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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질 무렵, 가을의 낙엽이 쓸쓸히 구르는 평온한 호숫가를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왠지 가슴에 아릿하고 시린 무엇이 날아들어 애잔함이 휘감아 도는 듯하다. 삶이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무수한 성취를 향한 여정도, 사랑도, 욕망도...,걷잡을 수 없는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던 정염(情炎)도..., 이러한 것들이 지나가버리고 알 지 못했던, 알 수 없었던 인생의 모습들을 바라보는 그림이, 이야기가 흐른다. 세상을 지나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고 그 아내의 이야기이도 하다.
에르베 종쿠르의 온 정신과 육체를 감아 도는 세상의 끝에 있는 소녀의 편지인 듯 한 일본어로 씌어진 7장의 서신에는 여인 엘렌의 절절한 욕망과 사랑의 그리움이 넘실댄다.
짧은 문장으로 구성된 한 편의 낭만 시(詩)같은 이 소설이 그리는 인생의 이야기에 젖어들어 한동안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심정에 머문다. 『Silk(비단)』란 제목으로‘키이라 나이틀리’, ‘마이클 피트’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모양이다. 영상에 담긴 이 비릿한 사랑과 욕망과 삶의 이야기도 나를 유혹하는 듯하다. |
| 책을 설명하는 건 우습게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많은 것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멋진 책이라 몇 자 적고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많은 책들을 뒤적이면 대충 ''아. 트렌드가 어떻구나'' 하는 걸 알게됩니다. 재테크나 자기계발서가 그렇겠지요. 소설은 그리고 문학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고민하고 고심했던 주제들을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언어로 매번 낯설게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비단''이라는 책도 인류가 우리를 포함한,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것들을 길다란 시의 느낌으로 내어놓았습니다. 사랑도 미련, 욕망 같은 건 지금도 그 오래전에도 있어왔던 것이니까요. 전 마지막 장을 덮고 여운이 잠시 울렁거렸습니다. 뭐라고 해야할지 정말 모르겠지만. 비단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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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k. 책의 원제다. 빛깔은 은은하게 윤기가 흐르고 촉감은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을 것처럼 부드러운, 비단. 책의 제목처럼 소설의 내용도 마치 "비단"의 속성을 은유적으로 풀어놓은 이야기 같다.
알렉산드로 바리코의 1996년 작품으로 이 책은 2006년에 번역된 책이다. 작가 알렉산드로 바리코는 이탈리아 토리노 출생으로 대학에서 철학과 음악학을 전공하고 음악적인 글을 통해 글쓰기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한껏 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200여쪽의 이 책도 한편의 서사시를 읽는 것 같은 운율이 느껴졌다. 에르베 종쿠르가 누에알을 사기 위해 프랑스에서 일본으로 떠나는 장면과 일본에서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 여정을 묘사한 글은, 똑같은 문장으로 되풀이하면서도 네번의 여정속에 에르베 종쿠르의 감정이 드러나는 문장을 살짝살짝 끼워둔다.
사랑에 대한 욕망. 사회적 약속안에서 마땅한 사랑이냐 사회적 약속에서 벗어난 사랑이냐는 차치하고. 사랑이라는 고유 감정만을 따라가 보자면. 에로스적 사랑이냐 플라토닉 사랑이냐 비중은 좀 다를 지라도 사랑에 대한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누에알을 사러 갔던 일본에서 처음 본'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에르베 종쿠르. 자신으로부터 새어나가고 있던 남편의 사랑이 가 닿아 있는 '그 여인'이라도 되고 싶었던 엘렌. 그들의 정염을 드러내보이는 글은 한껏 에로틱하면서도, 우아하다. 비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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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일본으로 떠나는 첫번째 여정> 그는 메스 근처의 국경을 넘어서 뷔르템베르크와 바이에른 지방을 가로질러 오스트리아로 들어갔다. 기차를 타고 빈을 거쳐 부다페스트를 지나 키예프까지 갔다. 말을 타고 러시아의 스텝 지역을 2,000킬로미터나 내달리고 우랄 산맥을 넘어서 시베리아에 들어섰다. 바이칼 호까지 가는 데 40일이 걸렸다. 그곳 사람들은 바이칼 호를 '바다'라고 불렀다. 거기서 다시 아무르 강줄기를 따라 내려갔다. 중국 국경을 따라가다가 마침내 태평양에 이르렀다. 그런 다음 사비르크 항구에서 11일을 머물려 일본의 서해안에 있는 데라야 곶까지 실어가 줄 네덜란드 밀수선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작은 샛길들을 따라 도보로 이시카와 현, 도야마 현, 니가타 현을 지나갔다. 후쿠시마 현에 들어선 다음 시라카와라는 마을에 도착해 동쪽으로 건너가 이틀을 기다렸다. 이틀 후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더니 에르베 종쿠르의 눈을 안대로 가리고 언덕 위의 어떤 마을로 데려갔다.
