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증받은 땅을 갈아엎던 수사들의 쟁기 끝에 기다란 머리타래가 걸려 올라온다. 덮었던 흙을 파내자 십자가를 품에 안은 정체불명의 여인의 시신이 나타난다. 그 여인은 누구일까? 사람들의 의혹에 찬 시선은 루알드 수사에게 쏠린다. 그 땅은 루알드가 도공일 때 살던 곳. 루알드는 몇 년 전 구원의 빛을 쫓아 아내를 버리고 수도원에 들어왔으며, 그의 아내 제네리스는 그 뒤 사라졌고 다른 남자와 도망갔다는 소문만이 무성했던 것이다. 그 때 젊은 수사가 나타나 루알드의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나서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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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은 각자 자신의 죄를 져야 하나니 그것을 남겨두어 산 자들이 대신 지도록 만들어서는 안 되니까요." 병마로 고통받고 있는 도나타 부인은 집안 식구들의 지나친 배려로 인해 외부의 풍파로부터 철저히 차단되어 있었다. 그러나 작중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집 밖으로 나설 수조차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그녀였음이 밝혀진다. 도나타 부인은 죽은 자의 죄를 산 자들이 짊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채 죽은 자들의 죄와 산 자의 빚 모두를 홀로 짊어지고 있다. 이제 그녀가 기꺼이 기다리고 있는 죽음만이 그녀가 짊어진 모든 것을 청산할 수 있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그날이 올 것이라는 캐드펠의 예측은 도나타 블로운트에게 엄숙한 경의를 표하게 만든다. |
| 이 작품의 번역판 제목은 '욕망의 땅' 이지만 원제는 'The Potters Field'이다. 시루즈베리 수도원이 다른 수도원과의 교환계약을 통해 취득하려는 땅의 별칭이기도 하다. 작중에서 로버트 페넌트 부원장이 지적했듯 기독교 세계에서 potter's field란 예수를 배신한 대가로 유다가 받은 은전을 사용하여 매수대금을 치른 땅으로서 배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성경에서 그 땅을 구매한 당사자는 유다 본인이 아니라 예루살렘의 제사장이긴 하나, 땅의 구매자금이 심각한 배신행위를 통해 조달되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작중에서는 도공이었던 루알드 수사가 부인의 동의 없이 그녀의 반대를 무릅쓴 채 가정을 버리고 수도생활에 귀의한 것에서 시작되는 배신의 소용돌이를 암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또한 성경에서 예루살렘 제사장들이 그 땅을 구입한 것은 무연고자의 매장지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는데, 작중에서 시루즈베리 수도원이 취득한 땅에서 암매장된 신원미상의 사체가 발견된다는 점에서 원제 쪽이 번역판 제목보다 더 재치있는 제목이라 하겠다. 기독교 문화권에서의 용례와 작품내의 사건 추리 양상을 고려할 때, 원제 쪽이 작품 전체의 주제를 관통하는 제목으로서 더 적합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