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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프로이드와 융의 차이는 실로 크다. 프로이드에게 종교란 부족적인 노이로제가 잔존하는 형태다. 그가 생각하는 노이로제는 사회적으로 거부당한 개인의 성적 고민과 관련돼 있다. 반면에 융에게 종교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고, 우주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발견하게 해주는 역동적인 상징 체계다. 현대에 들어와 종교의 힘이 약화되면서 영혼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앓게 되었다고 융은 말한다. 이 책은 융 심리학의 궁극적 목표인 개성화 과정과 종교를 통한 구원의 체험이 지닌 유사성을 중심으로 융 심리학을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융이 바라보는 인간은 전일성의 존재라는 게 특징이다. 인간은 의식과 무의식, 자아와 그림자, 외적 인격인 페르조나와 내적 인격인 아니마/아니무스의 통합을 통해 완전하고 성숙한 인격으로 성장해가는 존재다. 무의식에는 개인적 무의식과 집단적 무의식이 있는데 집단적 무의식은 사람들의 정신기능이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근원이며,인간에게 잠재된 종교적 본능이 일어나게 하는 곳이다. 심지어 무신론자의 정신에서도 신의 이미지가 관찰된다고 한다. 집단적 무의식은 모든 신화와 계시, 창조성과 영감의 원천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융에 의하면 악은 선의 그림자다. 악 자체가 어떤 본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부주의하거나 일방적인 경향을 띨 때 악을 초래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악의 현상은 콤플렉스와 억압, 투사와 신경증 등을 통해서다. 콤플렉스는 개인적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로서 사람들이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어떤 대상이 분열되어 있어 아직 동화되지 못하고 갈등 상태에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라 한다. 억압은 정신적 에너지의 퇴행을 가져오고 그로 인한 대가는 신경증이다. 하지만 억압에도 인격의 성숙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융은 사람들의 정신 속에 하느님의 이미지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사람들의 집단 무의식 속에 하느님의 원형이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하느님은 '매우 강력한 어떤 감정적인 것 주위에 모인 콤플렉스에 붙여진 이름'이다. 종교가 사람들의 삶에 강력하고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이미지에 강력한 리비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종교 체험을 통해 회개하고 구원 받은 사람은 융의 정신 치료를 통해 무의식을 체험하고 인격의 변환이 이루어진 사람들과 매우 비슷하다. 융은 이런 인격의 변환 과정을 개성화 과정이라고 불렀다. 개성화 과정은 모든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이루어야 할 목표라고 보았다.
융은 종교가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에 대한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체험이라고 주장한다. 현대의 형식적이고 교조주의적인 교회 안에서 더 이상 구원을 체험할 수 없게 된 영혼을 잃은 사람들이 정신과 진료실을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융은 '너무나도 물질주의화된 세계 속에서 영적인 안목이 협소해져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종교적인 상징이 지닌 강력한 능력을 다시 깨닫게 해주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다.' 이제 교회가 다시 종교적인 상징들을 재해석해야 한다고 융은 강조한다.
알고 보니 융 심리학은 매우 종교적인 심리학이다. 그 이유는 융 자신이 어려서부터 종교 체험을 한 데서 비롯한다. 또 융이 자기 진료실을 찾아온 대부분의 환자들에게서 특정한 질병이라기보다 영혼의 고통을 더 많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융의 정신치료가 목표로 하는 개성화 과정은 단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일반인의 인격 발달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차이는 있을망정 대부분의 현대인이 겪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내면에 하느님이나 자기(Self)라는 중심이 있다는 걸 깨달을 때 비로소 개성화 과정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 책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저자도 언급하고 있듯이 전통적인 모든 종교에 해당한다. 융 심리학의 개성화 과정과 종교의 기능과 본질적 역할에 대해 이해를 돕는 훌륭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
| 사람들은 칼 구스타프 융을 프로이트의 학문의 독실한 계승자라고 한다. 하지만 융은 프로이트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며 결국 다른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고있다. 그의 정신분석은 종교적인 면이 강하고, 누구보다도 동양의 학문과 종교를 객관적으로 판단한 사람이다. 솔직히 첨 몇페이지를 보면서 읽지 말까도 고민했다. 내용이 쉽지 않은데다 그 용어와 심지어 동양종교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꾹 참고 한장한장 넘기다 보니 나는 어느새 내 맘속으로 내 이면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책이 아니었을까?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기를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