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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고향은 새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있었지만 감나무골이라고 부를 만큼 감나무가 지천이었다. 우리 집 밭에도 동무들 세 명과 함께 손을 둥글게 잡아야 겨우 닿을 만큼 가슴둘레가 넓은 감나무가 있었다. 10가마 이상 감을 따는 감나무는 밭에서 일하던 마을 사람들이 새참을 먹을 때면 그늘로 모든 사람들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집에도 지붕보다 더 높게 자란 감나무며 살구나무, 고욤나무 들이 있었다. 고향에서 만난 나무들은 내 생애 최초의 나무라 할 수 있다. 나무와 인연을 다시 맺게 된 것은 딸아이가 여섯 살 때다. 도시에서 자라는 딸아이에게 “내 나무”를 갖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딸과 함께 처가에서 감나무와 매화나무를 심었다. 그때 심은 나무는 딸아이 최초의 나무가 되었고 거기서 딸아이 최초의 시가 탄생하기도 했다. 내게도 큰 의미로 다가왔음은 물론이다. 다음 인연은 산수유다. 올해 들어 깊은 관심을 두게 된 산수유는 일터 앞에 있어 거의 날마다 살펴보고 있고 일주일보다 기록을 하고 있다. 산수유에 대한 관심은 우리 둘레 나무들로 이어졌고 마침내 나무에 관한 책 읽기로 이어졌다. 이 책은 유홍준 선생이 고궁에 갈 때마다 거의 반드시 들고 가는 책이라고 한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창비, 2011년, 65쪽). 나무에 관한 한 이 책의 저자 박상진 선생은 유홍준 선생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박상진 선생을 내 나무 스승이라 여기며 계속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미 나무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훨씬 자세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나무가 아니고 궁궐의 우리 나무인가. 우리나라에는 약 1,000종의 나무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침 산책길의 동네 약수터에서 높은 산의 등산길까지 일반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나무는 대체로 300여 종이란다. 좀 더 가까이 궁궐에나 사찰, 문화유적지, 공원 등 우리 생활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무는 100종 안팎이라고 한다. 그런데 궁궐은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고, 일제 강점기에 원형을 대부분 잃었으나 다행히 우리 손으로 복원하면서 많은 나무를 심어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나무 대부분을 볼 수 있어 궁궐의 나무에 관한 책을 썼다고 한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덕수궁의 5대 궁궐에 현재 자라고 있는 나무가 주인공이다. 그 중에서도 일반인들이 관람로를 따라 관찰할 수 있고 또 우리 나라에서 흔히 자라는 나무를 대상으로 해 그에 얽힌 역사를 알아보고 아울러 나무마다 특징을 찾아내 구분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하여 시가집, 농서(農書), 문집, 의학서적 등과 중국 고서에 기록된 관련 내용들을 찾아내 나무를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였다. 또한 사람들이 좀 더 나무와 쉽게 가까워질 수 있도록 이름이 붙여진 연유와 시인들의 시에 포함된 관련 구절, 알려진 전설들을 덧붙였다. 오늘날 나무가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었다. (「머리말」, 5-6쪽) 나무에 관한 책이지만 풍부한 인문학적인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전문적인 고서적부터 최근 시인의 시까지 얼마나 방대한 자료를 포함시켰는지 놀라게 된다. 그러나 내가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은 나무에 대한 선생의 태도이이다. 선생은 지나온 세월을 말하듯 갈라지고 터져버린 나무의 피부를 직접 만져보고 천태만상의 잎사귀와 온갖 모양의 꽃을 피우고 갖가지 열매를 매다는 사연을 들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들은 나무의 사연을 옮겨 적었다. 그리하여 나는 나무 무당을 통해 나무의 사연을 듣는 느낌이다. 나무 무당을 통해 사연을 들은 뒤 바라보는 나무가 이전과 꼭같이 보일 수는 없다. |
