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완서 소설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한국 전쟁, 6.25가 남긴 비극적 가족사이다. 아마도 작가의 목숨이 끝나는 날까지 끊이지 않을 것이 분명한 그 사건은 때로는 주요 소재로, 때로는 스쳐 지나가는 어휘로 그녀의 작품들에 속속 배어있다. 어쩌면 그 참혹했던 경험이 작가를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하였을지도 모르겠다. 불혹의 나이를 넘겨 왠만한 일은 기억 저편으로 흘러버릴 나이에 다시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문단에 이름을 내건것처럼 요즘 세대들이 식상할만한 소재를 가지고 끊임없이 작품을 써대는 것은 자신의 직접 겪은 이야기이기에 더욱 리얼리즘에 가까울 수 있다는 작가의 고집때문이 아닐까? 이념이 한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하고 소수의 권력이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을 비참한 가난과 동족 상잔, 가족의 죽음으로 몰아넣는 전쟁의 공포가 이땅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이 한 서린 작업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또 이미 50여년이 흐른 사건이지만 너무나 큰 상처는 대대로 상처로 남는다는 교훈까지 주고 있다. |
| 그녀의 나목을 읽고 바로 이 작품을 곧바로 읽었다. 두 작품 모두 6.25 전후가 시대적 배경이었다. 나목이라는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개인적 이야기에 훨씬 더 치중하지만, 이 작품은 개인사이면서 사회사일 수 밖에 없는 6.25가 내용 자체이다. 6.25가 일어난 1950년 6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를 가능한 각각의 월별로 소제목을 따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쟁 초 인민군이 서울을 지배했을시 좌익 세력에 몸담은 주인공 진. 좋은세상으로 바뀌어진 것이 아닌 소시민들에게 쏟아지는 그들의 무자비함에 최소한의 좌익 활동만 하는 그녀. 서울이 국군에게 수복되고 '빨갱이'로써 겪어야 하는 두려움.초조감. 그리고 다시 인민군의 남하. 가능한 그들과 떨어져 있고 싶은데 피난처의 발각으로 인민군과 엮이게 되는 진의 가족들. 인민군의 강요로 북으로 피난을 가게 되는 일행은(올케, 전쟁 중에 태어난 조카 찬, 그녀) 도중에 살짝 빠져 남쪽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그들과 떨어져 인민군에게 도망쳤지만 정신착란 증세를 앓고 있고, 국군의 오발로 인해 다리에 상처까지 입은 오빠 열과 그녀의 어머니는 남쪽의 처음 피난처에 그대로 남겨진다. 국군의 서울 재 수복으로 3명이 돌아와 보니 상황은... 인민군이 지배했을때는 일반 시민들에 대한 좌익세력들의 무자비한 횡포. 그리고 국군이 되찾았을때는 좌익세력을 뺀 나머지의 민중들이 '빨갱이'에게 보이는 끝없는 잔악성. 전쟁 자체에서 오는 빈곤과 상처 투성의 주인공들인 죄없는 일반 시민들. 세상은 몇 사람의 의견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시민들의 의견으로 바뀌어진다. 변화를 시도하지만 정작 중요한 시민들에 대한 몰이해의 좌익세력. 그리고 국가의 3요소 중 하나인 국민들을 전쟁터에 남겨 놓고 유유히 피난을 떠났던 남쪽의 정치 지도자들.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시민들에게 돌아온다. 책을 읽는 내내 양쪽 모두의 치졸함, 잔혹함 때문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래서 중간 중간 읽기를 멈추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처음에는 국민의 일꾼이기를 자처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정작 그들이 힘써야 할때 시민들에게 안면을 몰수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나타나는 주인공의 빈정거림까지. 아~ 이제 맘 편한 작품을 읽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