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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동전을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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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다른 회사로 옮겨가신 전 팀장님께서 떠나기 전에 선물로 주고 가신 책인데, 우리 기관에서 내가 있는 팀이 '기술예측센터'이다보니 이런 책에 관심이 많이 간다.    제목은 '차라리 동전을 던져라', 부제는 '맞지 않는 예측', 원제는 'The Fortune Sellers'.. 셋 다 틀린 제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봐서는 원제가 역시 가장 잘 표현하고 있고, 부제는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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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다른 회사로 옮겨가신 전 팀장님께서 떠나기 전에 선물로 주고 가신 책인데, 우리 기관에서 내가 있는 팀이 '기술예측센터'이다보니 이런 책에 관심이 많이 간다. 

 

제목은 '차라리 동전을 던져라', 부제는 '맞지 않는 예측', 원제는 'The Fortune Sellers'..

셋 다 틀린 제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봐서는 원제가 역시 가장 잘 표현하고 있고, 부제는 그나마 괜찮지만 제목에서는 상업적인 낚시의 냄새가 너무 강하다. 저렇게 강한 뉘앙스로 예측을 비판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보는데 말이지..

 

다양한 예측의 종류를 하나하나 들어가면서, 예측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과학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와 예측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예측 성공률이 보통 사람보다도 결코 높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든 예측에는 일기, 경제, 주가, 인구, 기술(!), 사회, 경영 등 7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 중 일기예보가 그나마 과학성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며 나머지 예측들에서는 과학적인 방법론이나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일기예보 역시 단기예측만이 어느 정도 정확할 뿐, 장기로 갈수록 '과학'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고 한다.

 

예측이 결코 '과학'일 수 없으며 어떤 예측도 정확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인간이 개입하고 있는 모든 활동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사실이다. 가령 경제 주기를 예측하고자할 때 갖은 경제학적 방법론을 동원하지만, 그래봐야 인간의 경제활동은 심리적이며 집단적인 움직임에 의해서 좌우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예측 자체가 의미없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사회 예측의 경우 역시, 사회의 움직임에는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한하게 많으며, 요소 각각을 하나하나 예측하는 것도 불확실성 때문에 불가능하므로, 그것들의 총합인 사회예측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간의 활동이 가장 적게 영향을 미치는 일기예보가 예측 중 과학성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되고, 인간이 전혀 힘을 못 쓰는 천체 운동이 거의 유일하게 장기예측도 가능한 부문이라는 것이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봤던 기술 예측의 경우, 예측에 사용하는 주요 방법론인 Trend 외삽법이나 델파이에 대한 비판이 먼저 나온다. 혁신을 이뤄냈던 기술 중 대부분이 존재하던 기술의 단순한 발전이 아니었다는 점은 저런 방법론들이 혁신 기술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의 근거가 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는 작업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먼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벗어나지 못하는 예측을 하기 때문에 (이것은 기술예측 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든 예측에서 실패의 원인이기도 하다), 기술예측의 성공을 보장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이제 예측에 대하여 1년 정도 맛만 봤지만, 곰곰히 생각을 해보기에 저자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기술예측으로 한정시켜보면, 가장 잘했다는 일본의 기술예측이 겨우 1/4 정도만 맞췄을 뿐이며 다른 예측에서 역시 지금 우리 삶에 영향을 크게 주는 기술들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예측 성공률이 '동전 던지기'보다 못하다는 주장을 반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다고해서 저자의 말처럼 '예측이 무의미한 것'이라고 봐야하냐는 점이다.

예측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일단 대전제로 미래를 대비하기는 해야한다는 것을 깔아두자. 대비를 위해서는 뭔가 근거가 있어야한다. 아무런 전제도 없이 무작정 무언가를 대비하자거나 또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대비해두자라고 하는 것은 의미도 없을 뿐더러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또는 가장 '바람직한' 미래를 예측해보고 그것을 돌파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설령 그 예측이 빗나갔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기반한 계획과 대비를 위한 행동이 있었다는 것은 다른 미래를 위한 준비이자 예상치 못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비록 지금의 예측이 과학적 근거가 약해 성공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무의미하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래예측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맞다. 기술예측 없이 사기업이 수조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무작정 뿌릴 수도 없는 일이고, 경제예측 없이 자금 동원 방안을 마련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없애야한다'가 아니라 '더 잘해봐라'로 말하는 것이 옳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 중 또 하나는, 예측 종사자들의 뻥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나 주가 예측에 대해 그런 비판을 많이 가하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완전히 동의한다. 기본적으로 아직 예측이라는 것이 완전한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충분히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공개할 수 있어야 더 좋은 예측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예측이 무조건 옳다라는 것은 그 다음의 예측마저 틀어지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측과 예측 종사자에 대한 비판이 주내용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이긴 하지만, 스스로 컨설턴트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는 저자의 사회적인 배경 지식이 극히 미흡하다는 것은 상당히 안타깝다. 특히 마르크스 같은 과학적 사회주의자들의 사회진화에 대한 이론을 다른 예측과 동일선상에 두고 '봐라 예측이 틀렸지!'라고 말하는 것은 저자의 식견을 의심하게 만드는 수준이다. 자본주의의 집합체 나라 안에서 자본주의 심장에 들어간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기 때문인지 그것을 벗어난 내용에 대해서는 너무 무책임한 저술도 많이 보인다.

 

저자도 저자지만, 번역 역시 그다지 매끄럽지 않다. 뻔히 오역이었을 것 같은 표현이나 주어와 동사가 맞지 않거나 분명 한국어인데도 여러번 읽어야 간신히 이해가 되는 문장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특히 기술예측 부분에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어 번역이 이해불가인 단어로 옮겨진 사례도 보였다. 역시 번역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알려 하기보다는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FKI 미디어, William A. Sherden 지음, 손병두 옮김, 294 page       

r*****o 2008.11.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