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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소설이자 연애소설인, 『코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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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계속해서 빙빙 돌고 원을 그리고 횃불은 하늘로 돌아가고 적막하고, 모든 것이 시 같았다. (p.109)   몰리는 어쩐지 일생을 통틀어, 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남자를 사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p.49)       이 작품을 처음으로 읽은 건 미국독립기념일 연휴 마지막 날 밤이었다. 연휴 마지막 날이 독립기념일이었고, 해가 기울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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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계속해서 빙빙 돌고 원을 그리고 횃불은 하늘로 돌아가고 적막하고,

모든 것이 시 같았다. (p.109)

 

몰리는 어쩐지 일생을 통틀어, 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남자를 사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p.49)

 

 

 

이 작품을 처음으로 읽은 건 미국독립기념일 연휴 마지막 날 밤이었다.

연휴 마지막 날이 독립기념일이었고,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부터(여름이라 해가 길어져 밤 아홉 시가 넘어서야 해가 진다) 여기저기서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몇 번은 밖에 나갔다 오고, 몇 번은 2층에 올라갔다 오기도 했다. 그렇게 종종 단절이 있는 독서였는데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다는 게 이 소설의 특징이다.

장편소설이긴 하지만, 분량으로 치자면 단편과 중편 사이이고, 짧게 짧게 챕터들로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도 단편소설집인 줄 알았고, 솔직히 말하자면 여느 젊은 여성 작가들과 크게 변별성을 찾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 소설은 여러 가지로 독특하다.

보라색의 표지가 작품의 분위기나 성격을 잘 대변할 만큼 개성적이면서도, 희한하게 특색이 없다. 연령도 성별도 국적도 (의도적으로) 지워버린 듯하다. 그런데 개성있음특색없음이라는 이 상반된 두 가지 특성이 꽤나 조화롭게 잘 어우러졌다.

 

개인적으로는고래사냥 2015년 버전 쯤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좀더 진지하게 의미를 붙이자면 『코케인』은 구도소설이다.

 

그리고 오늘밤 이 소설을 두번째로 읽었는데, 오늘의 독서에선 이 두 문장을 발견했다.

 

- 남자들은 계속해서 빙빙 돌고 원을 그리고 횃불은 하늘로 돌아가고 적막하고, 모든 것이 시 같았다. (p.109)

 

- 몰리는 어쩐지 일생을 통틀어, 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남자를 사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p.49)

 

『코케인』은 첫번째 읽을 때보다 두번째 읽을 때 더 좋았다. 뭐랄까. 처음엔 그저 점으로 보이던 것들을 잇고 보니 무언가 형태가 드러나는 선잇기처럼, 파편적으로 독립되어 있던 점같은 이야기들을 다 잇고 나니 이건 사랑 이야기다.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이 책이 모든 사랑에 관한 은유로 읽히기를 바란다.’는 진연주의 서언(序言)처럼, 『코케인』은 연애소설이다.

 

몰리는 어느 밤을 떠올렸다. 시를 읽던 밤이었을 것이다. 침대 위에 시집을 흩어놓고 시를 읽던 밤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거리에 마구 흩날리는 꽃잎 같았는데 손에 잡히는 대로 읽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육체가 점자가 되어 시집에 박히는 느낌이 들고는 했다. 그러니까 자신이 시집 속에 들어가 누군가에게 읽히기를 기다리는 눈먼 글자가 된 듯한 착각에 점차 빠져드는 것이었다. 시집 속에서, 아무것도 읽지 못하는 눈먼 독자를 기다리는 눈먼 글자. (p.109)

 

불현듯,

더듬 더듬 점자를 읽듯 눈먼 글자를 읽는 눈먼 독자가 되고 싶어졌다.

c*****g 2016.07.16. 신고 공감 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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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문장에 채워져 있던 빗장이 풀리고... 진연주, [코케인]
"그녀의 문장에 채워져 있던 빗장이 풀리고... 진연주, [코케인]" 내용보기
작가의 문장을 아주 오래 전부터 좋아하였다. 얼마나 오래 전이냐고 묻는다면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기 이전부터라고, 지금의 문장들이 그녀에게 수태되기도 전이라고, 어쩌면 그녀가가 잉태되기 이전부터인지도 모른다고 말해두자. 하지만 그곳은, 그 시간은, 그녀의 가슴 아래 그녀만의 공간이었으므로, 나는 내가 좋아하였던 것의 실체를 아주 희미하게만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그녀의 문장에 채워져 있던 빗장이 풀리고... 진연주, [코케인]" 내용보기