| 꽃이라면 제법 많이 알고 있는 사람도 나무 이름을 대라면 스무 개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대부분 벚나무나 감나무처럼 꽃이 아름답거나 과일이 열리는 나무, 아니면 느티나무나 소나무처럼 교과서나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들로 채워져 있다. 높은 산의 등산길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는 대체로 3백 종류쯤 되고 우리의 생활주변에 흔한 나무들은 1백 종류를 넘나드는 정도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몇몇 나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익명의 나무들에 둘러싸인 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익명의 나무들도 제각기 이름을 가지고 있다. 비슷해 보여도 자세히 살펴보면 제각기 다른 모양의 잎과 꽃을 피우고 비록 우리가 맛있는 과일로 대접하지는 않아도 저마다 특색 있는 열매를 맺는다. 이들 익명의 나무들은 우리가 바쁘다고 외면하기에는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켜 온 다정한 이웃들이다. 그러니 별 쓸모도 없는 나무의 이름은 알아서 무엇하냐고 반문하기 전에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이웃된 도리일 것이다. 그 때 비로소 나무들은 우리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나이테 속에 오랜 세월 묻어 두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자신이 피운 꽃의 아름다움도 살짝 보여주며 또한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열매가 사실은 귀한 약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 슬쩍 귀띔해 준다. 기획과 준비과정, 집필에 2년이 꼬박 걸렸다는 이 책에서 우리가 듣게 되는 것이 바로 그러한 나무들의 이야기이다. 먼저 나무 이름부터 보자. 고즈넉한 산사의 앞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롱나무는 진분홍 꽃이 백 일 동안 간다고 '백일홍나무'라고 불렀다가 '배기롱나무'를 거쳐 '배롱나무'로 되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자작나무는 껍질이 탈 때 "자작자작"하는 소리가 나는 데서 따왔다고 한다. 이외에도 능수버들, 조팝나무, 때죽나무, 물푸레나무의 이름 풀이가 재미있다. 사람들의 이름에 모두 나름대로 뜻이 있듯이 나무들의 이름에도 제각각 재미난 사연과 뜻이 담겨 있음을 이 책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또한 옛 의학서적과 전래의 민간요법에 의거하여 각 나무들의 잎이나 열매 등이 지닌 약리작용을 밝혀 놓은 부분도 흥미롭다. 늦봄에 새하얀 꽃들이 무리지어 피는 조팝나무의 잎에는 조팝나무산(酸)이라는 해열과 진통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버드나무의 아세틸살리실산과 함께 진통제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도 이 책에서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진통제의 대명사 아스피린(Aspirin)의 이름도 아세틸살리실산의 'A'와 조팝나무의 속명(屬名)인 스파이리어(Spiraea)에서 'Spir'를 따고 당시 바이엘 사의 제품명 끝에 공통적으로 쓰던 'In'을 붙여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나무들의 식생(植生)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비슷한 나무들을 구별하는 방법도 사진을 동원하여 소상하게 밝혀 놓아서 이 책은 나무도감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야생초 편지>에서 황대권이 도표로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북한의 국화 목란(함박꽃나무)과 목련, 모란, 작약의 구별법을 직접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리수나무라고 부르는 나무도 사실은 석가의 인도보리수(菩提樹)와 '보리'란 지역에 많이 자라나 그 이름을 얻은 보리수(甫里樹)나무, 그리고 우리나라 사찰에 인도보리수 대신 심고 보리수라고 부른 피나무 무리를 두루 가리키는 이름이라는 사실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러나 이 책의 진면목은 이러한 생물학적 지식에 더하여 역사의 숨결과 문화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들의 옛 이야기들과 사연들을 하나하나 펼쳐 놓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옛 문헌에서부터 중국의 문헌까지 아우르는 역사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고려 시대의 시가에서부터 최근 장정일의 시까지 인용하는 거침없는 저자의 깊은 문화적 소양이야말로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힘인 것이다. 