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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우파 시각에서 서술된 기업예찬서
"신자유주의 우파 시각에서 서술된 기업예찬서" 내용보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업과 경영의 역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기업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주식회사의 기원으로 흔히 얘기되는 고대 로마에는 퍼블리카니(Publicani)라는 조직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는 등 생략된 부분이 적지 않다. 450여 쪽에 달하는 많은 분량을 경제사, 세계사, 문화사를 체계 없이 엮어 놓았고, 거기에다 현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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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업과 경영의 역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기업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주식회사의 기원으로 흔히 얘기되는 고대 로마에는 퍼블리카니(Publicani)라는 조직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는 등 생략된 부분이 적지 않다. 450여 쪽에 달하는 많은 분량을 경제사, 세계사, 문화사를 체계 없이 엮어 놓았고, 거기에다 현대 기업들의 약사(略史)를 지루하게 덧붙였다. 따라서 인류가 기업을 왜 만들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대해알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존 미클스웨이트와 에이드리언 울드리지가 쓴 『기업의 역사』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매우 압축적으로 기술되어 있어 어려운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 책보다는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경영 부문에 대해서는 이 책이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철저히 친기업적이고, 친자본주의적 시각을 바탕으로 서술되어 있다. 기업은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선한 존재이고, 기업인 역시 굉장히 창의적이며 용기 있는 인물들로 규정한다. 저자는 더 나아가 정치인이 추구하는 것이 권력의 민주화라면, 경영자와 기업이 추구하는 것은 부의 민주화라고 주장한다. 기업이 부의 민주화를 실현해왔다면 요즘 우리 사회에서 경제민주화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

  물론 저자의 주장대로 과학기술을 상품화하여 대중에게 제공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기업의 활동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는 편리한 문명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기업은 의식주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좀 더 많이, 보다 싸게, 그리고 더 나은 품질로 제공하여 과거 귀족이나 특권층만 소비하던 것을 모두가 소비하도록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과 기업가가 곧 선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기업, 그 중에서도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1916년 미시간주 최고법원은 소액주주인 도지 형제Dodge Brothers가 제기한 헨리 포드에 대한 소송에서 '기업은 기본적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라는 유명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1) 주식회사란 한마디로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세상이 망해도 상관없다는 파괴적인 논리가 시스템의 원리로 되어 있는 기구다. 다수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기업의 지상명령이다. 그러므로 윤리적인 기업경영 따위는 애당초 성립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2)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경영기법이 혁신이 이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동시에 수많은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제국주의의 앞잡이가 되어 다른 나라의 자원과 인명을 무참하게 수탈했으며,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온갖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의 완성도가 높아지려면 기업의 순기능뿐만이 아니라 역기능에 대해서도 올바로 기술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저자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해서 대단히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마르크스 사상도 매우 폄하하고 있는데, 공산주의 혁명이 실패했다고 해서 그의 사상 자체도 잘못된 것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공산주의는 그렇다 치자. 그런데 저자는 사회주의마저 올바르지 않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긴다. 오직 자본주의만이 절대 선이라는 투다. 독일을 위시해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와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병들대로 병든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는 마당에 이와 같은 저자의 편향된 시각은 불쾌하기까지 할 정도다.

  노동조합에 대한 왜곡된 시각도 문제다. 저자는 사회적인 필요성에 의해 태어난 노동조합도 이제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는 기업의 이윤과 생산성에 의해 결정될 뿐이라고 단언한다. 즉 기업의 존재가 우선이고 노조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년 엄청난 이윤을 거두어들이는 대기업들이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기업이 우선이라는 명제 아래 현재까지도 자행되고 있는 수많은 노조탄압행위는 또한 과연 올바른 것인지 묻고 싶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매우 낮은 것은 기업들이 노조설립을 방해하고 정부가 수수방관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자는 짐짓 모른 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미국의 GM과 유나이티드항공이 몰락한 것이 노동자들의 과도한 복지 혜택 때문이라고 설명을 반복하면서, 마치 기업이 망하는 것은 노동자 탓으로 돌린다. 대신 고위경영자들의 무능과 부도덕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친기업, 친자본주의적 시각, 즉 신자유주의적인 저자의 시각은 도를 지나쳐 급기야는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루스벨트 대통령 등이 부자들을 질시하는 농민과 노동자 계급의 감정 폭발에 편승하여 정권을 잡았다고 주장하면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시행된 뉴딜 정책을 바보 같은 정책으로 폄하하는 데까지 이른다. 뉴딜 정책에 대한 이처럼 악의적인 평가를 읽은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뉴딜 정책을 비난하기 이전에 대공황 이후 미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반기업 정서에 대해서는 왜 단 한 줄도 설명하지 않는지 저자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그리고 미국이 대공황이라는 거대한 시련을 이겨내고, 나아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넓은 번영의 분배'3)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저자가 그토록 찬양하는 기업의 탐욕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제어하고 통제함으로써 가능했다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저자는 대공황을 겪은 일부 국가에서 내놓은 국유화라는 처방에 대해서 순진하고 터무니없는 행위라고 몰아붙인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유화 정책의 실패로 인해 사람들이 정부를 의심하고 신뢰하지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반독재운동 형태로 나타났다고 서술하고 있는 점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역사 인식이다.

  이 책은 다른 책의 내용을 출처와 인용 표시도 없이 그대로 옮겨온 경우도 적지 않다(물론 참고문헌 목록 따위도 있을 리가 없다). 가령 이 책 30쪽, 132쪽, 135쪽은 존 미클스웨이트 등이 쓴 『기업의 역사』중 17쪽, 56쪽, 57쪽과 거의 같다. 어차피 책을 쓰는 데 다른 이가 쌓은 지식들을 재활용해야 하는 것이 필연적인 일이지만, 다른 책의 내용을 거의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옮겨 적은 것은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비록 몇 년 전의 일이지만 문화관광부가 이처럼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심하게 편향되고, 역사적 사실의 왜곡도 적지 않은 이따위 책을 우수서적으로 선정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1) 미클스웨이트,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기업의 역사』 147

2) 김종철 칼럼-경제민주화의 해법, 협동조합(시사인 2013.112)

3) 윌리엄 클라인크넥트, 『세계를 팔아버린 남자-신자유주의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160



p*****0 2013.03.0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