아이가 그날 밤 작은방에서 어머니와 저와 함께 자고 난 후에 저에게 크면 시집을 오라고 했을 때 저는 그말을 그대로 믿어버렸어요, 어머니. 저는 정말 우물이한테 시집 가고팠어요. 어머니.
어머니. 세상에는 왜이리 안되는 것이 많은지요? 우물이를 가슴에 품고 저는 저를 좋아하는 부잣집 아들 일봉과 결혼하는 것이 참 아팠지만 할 수 없었어요. 그때 흉년이 들어 먹고 사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으니까요. 저는 어머니가 좋아하면 밥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 아시다시피 일봉이란 이름의 제 남편은 저를 어여삐 여겨주었고 착하신 시부모님 밑에서 극진한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어머니. 이건 알아주세요. 저는 정말 사랑받아 행복했어요. 제 남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걸요. 우물이란 이름이 자는 중에 제 입에 나온 건 아마 다른 이를 좋아해야 하는 까닭에 꿈에서라도 이별을 고하고 싶어서였을 거예요, 어머니. 우물이 이야기를 남편하게 하는 것이 나쁜 것인줄 몰랐어요. 은기둥, 금기둥을 주어도 모자랄만큼 저를 사랑한다고 했던 그에게 마음에만 품은 정인을 말하는 것이 그리 죄가 되는 줄 몰랐어요. 어머니.
비가 와요. 어머니. 그 집을 나올 때도 비가 왔는데 어머니에게 가는 길을 그토록 바랬것만 그 길은 어머니 참 힘이 들었어요. 쉬고 또 쉬어도 힘이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머니에게 닿지 못했나봐요. 어머니. 죄송하고 죄송해요. 어머니. 무던히 살라고 지어준 이름값도 못하는 딸이라 죄송해요. 어머니. 이제 무던이는 어머니 생신에 고기도 사드리지 못하고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 드리지도 못해요. 어머니, 이 하늘에서 무던이는 너무 슬퍼 울어요. 비가 내려요. 어머니.
#간결한 문체에 담긴 애절한 마음을 읽다. 어린이 책에도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발견할 때면 신기하다. 어른들의 책에만 고전문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책에도 고전동화가 있다는 것을 왜 생각치 못했을까? 읽으면서도 이것이 옛날 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지금 읽어도 매끄러운 문체 때문인걸까? 이주홍, 마재홍님의 동화를 읽으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국작가들의 동화만이 재밌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예전이 부끄러울 만큼 우리나라 동화작가들의 책도 아름다답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다.
이미륵 선생님의 자전적인 작품이라는 무던이에서 이미륵은 무던이가 사랑하던 우물이였다고 한다. 우물이란 소년의 이름에서 '볼우물'이란 우리말이 생각났다. 어쩌면 이미륵 선생님은 어렸을 때 보조개가 있던 귀여운 아이는 아니였을지 추측해본다. 선생님이 고향에 두고 온 첫사랑 무던이를 독일에서 얼마나 그리워했을지 작품에서 느껴진다.
군더더기 표현이 없는 문체들은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애절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왜 말을 많이 해야, 글을 많이 써야 감정이 전해진다고 느낀껄까? 세상에는 그러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데 말이다.
#이미륵 그를 기억해주세요! 한국인 작가로 독일어로 작품을 발표하여 한국을 독일에 소개한 최초의 작가이자 유일한 사람이 이미륵 선생님이다. 1889년에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이미륵 선생님은 1919년 3.1 운동에 참여한 일로 탄압을 피해 상하이를 거쳐 독일로 가셨다고 한다. 그곳에서 <압록강은 흐른다>로 독일문단에 이름을 알리고 작가 활동을 하면서도 그는 글 속에서 조국을 그려낼려고 애썼다고 한다. 뮌헨 대학 동양학부에서 한학과 한국학을 강의하기도 했던 이미륵 선생님은 1950년 고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뮌헨에서 돌아가셨다.
<무던이>를 네이버 책에서 찾으니 외국 창작소설로 분류가 되어있다. 한국인이었고 한국이 그리워 글에서, 삶에서 한국을 말하던 작가의 작품이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의 소설로 되어있음에 가슴이 아리다. 그의 재능을 품어줄 수 없었던 과거의 잔인한 현실도 아프고 아직도 그의 이름 하나 기억하는 이가 적다는 것에 아프다. 그리고 죄송스럽다. |
| 초등학교(그 때는 국민학교) 5학년에 들어서면서 부모님께서 사주신 문학전집에서 '압록강은 흐른다'를 처음 읽었다. 그 당시에는 깊은 감명을 받고도 자라면서 까마득히 잊었었는데, 대학생이 되어 박완서님의 '그 많던 싱아는...'을 읽으면서 문득문득 기시감에 젖어들었다. 박적골을 묘사하는 부분에서의 느낌이 '압록강은...'과 꼭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생용 문학 전집에 속한 작품이었기에 그렇게나 유명한 분의 수작이라고는 미처 짐작을 못하고 있었다. 부끄럽게도, '무던이'가 나오면서 신문 몇 곳에 실린 기사를 보고야 이미륵이라는 작가가 어떠한 분인지 알게 되었다. 서점에서 신간 틈에 끼어 슬프기도하고, 그립기도한 아득한 표정으로 나를 건네보는 무던이의 표정을 보고 호기심에 책을 펼쳤다가 꼬박 서서 절반 가량이나 읽고 결국은 사들고 들어왔다. 너무도 순수하고 맑아서 미욱하기까지 한 사람들. 그 시절 여인네들은 '시'자가 들어가면 시금치마저도 싫어했다는데 어쩌면 이 책에서는 시댁 식구들까지도 착하기가 한량이 없다. 아무도 나쁜 사람이 없는데도 구슬프게 끝나버리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 눈물이 흘렀다. 압록강은 흐른다와는 느낌이 좀 다른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촉촉한 눈물 냄새가 나는 것이 옛 여인들이 규방에 앉아 그려내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그런 눈물 냄새에는 삽화도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생생하게 녹아있고 한적한 옛 마을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린 삽화는 이미륵님이 미처 쓰지 못한 이야기의 일부분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표지에 그려진 무던이의 얼굴은 책의 줄거리와 느낌을 함축한 듯한 깊은 표정으로 보는 사람을 끌어들인다. 선하고 악한 편이 확연히 나뉘고 권선징악의 뻔한 결말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우리의 옛 풍습에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별다른 설명을 듣지 않고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압록강...'