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나나의 책은 번역이 된 것은 한국어판과 영어판을 다 읽어보았습니다만,, 솔직히 한국어 번역이 더 아련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건 주관적인 거라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어 번역은 왠지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제가 일본어 원서를 읽을 후에 느낌을 비교해 보는 것인데, 아직까지 그것은 상당히 요원한 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한국어 번역이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군요.. 이 소설은 주인공이 할머니를 잃으면서 그 아픔을 혼자서 때론 둘이서 극복해 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인 부엌에서 해와 달이 지고 나는 장면은 정확히 표현할 수 없지만, 독자도 왠지 같이 슬퍼지고 동화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 작가의 책이 순정만화 같다고 비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호의 문제일 뿐이고 '만화같은 이야기'를 소설로 '만화같지 않게' 표현하는 자가의 역량도 무시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읽다보면 괜히 슬퍼지고 그러다가도 주인공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 작은 기쁨과 희망을 느끼는것은 단순히 '만화 같다'라고 해서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발견되지 않는 보석과 같습니다. 대학 1학년 겨울방학때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원서를 읽는거라 쩔쩔매며 읽었는데요,, 올 겨울 다시 읽었습니다. 영어엔 자신감이 붙었고, 책 내용도 좋습니다. 뭔가 뭉클뭉클 잡히지 않지만 그걸 표현하는 작가도 너무나 맘에 듭니다 |
| 요즘은 통 공부할 일이 없었다. 얼마 전에는 예쁜 필통이며 펜이며 잔뜩 사두었는데 쓸 일이 없으니 먼지만 뽀얗게 앉아있었다. 그런데 리뷰를 한 번 써보자고 마음먹고는 책상에 앉아 새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 정말 오랜만에 글씨를 써보니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리뷰를 쓰는 건지 일기를 쓰는 건지 죄송하게 생각되지만 어쨌든, 쓰기전에 확인해본 바로는 내 리뷰가 첫번째일 것임이 분명하므로 인터넷의 그 유명한 익명성을 빌어 장난 좀 쳐볼까 - 그 장난이라는것이 공적인 자리를 사적인 자리로 살짝 바꾸어 보는- 하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서 작년 겨울쯤 외국에 체류할 당시 영어 공부 좀 해보겠다며 산 책이 바로 Kichen이다. 좀 우스우셔도 참으시라. 하고많은 영, 미 작가들의 작품을 고르지 않고 왜 하필이면 원수의 나라 일본의 소설이냐고? 사실 이유 없음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비교적 읽기 쉬운 것이 마음에 들었다. 우선 영어로 되어있다 하면 펼치자 어지러움의 시작이다. 이것 또한 예외는 아니었으나 조금만 참을성을 가진다면 누구나 끝까지 다 읽었다는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 수준이 어떤가 하면 지하철에서고 어디서고 폼나게 원서 읽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어떤이의 말에 따르면 재미있게 영어 공부하기에도 좋다고 해서 산 책이 해리포터 원서였다. 그러나 서너장 읽고 책장에 꽂아둔 아픈 기억이 있는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Kitchen은 그럭저럭 읽기 편하고 그것은 아마도 바나나의 문체 자체가 간결하고 쉬운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내가 접한 대부분의 일본 소설들의 공통점은 그 '뒤숭숭함'에 있다. 문학도 문화인지라 그 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한다는 것쯤은 상식이라 치고, 하여간 일본 문학의 특징 그 '뒤숭숭함'은 다시 말하자면 죽음에 대한 독특한 철학과 어딘가 비뚤어지고 비정상적인 - 함부로 판단하기 힘든 것이겠으나 -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읽은 일본 출신 소설들이 전부 젊은 작가들, 바나나 하루키등의 손을 거친 것들이라 그랬을 수도 있고 나름대로 위험한 결론을 내려 보자면 그렇다. Kitchen만의 매력을 얘기하자면 책이 맛있었다고 할까?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미카게가 유이치에게 돈카츄를 가져다주는 장면이었다. 워낙 먹을 것에 집착을 하다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조차 먹을 것으로 얼룩지고 말았지만 어쨌든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그 돈카츄가 먹고 싶다고 생각했으니 음식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묘사 아주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사실 주제는 먹는 것이 아닌데 책은 읽는 사람 마음이니까 마음 대로 해석하겠다.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들은 빼 놓을 수 없는 이 책의 백미이며 Kitchen은 미카게에게 뿐만 아니라 내게도 하루에도 열두번씩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장소이다. 일본 문학의 그 독특한 뒤숭숭함과 이국적인 먹거리- 돈카츄 같은 - 비록 번역서 이지만 깔끔한 영어 원서를 보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