- 두번째 여정 : 그곳 사람들은 바이칼 호를 '악마'로 알고 있었다. - 세번째 여정 : 그곳 사람들은 바이칼 호를 '최후의 것'으로 알고 있었다. - 네번째 여정 : 그곳 사람들은 바이칼 호를 '신성한 곳'으로 알고 있었다.
<일본에서 프랑스로 돌아오는 여정> 엿새 후 에르베 종쿠르는 다카오카에서 네덜란드 밀수선을 얻어 타고 사비르크 항으로 건너갔다. 그런 다음 중국 국경을 따라 바이칼 호까지 이동한 뒤 4,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시베리아 벌판을 건넜고, 우랄산맥을 넘어 키에프에 도착했고, 기차로 동에서 서로 유럽 전역을 가로질러, 석 달의 여정 끝에 마침내 프랑스로 돌아왔다. 에르베 종쿠르는 4월의 첫번째 일요일-대미사를 올리는 주일-에 라빌디외 어귀에 도착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주님께 감사 기도를 올렸다. 그는 걸어서 마을로 들어섰다. 그는 발걸음을 하나하나 세어보았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의미가 실려 있었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의미가.
- 두번째 여정 : 그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아내 엘렌을 발견했다. 아내를 껴안고 아내의 몸에서 스며 나오는 향기를 맡았다. 그리고 벨벳처럼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아내의 목소리를 들었다. "돌아오셨군요" - 세번째 여정 : 마차를 멈추게 한 뒤 그는 드리워진 커튼 뒤에서 꼼짝도 않고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마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었다. - 네번째의 귀향은 돌고 돌아서 : 수백만 마리의 유충들. 죽어 있었다. 1865년 5월 6일이었다. (네번째의 귀향은 엘렌을 화자로 에르베 종쿠르의 사랑의 여정도 끝났음을 암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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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일본은 가히 세상의 끝이라고 할 만했다.
44 그녀의 두 눈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당돌하게 그를 향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그 눈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에르베 종쿠르를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53 어찌나 부드러운지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옷이었다.
56 아내는 큰 소리로 책을 읽곤 했다. 그는 아내보다 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다.
66 이곳 사람들은 새가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앞일을 읽는다오
79 라빌디외에서의 삶은 단조로웠다. 모든 일이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졌다.
94 그는 서재 한구석에 네 번이나 접은 종이쪽을 숨겨두고 있었다. 몇 개의 문자가 세로로 쓰여 있는 종이쪽이었다.
107 여인 또한 그의 시선을 살짝살짝 찾고 있었기에 두 사람의 눈길이 이따금 마주치곤 했다. 서글픈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도 모르게 추는,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춤.
151 "우리 법에는 사형에 처해 마땅한 죄가 열두가지 있소. 하인이 여주인의 연애편지 심부름을 하는 것도 그중 하나요" "이 아이에겐 여주인의 연애편지 같은 건 없었습니다." "이 아이가 연애편지였소"
153 온갖 종류의 비단이 바람에 나붓대고 있었다. 도저히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장막. 공기보다 더 가벼운 비단의 장막.
168 "무언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죽어가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인지 당신은 절대로 모를 겁니다."
170 1869년에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면서 일본은 20일 만에 도착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돌아오는 길은 채 20일도 걸리지 않았다. 1884년에는 샤르도네라는 프랑스 사람이 발명한 인조견이 특허를 얻었다.
203 3년 후 1874년 겨울 엘렌은 열병을 앓게 되었다. 머리에 열이 펄펄 끓어올랐는데, 어떤 의사도 병의 원인을 밝혀내지도, 치료하지도 못했다. 엘렌은 3월 초에 숨을 거두었다.
절망은 그에게 과분한 감정의 과잉이었으므로 그는 이제 그에게 남겨진 인생에 집중했다.
209 "아시겠어요, 무슈? 부인이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간절히 원했던 것은 자신이 바로 그 여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210 에르베 종쿠르는 그 후 23년을 더 살았다. 줄곧 평온하고 건강하게 살았다. 다시는 라빌디외를 떠나지 않았다. 집을 비우는 일도 거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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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에 아주 적은 양의 글. 그래서 빨리 읽었다.
음... 이 책은 서양에서 신비롭게 바라 본 동양에 대한 시각이 좀 흥미로웠던 책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사모했던 여자는 동양 속에 있는 서양인인 것 같았다.
비단 일을 하는 주인공이 누에 알을 사러 일본을 다니면서 겪는 동양의 신비로운 면과 느낌이 주였고
어떤 큰 사건에...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냥 마지막에 뭔가 반전을 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대단한 반전도 아니었고 그저 잔잔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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