여기에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역사의 숨결과 문화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궁궐에서 그 나무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니 더 잘 어울린다. 저자가 그러한 문헌들과 문학작품들 속에서 뽑은 우리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무가 언제나 우리 삶의 동반자였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토끼전>에 나오는 조팝나무, 김유정의 <동백꽃>에 나오는 생강나무(동백나무가 아니라 생강나무다!), 김소월의 시 <산>에 나오는 오리나무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런가하면 나무들은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에서처럼 대중가요에도 자주 등장했고 <은행나무 침대>에서처럼 영화의 기둥 소재가 되기도 했다. 어떤 나무들은 역사의 현장을 지키기도 했다. 버드나무는 왕건이 고려를 세우는데 큰 힘이 되어준 버들 유(柳)씨 신혜왕후와 만나게 되는 결정적인 인연이 되었고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돌배나무를 이용해 자신의 활 솜씨를 자랑하였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은 1987년 9월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자신의 고난에 찬 인생역정을 인동초에 비유함으로써 연설을 시작했다. 여기서 인동초란 바로 인동덩굴을 말하는 것인데, 인동덩굴은 사실은 풀이 아니고 여러해살이 나무라는 점을 저자는 잊지 않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역사상 뛰어난 인물들과 인연을 맺은 나무들도 있지만 어떤 나무들은 일반 서민들과 인연을 맺어 전설을 만들고 우리의 풍속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박달나무는 천등산 박달재의 박달도령과 금봉이에 관한 전설을 담고 있고 천안삼거리의 능수버들은 군역에 나가게 된 한 홀아비와 그의 딸 능소에 관한 사연을 담고 있다. 결혼하는 것을 '화촉(華燭)을 밝힌다'라고 흔히 말하는데, 이 단어에 들어있는 '화(華)'는 바로 껍질에 불을 붙이면 잘 붙고 오래 가는 자작나무를 가리키는 말이다. 제사상에 다른 과일은 모두 올려놓아도 복숭아만은 제외시키는 이유는 복숭아나무 가지가 예로부터 귀신들을 쫓아내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천안의 호두과자가 명물이 된 데에도 무슨 사연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다면 한번 이 책을 사서 펼쳐보라. 그리고 고궁을 찾아가 이번에는 건물 대신 나무들을 주의 깊게 살펴하면서 거닐어보자. 친절하게도 이 책에 수록된 나무들의 순서는 궁궐을 돌아보는 동선을 고려했다고 하니 책을 넘기면서 나무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그 나무들과 눈을 맞추면 저절로 나무들의 이야기가 들려올 법하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아이들 손을 잡고 고궁을 거닐며 듣는 우리 나무들의 이야기는 분명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 우리 인간은 탐욕스럽게 땅을 사유화하고,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땅에 뿌리내린 나무들을 잘라내고 있다. 하지만 어디 눈 들어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 곳이 있으랴. 그 수많은 나무들. 옛사람들은 그 나무들에서 많은 것을 얻었기에 그 하나하나에 이름을 불러가며 구별할 수 있었는데, 겨우 식물도감을 꺼내놓고 대조해봐야 이름을 알 정도니~~~ 대부분의 식물도감이 마찮가지다. 은행나무, 소철같은 진화과정상 오래된 나무들이 앞서고, 그 뒤에 소나무, 잣나무 같은 겉씨식물 등등의 순서로 배열된다. 학명이 먼저 붙고, 원산지며 분포기를 먼저 알린 다음에 수피며 수형, 잎, 꽃, 열매의 모양이며 특징을 소개한다. 목질의 용도나 특징을 간략히 알린 다음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이 소개된다. 도감 하나만 있으면 쉽사리 나무이름을 찾을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도감에서야 가나다순으로 있지않아도 색인표보면 되지만 땅에 뿌리 내리고 있는 나무의 이름을 알아야 도감에서 찾을수 있을게 아닌가? 그걸 몰라 도감을 들고 있는 것인데 도감을 열어볼 수가 없으니~~~ [궁궐의 우리나무]는 그 엄청난 모순을 해결한 것이다. 바로 경복궁엘 가서 도감을 만든 것이다. 창경궁 내부의 전체지도를 지도로 만들고 거기에 뿌리 내린 나무들을 전부 지도 속에 이름과 함께 표시해 둔 것이다. 경복궁 뿐만 아니라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의 나무들을 모두 그렇게 한 것이다. 