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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말을 아끼고 싶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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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은 세 명의 가족이 160층짜리 백화점의 비상계단에 갇힌 상황으로 시작한다. 이 비상계단은 어딘가 이상하고, 섬뜩하고, 공포스럽다. 으레 있어야 할 층수 표시가 없고, 비상계단의 문은 단 한 층도 열리지 않으며, 붉은색 비상표시등은 온 공간을 불길한 붉은색으로 채운다.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이들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며 여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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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은 세 명의 가족이 160층짜리 백화점의 비상계단에 갇힌 상황으로 시작한다. 이 비상계단은 어딘가 이상하고, 섬뜩하고, 공포스럽다. 으레 있어야 할 층수 표시가 없고, 비상계단의 문은 단 한 층도 열리지 않으며, 붉은색 비상표시등은 온 공간을 불길한 붉은색으로 채운다.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이들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진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비상계단에 들어가지 말라고 쳐져 있는 빨간 띠를 넘어 들어왔다. 또한 모두 정확히 몇 층에서 계단으로 들어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오륙 층, 아마 지하 3-4층, 십몇 층, 몇 층에서 두어 층 내려왔는데, 그런 식이다. 아무도 여기가 어디인지, 몇 층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모두 층수 표시도 없는 비상계단을 헤맨다. 1층에서 구출을 한다는 방송을 듣고 내려갔다가, 사실 진짜 ‘구해야 할’ 사람들은 옥상에서 구조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올라가거나.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고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는, 그 자체가 복잡하게 꼬인 미로이며 하나의 세계인 것 같은 비상계단에 모두 갈 곳을 잃고 서 있다. 그 곳에 주인공의 어린 아들 환이가 크레파스를 들고 그림을 그린다. 물고기를, 전부 서로 다른 물고기를 열심히 그린다. 사람들은 이제 환이가 그리는 물고기들과 함께 계단을 오르고, 환이가 적는 숫자로 새롭게 층수를 센다. 과거의 기억에 의지해 세상의 기준을 맞히려던 사람들이, 틀릴지언정 그들의 기준을 정립하고 계단을 오른다.

 

  이 소설의 내용이 현실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 책에서 현실성을 찾지 않기를 바란다. 소설 안에서의 개연성은 있지만, 당장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현실성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소설은 허구이고, 진실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장르니까. 누가 봐도 현실적이지 않은 요소로 주인공의 현실과 독자인 나의 현실까지 돌아보게 하는 것이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의 매력이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이만 말을 줄인다. 결말을 말하지 않겠다. 아직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말을 아끼고 싶으며, 읽은 사람과는 열띤 토론을 벌이고 싶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무한히 달라지는 해석의 방향을 모두 알고 싶다.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이 가지고 있는 상징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고, 해석에 따라 주제마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문단을 소개한다.

 

  그러고 보니, 삶에는 이유가 없었다.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그에게 삶은 오기였다. 승리하고 이겨내려는 집념이 아니라, 제자리에 꼼짝 않고 버틴 채 서 있기 위한 아집이었다. 여러 가지 지상의 말들로 화려하게 이름 붙일 수는 있겠지만, 그는 그것이 시간의 수레를 가로막은 사마귀의 몸짓임을 알고 있었다. 거대한 바퀴에 몸통이 짓눌려 질질 끌려가면서도, 어디까지 갈 테냐 끝까지 시간에 매달리는 발버둥. (52쪽)

 