  작가의 문장을 아주 오래 전부터 좋아하였다. 얼마나 오래 전이냐고 묻는다면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기 이전부터라고, 지금의 문장들이 그녀에게 수태되기도 전이라고, 어쩌면 그녀가가 잉태되기 이전부터인지도 모른다고 말해두자. 하지만 그곳은, 그 시간은, 그녀의 가슴 아래 그녀만의 공간이었으므로, 나는 내가 좋아하였던 것의 실체를 아주 희미하게만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기억이 주검이 되어가는 동안, 일종의 폐쇄된 기도소 같았던 그녀의 문장에 채워져 있던 빗장이 풀렸다. 


  “... 굴드는 사물이 굴드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와 사물 자신의 생각을 하고, 굴드 자신은 사물의 사유를 그대로 옮겨적는 필경사이기를, 그러니까 자신의 몸은 사물의 의식을 대신하는 창고이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찰나에 일어나 사유의 시간은 사라지고 감각과 언어만 남게 되기를 바랐다...” (pp.28~29)


  부유하던 문장이 옷가지를 걸치자 육신이 생겼고, 육신이 생기자마자 입을 열었는데, 어쩌면 그 첫 마디가 ‘굴드’였고, ‘굴드’가 거기에 있게 되자, 부유하는 문장은 더 이상 소용이 없게 되었다. 그렇게 ‘굴드’와 작가는 소설이 씌어지는 동안 잠시 서로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준 것만 같다. 삶과 죽음이, 꿈과 현실이, 뚜렷함과 희미함이, 나란히 존재하되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두 개의 세계가, 기도소 문 앞에서 조우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 굴드는 살아 있는 배가 아니라 죽어가는 범선에 매혹되었다. 버려진, 버려진 채로 부지런히 침몰중인 범선에. 파도치는 바다가 아니라 모래를 향해 곤두박질치는 범선에. 범선은 한 몸으로 두 개의 세계를 살고 두 개의 세계에서 죽어가는 존재였다.” (p.14)


  그곳은, 소설 《코케인》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서성거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굴드, 몰리, 좀머, 페터, 이안이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코케인’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별다른 이유 없이도 그곳에 우리는 들어갈 수 있고, 또 나올 수 있다. 비밀스러운 징표 같은 것을 들이밀 필요가 없다. 아니 우리 모두가 그 징표를 이미 소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사랑’이고, 작가는 ‘이 책이 모든 사랑에 관한 은유로 읽히기를 바란다’ 라고 적고 있다.


  “... 사랑은 관념이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언어를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므로 사랑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죽음의 순간을 소유하지 못한다. 단지 ‘그’라는 한 인간의 죽음만 있을 뿐이다...” (p.55)


  사랑으로 출입 가능한, 빗장이 풀린 그녀의 문장 안에서 평화롭고자 하였던 마음은 그러나 사치이기도 하였다. 죽음은 도처에 있어 저 멀리 오랜 유럽의 심장에서 파열음이 들렸고, 바로 지금 이곳에서도 그야말로 수난이 있었다. 현실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듯 했던 인물들이, 이 도착적이기만 한 현실 앞으로 소환되는 것을 무심코 지켜보아야만 했다. 주룩주룩 내리던 간밤의 비가 책장을 적시는 것도 모른 체 말이다.


  “... 굴드는 섬세하고 밀도 높은 문장력을 구사하고 인물의 폐쇄적인 내면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정밀하게 묘사하는 데서 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굴드의 인물들은 모두 자폐적이고 소설 전반에서 현실에 대한 시야가 제한되었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그러니까 현실 인식에 있어 한계를 드러낸다고 했다. 굴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굴드가 생각할 때 가장 현실적인 것은 우발성에서 비롯되었다. 우발성이나 우연. 눈이 집에서 나가게 하고 바람이 더 멀리 가게 하고 보다 먼 낯선 곳이 육체와 육체를 만나게 하고 헤어짐으로 이끌고 한낮의 더위가 사표를 쓰게 하고 이별이 성공을 부추기고 질투가 사랑을 죽이고. 사람들을 길 위에 떠돌게 만드는 것은 현실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 그런 현실을 부정하고 그곳에서 떨어져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왜 그런 파편화된 모습들을 파고드는 게 현실 인식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인지, 굴드는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었다...” (p.101)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워터멜론 슈가에서》는 물 속에 관을 심고 그곳에 주검을 집어넣는다. 그런 풍습이 있다. 소설을 읽는 동안이 그 곳에 누워 물 밖을 읽은 시간인 것만 같다. 내 기억의 주검은 여전히 그곳에 있고,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방법을 백 개쯤 말하고 싶지만 그러지 않기로 한다. 인물과 공간의 북새통인 지금을 살다보면 그런 독서의 방법 백 개쯤 누구나 갖게 될 터이다.

