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란이 많았던 슬픈 역사(歷史)때문에? 물론 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애시당초 그런 역사(役事) 자체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그 배경으로 저자는 지리적 요건을 든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소규모의 공동체가 자족하며 살기에 적합하기 때문에, 중국이나 이집트처럼 농업활동에 대규모의 노동력이 집중할 필요가 없고, 따라서 중앙집중적 전제국가가 출현할 계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역사 대중화 바람이 일기 시작한 초입에 나온 책이라 요즘 나오는 책들만큼 쌈박하고 깔끔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통사적인 서술도 아니고, 고대사에 대한 기초지식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쉬운 책만은 아닌 것 같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대학시절, 내가 접했던 한국 고대사에 관한 책들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의지한 정치사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니면, 고조선이 중국을 지배했다는 식의 재야사학계의 책들이거나...) 이 책은 당시의 사회상, 생활상에 관한 것들을 두 사서 뿐만 아니라 중국문헌과 고고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그려내려고 한다. 광개토대왕비문이나 한사군 문제, 칠지도 등 한국고대사에서 항상 쟁점이 되었던 문제들도 차근차근 짚어나가고, 한 신라 청년의 죽음을 통하여 당시의 격변하는 사회상을 조명해 보기도 한다. 주관적 견해를 배제하고자 세심히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고, 쟁점이 되는 미묘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대단히 조심스럽다.무엇보다도 대단히 성실하고 꼼꼼한 글이었다. 저자의 학문하는 열정, 글쓰기의 자세 등등이 느껴져서 배울 점이 많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본문 활자가 너무 작다는 점이다. 쉽게 읽히는 내용이 아닌만큼 활자라도 좀 시원하게 컸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한국 고대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