즉 이책 하나만 들고 궁궐에 가면 어느나무가 어떤 이름을 달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현장에서 알아볼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책이 나오기 전까지 환경과 문화 보호 차원에서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이 있었다. 전문적인 전공자들과 어울릴 수 있는 전문적 교양인수준의 사람들이 소정의 공부과정을 마친 뒤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등산객에게 나무와 숲의 생활을 소개하는 '숲 해설가'. 궁궐 등 우리 문화재를 여행객에서 안내하는 '궁궐지킴이'. 이 두 부류의 전공분야는 다르지만 교양인 수업과정에서 겹쳐졌고, 이둘의 융합이 이뤄진 게 종묘에서 였다. 거기서 흰트를 얻은 교재가 이 책이 아닐까? 박상진교수야 나무에 관한 자료들을 제공했을거고, 눌와의 편집팀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궁궐 내부 지도, 관람시간표까지 챙겨넣은 정성이 상당하다. 한가지 아쉬움. 인쇄물의 경우, 그러니까 사진의 경우 실제 크기를 갸늠할 수 없다. 목련꽃과 조팝나무꽃은 실로 50배 이상의 차이가 나지만 사진은 같은 크기로 나와 있다. 그래서 실물에서 보면 도무지 알수 없는 것이 된다. 이책의 제일 큰 공이 현장실물을 가지고 있는 것인 이유도 그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이를 동영사으로 제작하며 전체조형과 부분의 위치, 크기 느낌을 전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4계절마다 달라지는 장면까지 잡아줘야 하니 꽤 시간과 정열이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
| 「궁궐의 우리나무」는 서울에 있는 고궁들의 나무지도다. 이 책만 손에 들면 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등 고궁 네 곳과 종묘의 나무 이름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름뿐만 아니다. 저자는 매 나무마다 갖고 있는 사연들을 드라마처럼 재밌게 풀어놓고 있다. 나무의 유래와 특징과 쓰임새 따위가 풍성하게 담겨 있으니 가히 ‘나무사전’이라고 해도 틀림없겠다. 「궁궐의 우리나무」는 2001년 여름 끝에 나왔다. 나는 시골 출신인 까닭에 웬만한 나무 이름 정도는 다 꿰고 있다고 자부해왔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나무가 너무 많았다. 내가 모르던 것을 알게 해주었으니 고마움을 느꼈을 법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왠지 자존심이 상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아무려나 그해 가을에 나는 역시 시골 출신인 직장 동료와 날을 잡아 이 책을 들고 창경궁엘 갔다. 과연 이 책의 나무지도가 100퍼센트 정확한지 철저히 검증해 보자는 이유였다. 어찌 보면 어이없는 이유였으나, 둘 다 한심한 노총각들이었으니 그런 일이 가능했을 것이다. 창경궁 홍화문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눈에 확 들어온 나무들은 책을 펴볼 것도 없이 뻔한 것들이었다. 앵두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따위는 시골엔 지천으로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아뿔싸, 명정문을 바론 왼편에 엄청난 덩치의 나무가 떡하니 서 있는데, 도무지 무슨 나무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책을 펴보았고, 그것이 ‘회화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비의 절개를 지켜주는 마음의 지주’라는데, 주로 양반 동네에 가면 몇 그루쯤 있다는 것이다.(162쪽) 양반 동네라니, 참. 회화나무를 시작으로 우리는 낯선 나무를 만나 책을 펴보고 그 이름을 확인하는 재미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보통 산목련이라고 부르는 함박꽃나무가 북한의 국화라는 걸 알게 되었고, 잘못 깎은 중학생머리처럼 계단모양을 하고 있는 층층나무를 만났다. 빡빡머리 중들이 때로 매달려 있는 모습대로 이름 붙인 때죽나무를 만났고, 역시 생긴 모양대로 이름을 붙인 화살나무, 국수나무와도 악수했다. 돌아보면 우리는 그날 책을 통해서 참 많은 나무를 만나 통성명하는 인사를 나눈 셈이다. 나무지도가 완벽한지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부족하거나 틀린 부분이 확인되면 우리 스스로 교정해나갔다. 홍화문을 되돌아 나올 때 우리는 새삼 뿌듯한 마음이었고, 그냥 보통 책이 아니라 귀한 ‘보물지도’를 들고 있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으나, 「궁궐의 우리나무」는 언제라도 독자들에게 행복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