 


진연주 / 코케인 / 문학동네 / 162쪽 / 2015 (2015)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5.11.1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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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침전된 절망, 죽지 않는 삶에 대하여
"고요히 침전된 절망, 죽지 않는 삶에 대하여" 내용보기
고요히 침전된 절망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문장들이 좋았다. 숱한 좌절과 실패로 인해 깊게 팬 굴드의 상처가 진실로 와 닿아 몇 번씩이고 독서를 멈춰야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길어올리는 은밀한 희망의 빛줄기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이루는 모티프와도 닮은 것 같다.   이 책 속의 구절인 '도서관의 책들처럼 꽂혀 안절부절', 이게 곧 삶이 아닐까.
"고요히 침전된 절망, 죽지 않는 삶에 대하여" 내용보기
고요히 침전된 절망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문장들이 좋았다. 숱한 좌절과 실패로 인해 깊게 팬 굴드의 상처가 진실로 와 닿아 몇 번씩이고 독서를 멈춰야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길어올리는 은밀한 희망의 빛줄기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이루는 모티프와도 닮은 것 같다.

 

이 책 속의 구절인 '도서관의 책들처럼 꽂혀 안절부절', 이게 곧 삶이 아닐까.

s******o 2015.12.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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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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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케인은 강렬한 보라색 표지의 느낌 그대로, 매력적이다. 전에 이런 류의 소설을 본 적이 없다. 앞으로 작가 진연주식 소설 쓰기 라는 장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등장인물도, 이야기도, 언어들도 모두 낯설었지만 읽는 내내 행복했다. 한 낮에 꾼 꿈 처럼 달콤했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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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케인은 강렬한 보라색 표지의 느낌 그대로, 매력적이다.

전에 이런 류의 소설을 본 적이 없다.

앞으로 작가 진연주식 소설 쓰기 라는 장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등장인물도, 이야기도, 언어들도 모두 낯설었지만

읽는 내내 행복했다. 한 낮에 꾼 꿈 처럼 달콤했다. 아름다웠다.   

d*****3 2015.11.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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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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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덮으며 책표지 색상을 잘 정했다고 생각했다. 진보라 속 핑크 활자는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한다. 글이 자꾸 시야를 벗어나려하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때 펼친 소설이라 별 기대 없이 축 늘어져 읽다 자세를 고쳐 앉아야했다. 이거 뭐지? 소설이 부여하는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권태로움을 날려버렸다. 작가들께 죄송하지만 작년에 ‘한국소설은 아직 멀었다.’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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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덮으며 책표지 색상을 잘 정했다고 생각했다. 진보라 속 핑크 활자는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한다. 글이 자꾸 시야를 벗어나려하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때 펼친 소설이라 별 기대 없이 축 늘어져 읽다 자세를 고쳐 앉아야했다. 이거 뭐지? 소설이 부여하는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권태로움을 날려버렸다. 작가들께 죄송하지만 작년에 한국소설은 아직 멀었다.’며 한국 문단의 미성숙한 대처와 전반적인 문학 위상에 대해 낙관할 수 없었다. 그러한 실망감은 세계문학에 대한 부러움과 선망을 갖게 했다. <코케인을 읽으며 부정적인 감정을 지우고 나의 오만한 생각을 거둘 수 있었다. 이런 소설이 버젓이 존재하는 시점에 한국 문학의 미래를 함부로 점하려했으니 반성한다.

 

 나를 압도했던 감정은 이국적인 신선함이었다. 프랑스 문학에서 보던 실존적인 고뇌와 부조리성이 전해졌다. 평소 프랑스 문학이 말하는 실존의 문제와 인간의 부조리함에 대해 어렵게 느끼며 그 우수성을 인정하길 꺼렸다. 지나치게 난해하고 어렵게 꼬아 말하는 인상을 받았고 덤앤더머식의 인물들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코케인에 매료된 이유는 실존과 부조리를 말하는데 전혀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인위적인 조작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마도 그런 데에는 근래 절실했던 내적 갈등과 고민을 언어화한 점이 심적 회오리를 일으킨 까닭일 것이다. 낯설고 불친절한 설정과 맥락 없는 에피소드, 그리고 느닷없는 끝맺음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뭐라 설명하지 못했던 내 안의 자잘한 부스러기와 잉여가 활자로 형체를 이루었고 읽는 족족 공감됐다. 혼돈과 얽힘이 타인의 언어로 풀어지는 순간 현실 직시와 함께 적잖은 위로가 찾아온다.