r**********m 2017.05.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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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련한 절망, 이 말을 기억하고 싶다.
"후련한 절망, 이 말을 기억하고 싶다." 내용보기
<다르게 사는 사람들-우리 사회의 소수자들 이야기>(윤수종 엮음, 이학사, 2002)라는 책이 있다. 이 책 맨 앞에 트렌스젠더 여성 소설가 김비가 쓴 글이 나온다. 제목은 ‘작은 외침.’ 내겐 무척 낯선 이야기였지만 참 아픈 글이었다. 이 글을 쓴 뒤로, 김비 씨가 잘 지내고 있을지 가끔 궁금했다. 그러다 이 소설,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이 나온 걸 알았다. 소설에 대한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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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사는 사람들-우리 사회의 소수자들 이야기>(윤수종 엮음, 이학사, 2002)라는 책이 있다. 이 책 맨 앞에 트렌스젠더 여성 소설가 김비가 쓴 글이 나온다. 제목은 작은 외침.’ 내겐 무척 낯선 이야기였지만 참 아픈 글이었다. 이 글을 쓴 뒤로, 김비 씨가 잘 지내고 있을지 가끔 궁금했다. 그러다 이 소설,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이 나온 걸 알았다. 소설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김비에 대한 어설픈 관심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모두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나의 불안과 두려움은 부끄러운 것일까. 희망을 꿈꾸지 못하는 내게 미래로 나아갈 자격은 없는 걸까. 이 이야기는 그런 비관에서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결국 앞으로 발을 내딛는, 삶을 향해 꿈틀거리는 이상한 절망에 관한 이야기다.’

 

책 맨 뒤에 나오는 작가의 말.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생각을 했다. 내 마음이 이렇다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가 이런 생각으로 소설을 썼을 것 같다는 생각. 소설은 현실의 반영이기만 한 게 아니라,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하므로.

 

비상계단에 갇힌 남수네 식구와 여러 사람들의 모습은 내겐 좀 낯설었다. 그네들의 삶이 낯설다기보다는 올라도 올라도, 내려가도 내려가도 출구가 없는 공간이라는 설정이 그랬다.

 

나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주 불안하고 두려운데. 비관에 빠져 희망을 꿈꾸지 못할 때가 여전히 많은데……. 진짜로 출구가 없는, 그런 처절한 삶을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 걸까. 꽉 막힌 곳에 갇힌 사람들이 아등바등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이야기에 공감이 잘 가지 않았다. 답답했다. 그 사람들은 잘못이 하나도 없음에도. 오히려 억울하게 갇혀 있는 상황인데도.

 

갇힌 이들 모두가, 아니면 일부라도 비상계단을 탈출하는 마무리가 나올 줄 알았다. 아니, 기대했다. 그런데 소설은 마지막까지 출구 없는 계단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모두가 그 안에 그대로 남는다. 몇몇은 을 예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 빠져 밖을 알 수 없는 둥근 구멍으로 떨어져 나가기도 했지만.

 

내가 아직 덜 힘들게 살았나 보다. 그리고 힘든 사람들 이야기를 덜 만났나 보다. 출구 없는 삶에서 희망까지 갖지는 못해도, 살아 보겠다고 꿈틀거리는 이상한 절망들에 깊이 스며들지 못한 걸 보니. 이 책을 보면서 김비의 삶에 조금 더 다가서고 싶었는데 아직은 자격미달인 듯.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남자와 여자의 경계 위에 태어나 서른 살 나이에 여자로서 다시 태어난 김비 당신을 마음 깊이 응원하노라고, 진심으로 당신이 행복하길 바라노라고 말해 주고 싶다. 당신의 다음 작품도 꼭 읽어 보겠다는 다짐도. 그땐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성숙해져 있기를 바라며.

희망이라고 다 옳은 게 아냐. 어떤 희망은 후련한 절망만도 못해.” (98)

 

후련한 절망.’ 희망과 절망 사이를 수도 없이 오고 갔을 작가의 삶이 그려냈을 저 글귀.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말만큼은 꼭 기억해 두고 싶다. 절망에 허덕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치 지쳐 버린 어느 순간, 그 절망을 후련하게 내려놓을 용기를 내고 싶어질 때, 이 말을 떠올리리라. 그런 순간이 오면 이 책을 다시 한 번 펼쳐 봐야지.

n****l 2016.11.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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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김비]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내용보기
3.3256페이지, 23줄, 25자.(본 블로그의 글은 줄거리가 포함되거나, 감추어진 비밀 등이 묘사될 수 있습니다.)동반 자살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추억을 남기자는 아내의 제안에 남수 일가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160층 빌딩에 옵니다. 갑작스레 내몰려 비상구라고 생각되는 곳에 들어섰지만 붉은 등만 있는 이상한 곳이여서 되돌아 나가려 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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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256페이지, 23줄, 25자.