| 경복궁, 창경궁, 창덕궁 등의 궁궐 안 뜨락에 심겨 있는 나무들을 하나하나 놓고 친근한 설명을 붙여놨어요.(목차 참고) 초등자녀가 있는 분은 같이 읽어보고 얘기 나눔 좋을 거 같아요. 라일락의 우리이름이 수수꽃다리 라는 거... 작살나무의 이름이 왜 작살인지, 등등 나무이름의 유래와 이름 논하기의 쟁점은 이책의 미덕으로치면 제일 바닥이예요. 장점이 너무 많아 이루 열거할 수가 없어요. 전문학자이면서도 뽐내지 않고 쉽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한 점이 행간에 내내 배어나옵니다. 가능한 임학의 용어를 풀어쓰려고 했고요, 강우방 선생님의 말마따나 나무의 문화사라 부를만합니다. 고전에 등장한 나무일화들, 주변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그러나 의식하지 못했던 나무얘기 예컨대 자작나무 껍질 얘기가 제겐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끊임없이 한반도의 반쪽 북한의 나무를 의식하고 있는 점도 돋보입니다. 통일한국 시대에 서로 다른 나무이름은 어찌해야 할 것이며, 북한의 나무 연구는 지금 어떠하며... 또한 일제 강점기때 그들이 행한 민족성말살 정책이 나무쪽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지적하고 있고요, 나무 학자라고 해서 그저 나무만 외따로 바라보며 잎 끝이 휘었네 펴졌네 그러니 이종이 신종이네 아니네 하는 학문적 관심 뿐만 아니라 나무가 위치한 배경을 주목하고 환기한다는 사실이 신선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역사란 사람만의 발자취가 아닌데요... 나무처럼 산처럼 강처럼 가만 있어도 품고 있는 이야기들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저야 아직 나무이름 수수께끼 하는 수준이지만... 이런 학자들의 자상함으로 그 수수께끼 수준을 벗어나 진정 나무와 친구되는데 한발 더 나갈 수 있을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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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관해 책을 찾아 읽으려 하면 언제나 추천 순위 상단에 있는 책이 바로 이 『궁궐의 우리 나무』이다. 지난한 역사로 인해 궁궐의 옛 모습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된 지금 궁궐의 원래 자리에 있어야 할 토종 나무들도 그 수난의 역사에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우리의 나무를 정말 사랑하여 쓴 책이라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 지식과 감동을 함께 전해주는 책이다. 지은이는 조선을 대표하는 궁궐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에 있는 우리 나무를 조사하고 사진과 함께 친절한 설명을 달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책 곳곳에는 처음 알게된 정보들도 많아 알차다. 먹을 수 있는 잣나무는 오직 우리나라의 잣나무라는 사실, 부럼으로 쓰이는 개암이 전래동화 <혹부리영감>에 나오고 좋은 향과 보라색꽃이 아름다운 라일락이 우리말 이름이 '수수꽃 달리는 나무'라는 말이 줄어든 수수꽃다리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정보였다. 궁궐을 답사할 때 이 책 한 권을 들고 천천히 다니면서 나무들을 바라본다면 훨씬 여유롭고 풍부한 궁궐 공부가 될 것 같다. 아이들, 어른들 모두가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러나 삶의 소용돌이에 지친 현대인들은 다정한 이웃으로 변함없이 남아 있는 낯익은 나무에게조차 별다른 관심을 가져보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주위를 돌아보고 자연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여유라도 생긴다면, 나무에게 제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지금까지 살아온 기나긴 '나무살이'의 사연이라도 들어보고 싶어진다.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천 년을 훌쩍 넘게, 그것도 한 자리에서 옴짝달싹하지 않는 나무들은 우리 민족이 겪은 수많은 아음을 알고 있다.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내려다보기도 하였고, 또 생사의 갈림길에서 배고픔으로 허덕일 때는 소나무나 느릅나무처럼 자기의 껍질을 벗겨주었다. 이처럼 나무는 뼈아픈 고통을 우리와 함게 감내하면서 지내왔다. 나무에게 입이 있고 문자가 있었다면 필히 보고 들은 사연을 수많은 기록으로 남겼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니 내가 감히 그들의 지난 역사를 알아보겠다고 뒤어들었다. (4~5쪽 머리말 중에서)