 

그런데 왜 그런 파편화된 모습들을 파고드는 게 현실 인식의 부재를 드러내는 것인지, 굴드는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굴드는 자신이 운명, 그것이 현실이든 소설이든 여자들의 가장자리를 걷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씁쓸해졌다. 어쩌면 내 삶은 모두 등뒤에 있는지도 몰라. (101)

 

 인간사회의 허무함과 엇갈림을 파편적인 문체로 응축한다. 뭐 하나 억지로 한데로 그러모으려하지 않는다. 흩어짐과 파편적임을 있는 그대로 그린다. 설득하려 애쓰지 않는다. 인간이 처한 외로움과 단절, 취약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는데도 절망스럽거나 타개해야 할 숙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뒤바꾸거나 채색할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조건과 한계로 수긍하게 한다. 물론 읽는 과정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묻어나는 균형이 흔들리는 부분도 없지 않게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혁신적이거나 실험적이지 않으면서도 클리셰 같은 답답함도 주지 않는다. 기시감마저도 신선함으로 포장되는데 그것은 인물이 갖는 개인적인 철학과 응축된 성질에서 나오는 힘인 듯하다. 기승전결의 합의에 도달하지 않고 뿔뿔이 흩어진 채 열려 있는 상태가 내가 속한 세상의 모습이자 나의 자화상으로 비춰져 서사의 결여라기보다는 도리어 회화적인 매력을 취했다. 앞서 말했듯이 진보라 속 강렬함이 있었다. 보통은 선명한 메시지일 텐데 이 소설의 강렬함은 메시지로 환원되지 않는다. 아무 것도 모르겠는 상태로 다시 출발할 것을 지시하는 듯하다. 한 권의 소설을 읽고 인물들을 지켜봤으나 도통 알 수 없는 세계에 놓인다.

 

 소설에서 받은 매혹적인 인상의 정체가 궁금하던 찰나에 황현산 평론가의 덧댄 글을 읽고 무릎을 쳤다. “다시 말해서 소설가는 묘사에도 서술에도 기울지 않으며, 논리적이거나 서정적인 것에 기대려 하지 않는다. 소설가는 어디로 가려 하지 않는다. 있는 그 자리에 서서 힘을 빼고 침착하게 말한다(157).” 맞아, “우연의 미학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소설의 반대에 있어야 할 단어로 기정사실화된 우연을 소설의 핵심으로 가져가 못 박고 있다. 이게 씽크 디퍼런트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대부분이 인문학의 무용과 쓸모없음, 비생산성을 말할 때 이 소설은 인문학의 창의성을, 인문학적 사고의 기틀과 가능성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있던 것을 새로 섞어 전혀 다른 물질을 만들어낼 때 우리는 그것을 예술행위(재생산성)라 부르며 그 새로운 조합과 남다름에 반해버린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애써 나서며 오솔길을 만들고 그 길마저 전부라 여기지 않고 제각기 또 다른 샛길을 모색케 하는 소설이 이 계절, 한없이 반가운 이유다.

s********d 2016.01.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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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경전,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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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케인>에 대해 문학평론가 황현산님은 '우연의 경전'이라고 칭했다. 우연도 픽션이 아니라 사실이며 단지 일어날 확률이 적을 뿐이지 분명히 가상이 아닌 현실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저자(진연주)가 <코케인>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다음의 문장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나치게 빼곡하고 지나치게 다른 곳. 사람도 사람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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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케인>에 대해 문학평론가 황현산님은 '우연의 경전'이라고 칭했다. 우연도 픽션이 아니라 사실이며 단지 일어날 확률이 적을 뿐이지 분명히 가상이 아닌 현실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저자(진연주)가 <코케인>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다음의 문장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나치게 빼곡하고 지나치게 다른 곳. 사람도 사람이 만든 풍경도 관념도 사실조차. 물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나치게 다른 곳을 생각했다" (135)

 

코케인이라는 카페를 두고 소설가인 굴드, 그의 여자 친구로 짐작되는 몰리, 이안과 페터, 좀머가 등장한다. 굴드는 소설가이긴 하지만 유명한 작가는 아니다. 코케인에 들러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그가 하는 일의 전부다. 여자 친구 몰리는 가끔 다양한 모험을 시도한다. 마케도니아로 해외 여행을 가서 집시 여자에 이끌려 그 집에 방문하기도 한다. 물길 하나를 두고 한 쪽은 대형 마트 까르푸로 상징되는 부유한 마을과 집시 여자가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다. 까르푸에서 나오는 유통 기간이 넘은 음식물들을 수집하는 마을말이다. 양극화 되어 가는 우리의 모습을 몰리를 통해 저자는 이야기하는 듯 싶다.