(본 블로그의 글은 줄거리가 포함되거나, 감추어진 비밀 등이 묘사될 수 있습니다.)


동반 자살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추억을 남기자는 아내의 제안에 남수 일가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다는 160층 빌딩에 옵니다. 갑작스레 내몰려 비상구라고 생각되는 곳에 들어섰지만 붉은 등만 있는 이상한 곳이여서 되돌아 나가려 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그다지 높은 층이 아니었다고 생각되어 아래로 내려가 보았지만 16층이나 내려가도 똑같은 구조일 뿐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올라왔더니, 13층 만에 머물러 있던 아내와 환이를 만났습니다.


노력하였으나 제자리에도 도달하지 못한 남수입니다.


아래가 막막하니 올라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먼저 만나게 된 사람은 여기서 물품 정리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는 수현. 불룩한 배낭이 수상합니다. 결국 정리 덜 된 건물이라 창고에서 값비싼 물품을 빼돌려놓았다고 하네요. 반값에 팔아도 몇 천이라면서. 하지만 한참을 내려가도 제일 밑층인 지하 12층은 보이지 않아 도로 올라가게 됩니다. 다음에 만난 사람은 구두를 사러 온 정화. 겨우 취직이 되었더니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하여 더 궁핍해졌다고 말합니다.


수상해 보이는 수현 때문에 주머니에 넣어둔 -- 이 건물 들어오기 직전에 구입한 것이다. -- 칼을 자꾸 만지작거리게 되는 남수입니다. (집에 가서 죽을 사람이 칼은 왜 샀죠?) 이제 두 사람을 더 만나게 됩니다. 치매에 걸린 것 같은 노인과 면접하러 왔다는 목정이란 남자. 그런데 방송이 나옵니다. 아래로 내려가서 기다리라고. 권위에 복종하는 건 조직사회 구성원의 특성이니 다들 내려갑니다. 내려가다 보니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네요.


몇 사람이 말하기를 고위층이 탈출하기 위하여 일반인들을 아래로 보내는 것이라는 설을 주장합니다. 윤중토가 대표 격입니다.


아무튼 모두의 공통점은 들어가지 말라고 표시된 빨간 띠 너머의 공간으로 들아온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한참 오르다 다시 아래에 문이 열렸다기에 달려가자 조롱하는 말이 들려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인데, 쉬자고. 기다리다가 탈출하자고. 그래서 다시 올라갑니다. 가다가 수현과 정화는 그냥 여기(이 세상)를 즐기겠다면서 아래로 천천히 내려갑니다. 더 오르니 공통 통로가 열렸다는 사람을 만나고, 더 가니 사람들이 어떤 사람에게 축복을 받은 다음 허공으로 몸을 던집니다. 다시 살아난다면서.


금이는 파란 트레이닝 복을 입은 남자를 따라가며 칼로 찌릅니다. 그녀는 회복하는 듯해 보이네요.


한참 올라가던 그들에게 이번엔 빨간 띠로 막힌 문이 보입니다. 다시 선택의 시간입니다. 열어 볼까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계단을 오를까?


<모르는 공간에서 믿을 것은 무엇인가>가 주제 중 하나일 것 같은데, 그건 사람에게 '왜 사냐?'고 묻는 것과 비슷합니다. 정답은 '태어났으니까 산다.'겠죠. 그건 선택의 차원이 아니니까요. 마지막 부분을 다르게 해석하면 이들은 이미 죽은 자들일지도 모릅니다. 죽은 걸 모르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뭐 목적없이 살면 그게 죽은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등장인물(호칭순)

김해숙(허명식의 국민학교 동창), 남수, 목종(자칭 면접남), 송금이(얼굴에 흉터가 있는 여자), 수현(천수현), 정화(윤정화), 중토(윤중토), 지애(남수의 아내), 파란 트레이닝 복 남자(금이를 따라와 유린한 남자), 허명식(명퇴 대기자), 환이(김달환, 남수의 아들)


160425-160425/160425

k****8 2017.03.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