넓은 잎을 가진 우악스런 이웃들 때문에 간신히 삶을 영위해 오던 소나무들이 일대 전기를 맞은 것은 뜻밖의 사건 때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3~4천 년 전 한반도에 들어온 북방 민족들이 자신들의 청동기 문화를 철기 문화로 변모시킬 무렵, 농경 기술은 급속하게 발전하였다. 이들은 불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참나무 종류, 박달나무, 오리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넖은잎나무 숲에 불을 질러 농경지를 넗혔다. 이렇게 만든 농경지의 주변 또는 버려진 화전을 중심으로 소나무는 무리 지어 영토를 확보해 갔다. 삼한과 삼국시대를 거친 후, 고려 때 몽골 군대가 쳐들어 오자 한때 소나무의 르네상스가 펼쳐졌다. 전쟁으로 인한 산림 황폐는 물론 실패로 끝난 왜국 정벌, 삼별초의 난 등으로 인해 나라에서 배를 만드는 일이 많아졌다. 자연히 여기에 쓰이는 나무를 베기 시작한 것이다. 벌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래서 참나무 종류, 느티나무 등의 엷은잎나무에서 소나무 위주의 바늘잎나무로 차츰 바뀌면서 조선 왕조로 들어오게 된다. 우리의 나무문화를 '소나무 문화'라고까지 이야기하는데,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조선시대부터 그렇게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99~300쪽 중에서)
나라꽃이라는 막강한 프리미엄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무궁화를 잘 심지 않는다. 하루살이 꽃인데다가 떨어지는 모습이 지저분하고 진딧물도 많이 끼기 때문이다. 물론 품종 개량으로 그런 단점들이 많이 개선되긴 했으나, 애국심만으로 심기를 강요하기에는 무궁화에게 모자라는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나라꽃을 바꾸지 말란 법도 없는데 다시 생각해볼 만하지 않을까? 북한도 다들 좋아하던 진달래를 제치고 함박꽃나무(목란)를 나라꽃으로 정했고, 중국도 모란에서 매화로 나라꽃을 바꾸었다. 우리 나라도 나중에 통일이 되면 어차피 통일된 나라꽃이 필요하다, 그때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나라꽃이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318쪽 중에서)
여러 종류의 나무 이름을 열거해 부르는 전래민요가 있다. "오자마자 가래나무, 불밝혀라 등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죽어도 살구나무, 갈고 앉아 구기자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그렇다고 치자 치자나무, 거짓없다 참나무……." 이처럼 가래나무는 먼 옛날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의 나무이다, 이 나무는 우선 고소하고 맛있는 가래라는 열매를 맞어 배고픔을 달래준다. 그래서 일산 신도시 지표 조사, 가야 초기의 함안산성 유적지 등 우리 나라의 크고 작은 유적 발굴터에는 어김없이 가래가 나온다. 가래나무의 다른 이름은 추자(楸子)이다. 가래나무는 열매로서의 쓰임새에 만족하지 않는다. 아름드리로 자라 베어진 너무는 재질이 좋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황제의 시신을 감싸는 목판을 가래나무로 만들었으므로 재궁(梓宮)이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뭇 나무 중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은 셈이다. (328쪽 중에서)
하늘이 파랗고 차츰 높아지고 벌어진 밤송이와 함께 성큼 다가온 가을날, 산에 오른 사람은 낭만으로 알밤을 줍고 다람쥐는 겨울나기 양식으로 알밤을 모은다. 그러나 지나버린 세월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밤은 다람쥐에게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중요한 먹거리였다. 그래서 처음 사람들은 밥이 달리는 이 귀한 나무를 밥나무라고 부르다가 밤나무가 된 것으로 짐작한다. (358쪽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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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고 있어서 자연과 너무 멀다고 생각하지만, |
| 어린시절.. 길가다 "이게 뭐에여?" 하고 물어보면 언제나 척척 답해주시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참 존경스러웠었는데... 이젠 저도 이 책을 통해 존경받는 고모, 이모가 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내 주변에 흔히 자리잡고 있으면서 사시사철 계절을 알려주고, 때론 그늘이 되어주며 때론 바람막이가 되어주던 이름 모를 나무들(아마도 이름을 알지못해 이름 모를 나무들이 되어버렸겠지요). 서울에서 맘만 먹으면 언제나 가볼 수 있는 궁궐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들의 특성과 이름, 또 유래 등을 아주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나무마다 가장 아름다웠을 모습과, 열매와 꽃들의 모습들이 사진으로 담겨있을 뿐 아니라 자세한 나무지도까지.. 완벽한 궁궐나무 백과사전이라 말할 수 있을 듯 싶네요. 한가로이 자연을 느끼고 싶을때 이 책 한권 들고 고궁들 찾아 걸으면 큰 공부가 될 듯 싶습니다.. 책꽃이에 꽂아두고 틈틈히 펼쳐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기도 하구요. |
