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9.0
  • 50대 0.0
리뷰 총점 종이책
내 마음에 놓인 사다리
"내 마음에 놓인 사다리" 내용보기
의 '문자'를 이야기하는 소설가 하성란의 산문을 읽은 적이 있다. 문자처럼 낡고 작아진 장갑을 손가락에 꼭꼭 눌러 끼고 문자의 애인 한수처럼 돈을 뜯어가는 건달같은 애인이 없다는 것이 허전했던, 라는 소설을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그 산문에서 유심히 보아둔 소설 제목이 하나 더 있었다. 역시 서영은의 퍽 오래전 소설이지만 읽을수록 가슴을 파고드는
"내 마음에 놓인 사다리" 내용보기
<먼 그대>의 '문자'를 이야기하는 소설가 하성란의 산문을 읽은 적이 있다. 문자처럼 낡고 작아진 장갑을 손가락에 꼭꼭 눌러 끼고 문자의 애인 한수처럼 돈을 뜯어가는 건달같은 애인이 없다는 것이 허전했던, <먼 그대>라는 소설을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그 산문에서 유심히 보아둔 소설 제목이 하나 더 있었다. 역시 서영은의 <사다리가 놓인 창> 퍽 오래전 소설이지만 읽을수록 가슴을 파고드는 글이다. 가난한 집의 딸로, 친오빠의 구두를 닦을 때도 얼굴이 붉어져 눈물을 흘리고마는 숫기 없고 자존심 강하고 노여움 잘 타는 '나'의 다락방 생활이 드라마의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펼쳐진다. 어디에서 무얼 해도 적당히 타협하지 못 하고 보잘 것 없는 안정에 기대어 살지도 못 하고 발길이 닿는 곳이 전부 막다른 길인 것 같은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아직도 그 길고 어두운 터널의, 멀리 있는 출구의 바늘 구멍 같은 동그라미의 빛을 보며 무작정 걷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나'가 그러했듯이 막다른 길에 선 듯한 막막함 속에서도 다락방의 손바닥만한 창문이나마 내면으로 향한 창(窓)을 갖는다면 더듬거리면서라도 나아갈 수 있다. "내가 지닌 유일한 방패", '희망'이 있다면 쉽게 넘어지거나 주저앉을 일도 없을 것이다. 사다리를 오르내릴 때처럼 차근차근 한발, 한발 옮겨놓으면 된다. "삶이 두려워질 때"라는 부제처럼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마다 생각나는 소설이다.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고 일상이 고단해질 때면 저절로 손이 가는 소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위로가 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콩 볶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나도록 자판을 치고 있다. <사다리가 놓인 창>의 '나'가 그러했듯 언젠가는 세상 속으로 의연하게(혹은 뻔뻔스럽게) 발을 들여놓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덧붙여 서영은 전집중에 1권 - 4권은 절판이 되었다고 나오지만 잘 찾아보면 서점에서 구할 수 있다. 나도 5권은 예스24를 통해 구하고 나머지 네권은 다른 두곳의 서점에서 살 수 있었다. <사다리가 놓은 창>도 좋지만 <사막을 건너는 법>, <삭풍>, <노란 반달문> 등 단편들도 소설의 재미와 감동을 듬뿍 전해준다.
t****7 2002.05.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