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이 명저라는데에는 이견을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역자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보낼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완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분량도 분량이지만 무엇보다 아랍, 이슬람교에 대해 상당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100쪽 넘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매 페이지마다 장대하게 딸려 나오는 주석도 그렇거니와 번역된 문체도 확실히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책을 완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 많은 양의 여행기가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그 중 정말 남을만한 내용을 전해주는 여행기를 본 적 있는가? 대부분 신변잡기에 단순한 감상 내지는 얄팍한 지식을 덧붙인 그런 여행기가 대부분 아닌가. 진정한 문화를 담은 여행기는 몇백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더구나 아랍, 이슬람교의 눈으로 바라본 여행기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의 국내번역본은 정말 소중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문명간 이해에도 꼭 필요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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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븐 바투타 여행기 2/ 이븐 바투타/ 정수일/ 창비/ 2001 보통 2권이 더 재밌기가 어려운데, 놀랍게도 2권이 훨씬 더 흥미진진한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입니다. 아마 인도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아라미안 나이트 같은 재밌는 이야깃 거리를 많이 소개해서이기도 하고, 제가 인도와 중국의 역사에 대해 사전 지식이 좀 더 있어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인도에서 지금의 몰디브로 쓰리랑카로도 갔고 거기에서 제가 동남아 여행지 중에 가장 애정하는 인도네시아로 갔습니다. 말레이 반도에도 들른 것 같네요. 외지인과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도 살지만, 외지인이 떠나면 결코 같이 가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풍습이 있는 곳이 많아서 우리의 주인공이 얼마나 많은 결혼을 하였는지는 셀 수 없었고, 아이들을 찾기도 했지만 그냥 그 곳에 두는 것이 낫겠다 싶어 포기하기도 하고, 또 오래 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기도 하는 등, 참으로 지금과는 천양지차인 시대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본래 무슬림들은 방문하는 대도시마다 술탄에게 알현을 청하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어오랜 여행으로 유명세를 떨쳐 어떤 지역을 가나 친히 술탄의 소견을 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싸움 중제도 하고, 중매도 서고, 강도와 사기꾼도 만나고 심지어 전쟁에도 참전합니다. 해상 여행에 빠지지 않는 풍랑으로 개고생하는 건 물론이고 열병에 시달리고, 전염병을 피해 도망다니는 것도 기본이죠. 주인공은 말레이만도에서 중국의 천주와 광저우, 항저우, 그리고 베이징으로 여행했습니다. 참으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도시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풍습이 다른 이교도들의 집단이라 나가기도 싫고, 가끔 이슬람사람을 보면 그리 반가왔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부분에 비해 중국 부분은 역사적으로 뭔가 안 맞는 부분도 있어서 살짝 의심이 가기도 하네요. 어쩌면 그가 들은 이야기를 짜집기 하는 과정에서 뭔가 착오가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섭니다. 이후 귀향하여 본국의 쑬탄을 알현하고, 다시 지금 스페인 남부이며 과거 이슬람 우마미야 왕조의 세력권이었던 안달루시아 지방과 북부 아프리카인 수단을 마지막으로 쑬탄의 명에 따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여정을 끝내고 있습니다. 무슬림답게 중간중간 끊임없이 알라와 그의 후계자들과 선지자들을 찬양하고 본국의 자비롭고 지혜롭고 용감한 쑬탄이 다스리는 나의 고향이야 말로 최고의 살 곳이다 라고 끝을 맺고 있지요. 가는 곳 마다 특산물이 뭐고, 뭘 해서 먹고 살며, 풍습은 어떻고 건물은 어떻고 이런 저런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사실 신분도 고매하고 잘나신 분이라 가는 곳마다 종비를 부리고, 사람을 쉽게 사고 팔며, 가난한 곳에서 대접이 소홀하다고 핀잔을 하기도 하는 등 그다지 겸허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잔인한 처형 장면에는 기절하기도 하고 포악한 군주의 말로에는 알라가 공정하게 처결하셨다는 말을 해서 그리 악한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아마 그 당시 무슬림 집단의 고위 인사라면 이런 처사였겠지요.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이븐 바투타의 시대보다 훨씬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곳을 어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휙 지나가지 않고 때로 머물러 살아가면서 하는 그의 여행이 무척 부럽기도 합니다. 그가 갔던 곳도 좋겠지만, 그의 고향 튀니지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가 그렇게 칭송하지 않아도 그가 살았을 때의 튀니지는 분명 멋있는 곳이었을 것 같고, 그 흔적이 지금도 좀 남아있을 듯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중동. 과연 평화가 오고, 저처럼 겁많은 이들도 갈 수 있을 날이 오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