| 너무 좋은 책이다. 어쩌면 10년만에 최고의 책으로 선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궁궐의 우리나무라는 제목에서부터...조선의 궁궐에서 우리나무를 발견하고 그것의 역사와 생태학적인 자세한 설명...책을 구성하기위한 모든 것들이 거의 완벽하다. 내용, 그림, 사진, 그리고 책을 만들기 위한 관점(우리것이라는 관점) 이 모든 것이 이 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현대사회는 data smog사회라 부르기도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쓰레기같은 책들이 난무하는 이세상이다. 그 속에서 보석같이 반짝이는 아주 좋은 책이다. 이럴때 나는 글쓴이에게 감사하고 싶다. |
| * ( )은 책의 쪽수임. 오자마자 가래나무, 불밝혀라 등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죽어도 살구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그렇다고 치자 치자나무, 거짓없다 참나무.......(328). 겨울에 줄기가 죽지 않는 식물을 우리는 간단히 '나무'라고 하며 남북한을 통틀어 1천 종류쯤 있다. 그러나 아침 산책길의 동네 약수터에서, 마음먹고 시작한 높은 산의 등산길에서 일반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나무는 대체로 3백 종류쯤 된다. 다시 궁궐이나 사찰, 문화유적지, 공원 등 우리생활 주변에 흔한 나무는 1∼2백 종류, 좀 더 줄여본다면 1백 종류를 넘나드는 정도이다(4). 저자는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덕수궁의 5대 궁궐에서 현재 자라고 있는 나무를 나무 약도까지 그려 잘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참나무 무리를 포함하여 모두 98종의 나무들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고, 보충해설이 들어간 비슷한 나무까지 포함하면 약 250여 종을 다루었다(6). 매화가 성급하게 봄소식을 전한 뒤로 꽃샘 추위가 이어진다. 그렇게 잠깐 숨을 돌린 뒤 곧바로 산수유, 생강나무, 진달래, 목련이 피어난다. 그리고 완연한 봄에는 개나리, 살구꽃, 벚꽃, 복숭아꽃으로 이어진다(173). 쥐똥나무란 이름은 열매의 색깔이나 크기, 모양까지 쥐똥을 그대로 닮아서 붙여졌다(403). 우리가 생울타리로 쓰고 있고 길가에 가로수 옆의 작은 나무 군락들이 쥐똥나무다. 생명력이 강한 쥐똥나무 가지는 변덕스런 사람들의 취향을 잘도 맞춰준다. 그 숱한 가위질에도 끊임없이 새싹을 내미는 것이다(404).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때 갈(葛)은 칡이고, 등(藤)은 등나무다. 사람이나 나무나 갈등의 원인은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된다. 사람이나 사물이 실재한다고 보는 것은 등나무 토막을 뱀으로 보는 것과 똑같은 착오라고 한다(409). 박태기나무가 있다. 경상도와 충청도를 비롯한 중부지방에서는 밥알을 밥티기라고 한다. 이 나무의 꽃봉오리가 달려 있는 모양이 마치 밥알, 즉 밥티기와 닮아서 박태기나무란 이름이 생겼다. 색깔이 꽃자주색이니 양반들이 먹던 하얀 쌀밥이 아니라 조나 수수로 지은 알밥을 생각하면 짐작이 빠르다(413). 개나리의 학명은 Forsytbia koreana Nakai(114), 매자나무의 학명은 Berberis koreana Palibin(334), 오동나무의 학명은 Paulownia coreana Uyeki(427)로 우리의 토종 나무이다. 찾아보기에서 밑줄을 쳐본 나무들은 감나무, 개나리, 느티나무, 단풍나무, 당단풍, 대추나무, 등나무, 매화나무, 모과나무, 목련, 무궁화, 백목련, 보리수나무, 살구나무, 싸리, 아까시나무, 앵두나무, 영산홍, 은행나무, 자두나무, 잣나무, 쥐똥나무, 진달래, 철쭉, 측백나무, 향나무, 호두나무, 회양목 등이다. 어느 날 싸리꽃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그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았다니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나무와 같은 자연을 너무 무심히 보아 왔다. '자연을 보호하고 겸손하게 살아라'고 하는 교훈을 잊어 버리고 사는 것 같다. 나무를 알고 나서는 지나가며 보이는 나무가 모두 새롭다. 이제 아이들과 궁궐로 놀러갈 때 이 책을 들고 가서 나무를 설명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