 

한국 작가의 소설이라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책을 집었지만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무척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이라 문장을 따라 잡기 힘들었다.

 

"소설의 마지막 화두는 기다림이다. 기다림은 당연히 희망을 자양으로 삼지만, 그것이 곡 낙관주의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162)

c*******9 2018.01.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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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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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던 코케인스토리 소개나 그런 것을 잘 읽지 않고 최소한의 정보만 가진 채 책을 보는 편이어서처음 읽을 때 약간 당황스러웠다어느 공간인지 어느 시대인지 어떤 주체인지 뭉뚱그려진 세계에 툭 던져져서뭐라고 하는지 모를 소리를 듣고 있는 느낌으로 시작했다중반부를 넘어가서야 아 이 사람들이 전부 코케인이라는 술집으로 예상되는 공간에 모이는 사람들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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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던 코케인


스토리 소개나 그런 것을 잘 읽지 않고 최소한의 정보만 가진 채 책을 보는 편이어서


처음 읽을 때 약간 당황스러웠다


어느 공간인지 어느 시대인지 어떤 주체인지 뭉뚱그려진 세계에 툭 던져져서


뭐라고 하는지 모를 소리를 듣고 있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중반부를 넘어가서야 아 이 사람들이 전부 코케인이라는 술집으로 예상되는 공간에 모이는 사람들이구나..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고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파악이 됐다


말 그대로 뭔가 멍하니 뭐에 홀린 듯 어리둥절하게 시작되고 끝나지만


중간에 끊을 수 없이 끝까지 달려나가는 아니, 흘러가는 소설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v****v 2016.05.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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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있는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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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이런 우연들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나의 주변에서도 이런 우연은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도 지금도 있을 법하다.하지만 나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하루하루 흘려보내고 있다.이런 한순간한순간을 그냥 흘러보내면 곧바로 희미해 지기 마련이다.하지만 작자는 말한다 눈으로 보이는것을 말로 옮기기란 어렵고 어렵다는것을.또한 굴드는 이러한 한순간의 중요함이 서사가 될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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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이런 우연들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나의 주변에서도 이런 우연은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도 지금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나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하루하루 흘려보내고 있다.
이런 한순간한순간을 그냥 흘러보내면 곧바로 희미해 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작자는 말한다 눈으로 보이는것을 말로 옮기기란 어렵고 어렵다는것을.
또한 굴드는 이러한 한순간의 중요함이 서사가 될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는 책 한권이였다.
정말이지 글쓰기의 임무가 중요하다는것을 또한번 깨닫고 실천하게 만드는 책이다./

1******y 2016.03.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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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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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하는 문장이라 처음에 읽기 힘들었다. 후반부에 굴드가 자신의 문장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나는 의식의 흐름을 나열한 자기 세계에 갇힌 문장을 이해하기 힘들고 읽을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권태와 허무에 빠져 관념적인 말을 내뱉는 인물은 매력없다. 하지만 몰리와 코케인은 흥미롭다. 몰리가 절에서 만난 남자와 나눈 사랑이라든가 여행에서 만난 집시가 자기 집으로 끌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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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하는 문장이라 처음에 읽기 힘들었다. 후반부에 굴드가 자신의 문장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나는 의식의 흐름을 나열한 자기 세계에 갇힌 문장을 이해하기 힘들고 읽을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권태와 허무에 빠져 관념적인 말을 내뱉는 인물은 매력없다. 하지만 몰리와 코케인은 흥미롭다. 몰리가 절에서 만난 남자와 나눈 사랑이라든가 여행에서 만난 집시가 자기 집으로 끌고 가 타준 차는 묻어둔 감정을 헤집는다. 코케인은 갖가지 인물들이 자기에게 어울리는 술을 마시며 일렁이는 마음을 드러내는 장소라 마음에 든다. 언어가 중요하지 않은 세계, 자기 관념에서 벗어난 곳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부딪힌다.

s*******9 2016.08.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