을 처음 읽었을 때처럼. 하지만 이 책을 정말로 권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아닌 그 엄마 아빠, 성인들이다. 듬성듬성 그림을 넣고 적은 분량을 휑하게 엮어 '어른들을 위한 동화'니 어쩌니 하는 숱한 책과는 달리 '무던이'야말로 진정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것이다. 결 고은 무던이의 심성을 따라가다 보면 살면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느낌을 하나쯤은 꼭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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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내 놓아도 떳떳한 작품이다. 무던이의 저 눈빛을 보고 빨려 들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한국 여인이라면, 누구나 나를 닮았다, 내 어머니를 닮았다, 내 딸을 닮았다고 말할 수 있는 순수한 무던이의 얼굴. 참 순박하다. 무던이가 좋아한 우물이. 무던이라는 이름도 우물이라는 이름도 아무 꾸밈이 없다. 가진 것 없이 살아가던 무던이가 많이 가진 우물이를 좋아한다. 요즘 아이들의 잣대대로처럼, 많이 가져서가 아니다 아무 바람도 없이, 그냥 좋은 걸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 경험한다. 그래서 무던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부분을 감추며 살아 간다. 무던이는 그러지 못했다. 거짓을 말하지도 않았고, 거짓말을 할 만큼 부도덕하지도 않았다. 어린 시절 그냥 좋았던 남자 아이의 이야기를 신랑한테 말하여 무던이의 운명은 달라진다. 무던이의 신랑은 무던이를 너무 좋아해서 그 정도의 이야기조차 사실보다 크게 받아들였다. 주인공들이 조금만 영악했더라면, 조금만 참았더라면...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러나, 그런 평범한 인물이었다면 소설 "무던이"는 감동도 여운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의 매력은 슬픔의 미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짧은 한 평생 솔직하고 무던하게 살았던 여인. 내 어머니, 내 할머니가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슬퍼서 더 아름다운 우리 이야기이다. |
| 한 여인으로 성숙해진 무던이는 어렸을 때 우물이를 좋아했지만 일봉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무던이는 결혼전에는 내외를 해야 하는 줄 모르고 우물이와 같이 논 것을 이야기 하였다. 그 이후로 일봉은 집을 나갔다. 그렇게 되자 시부모님은 무던이를 친정에 보냈다. 그러나 옛날에는 다시 친정으로 보내지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였다. 무던이는 그날 이후로 죽었다. 하지만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르겠다. 이 글을 쓴 이미륵 선생님은 우리 나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독일어로 발표한 작가로 유명하시다. 무던이를 읽고 느낀점은 전통 관습과 정서를 알아서 좋았다. 특히 전통 혼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무던이가 우물이와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끝났으면 좋았겠다. 지금이라면 그럴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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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이는 과거의 사랑 때문에 남편에게 버림 받았다. 우물이를 많이 좋았했지만 혼인은 결국 하지 못하고 어머니와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았다. 어느날 굴러들어온 부잣집 아들의 중매소식. 그 이후 무던이는 남편 일봉이와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아가는데 불길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우물이가 죽어버린 것이다. "우물아 우물아" 잠꼬대 한것 때문에 남편 일봉이는 무던이의 짝사랑을 알아채버리고 분하여 집을 떠나 무던이를 잊어버린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무던이... 자기집 댓돌앞에서 얼어 죽어버린다 우물이는 이런 무던이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명색이 부잣집 아들인 우물이가 천한 거지나 다름없는 무던이의짝사랑을 상상도 못했겠지. 일봉이는 자신의 아내에게 아마 배신감을 느꼈겠지... 철없는 무던이...... 그리고 고집불통 일봉이.... 또한 사랑하는 딸을 잃는 수압댁.... 며느리를 사랑하는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자신이 무던이에게 사랑을 받았는지 조차도 모르는 우물이.... 우물이를 짝사랑했던 무던이이지만 결혼 후에는 일봉이를 진정으로 사랑했는데..... 일봉이가 그쯤에서 용서해주면 가련한 무던이는 죽지 않았을 텐데 일봉이의 어쩌지 못하는 고집때문에 죽음을 맞은 무던이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 이였는데 자신이 용서해 주지 않아서 죽었다니.....내 생각엔 일봉이도 무던이 뒤를 이어 자살을 할것 같다.
이책은 3-4학년 어린이들이 읽어도 괜찮을것 같다. 너무 순진한 무던이가 불쌍했다. 나는 친정으로 간다고 해도 낮에 떠나서 죽지 않을것 같다. 용서해줄 때까지 기다릴것 같다. 지금은 무던이처럼 그렇게 있는 그대로 자기를 이야기할정도로 순진한 사람이 별로 없는것 같다.
-이충초교 4학년 이유정- [인상깊은구절] 그러나 이 모든 것도 늙어가는 과부 수압댁의 생활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었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그녀의 사랑하는 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한밤중 그녀가 고단해 잠이 들면,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에게로 와 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머니, 화내지 마세요 제가 내일 고기 사 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