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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내내 사랑스럽기는 한데,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도 모르겠고, 여전히 좋기는 좋고 그런 느낌이었다.
동양의 작가들, 유럽의 작가들, 미국의 작가들, 러시아의 작가들을 접할 기회에 비해, 중남미 작가라고 하면, 얼핏 떠오르는 가브리엘 마르케스와 네루다 , 보르헤스 정도밖에 없다. 요즘 읽기 시작했는데, 새롭고 독특하다. 작가 자신은 자신을 '일본작가' 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이 책은 1부 마르케스의 중단편, 2부 산문들, 그리고 3부 작가탐구에서 문학잡지에 실린 인터뷰, 특집기사 등을 실어서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각각의 단편들의 제목들조차 독특하고 시적이기 그지 없다. ' 눈 속에 흘린 피의 흔적', '포르베스 부인의 행복한 여름', '난 전화를 걸려고 온 것 뿐이에요','로마에서의 기적','잃어버린 시간의 바다','물에 빠져 죽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사랑도 어찌할 수 없는 영원한 죽음','기적을 파는 착한 사람 블라카만','꿈을 빌려드립니다' 이다. 이 모음집의 제목인 ' 꿈을 빌려드립니다'는 단편 중 제목에서 따온 것인데, 어느 제목을 따더라도 멋졌을 것 같다.
환상적이고 교훈적이고, 어의없는 현실같은 단편들이다. '꿈을 빌려드립니다' 는 '꿈을 빌려주는 것'이 직업인 여자에 관한 글이다. 예언적인 꿈을 꾸는 그녀는 왼손 약지에 뱀 모양의 반지를 끼고 있다. 어느 아침 아홉시 해가 쨍쨍 내리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공할만한 해일이 몰아쳐 방파제 도로를 지나고 있던 여러대의 자동차와 보도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공중으로 들어올리고, 그 중 한대는 호텔 옆쪽에 처박혀 버리기 까지 했던 사고에 관한 뉴스에서, 그 차안에서 발견된 여자의 시체에 뱀 모양의 반지가 끼어져 있었다는 기사를 본 화자가 그녀를 떠올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이야기에는 작가와 친분관계가 있었던 네루다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대식가이자 미식가였던 그와 꿈을 빌려주는 여자의 만남을 주선하는 화자. 네루다는 '시(詩)만이 통찰력이 있소' 라고 말하고, 그녀를 무시하지만, 그날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꾼다는 그 여인'에 관한 꿈을 꾼다. ' 그녀가 나와 함께 꿈꾸고 있다는 꿈을 꿨네' 라고 말한다. 그리고 화자는 ' 그건 보르헤스의 꿈인데오' 라고 지적해준다. ' 벌써 그런 걸 썼던가?' 라고 묻는 네루다에게 ' 아직 안 썼더라도 언젠간 쓰겠지요. 그건 보르헤스 미로 중의 하나가 될 겁니다' 라고 얘기한다.
현실인듯, 픽션인듯, 상상인듯, 환상인듯,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거친 번역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작가들의 소설들이 가지고 있는 마력이 있다. 거칠지만 강렬한 그런 마력. 그 마력의 유래를 어느정도 작가는 산문들 중 ' 문학과 현실에 관하여' 에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우리 중남미의 거대한 현실이 문학도에게 제안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그런 현실에 적합한 단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강에 대해 말할 때, 유럽 독자들은 기껏해야 2,970 킬로미터의 다뉴브강을 상상하면서 이 강을 가장 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설명해주지 않으면 그들은 길이가 5,500 킬로미터나 되는 아마존 강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상상조차도 할 수가 없다. 파라 데 벨렌 앞에 서있으면 아마존 강의 다른 저편이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발트 해협보다도 더 넓다. 우리가'폭풍'이라는 말을 쓸 때, ...' 즉. 어떤 불가사의한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그 곳에서는 그것을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문학이 되고, 환상이 되고, 거칠고 강력한 무엇인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것을 잘 묘사하기만 한다면.
이 책은 단편들도, 산문들도, 그리고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도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무척이나 평범한 표지의 맘에 썩 내키지 않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 내 영혼의 닭고기스프류의 책으로 자칫 착각할 뻔 했지 않은가.) 단 하나 불만이 있다면 하드 커버의 두껍고 두꺼운 책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것이다. 310페이지는 너무 짧고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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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통 남편 또한 전화에 집착하는, 소통과 단절된 사람이었다. 마리아의 잦은 바람기 때문에 남편은 항상 그녀를 의심하게 되었고, 아내와 바람을 필 것이라고 짐작되는 남자에게 끈질기게 전화를 건다. 마침내 마리아가 아무 소식없이 행방불명 되었을 때, 그는 그녀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고 "개 같은 년"이라 하며 전화를 끊는다. 남편과의 전화 바로 전, 마리아는 사무실에서 우연하게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반사적으로 수화기를 든 그녀에게 들리는 전화 저 쪽의 목소리는 "지금 시간은 45시 92분 107초입니다." 라고 말한다. 마리아는 '미친 놈'이라고 하며 전화를 끊는다. '미친 놈'과 '개 같은 년'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내가 바람피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남편에게 두 달만에 전화를 걸어 울먹이는 아내를 남자는 당연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내의 목소리는 "지금 시간은 45시 92분 107초입니다."라는 저 엉뚱한 말과 하등 다를 것 없이 느껴질 것이다. 우연히 받게 된 전화 속에서 들려오는 시간 서비스를 흉내내는 목소리 또한 마리아가 보기에는 당연히 미친 것이다. 분명 그런 전화을 한 사람은 다른 의도, 전달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병원에서 시달리고 있는, 극도의 신경쇠약 상태에 있는 마리아에게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그들은 소통 하려는 시도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단절된다. 전화 건 사람은 그렇게 '미친 놈'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들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고 종종 서로를 오해하게 된다. 말은 하되 닿지 않는, 이야기를 하되 본래의 뜻이 잘못되는 수많은 어긋남들. 우리는 이러한 불완전한 소통체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끊임없이 어긋나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있다.
2. 불신 불신, 남편이 아내를 믿지 못하고 아내 또한 남편과 제대로 소통할 수 없는 불행한 상황. 그러기에 마리아는 온갖 울분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정신병원 원장에게서 생전 처음 이상한 편안함을 느꼈던 것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원 원장은 마리아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 곳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인들이 사투르노의 마술을 믿지 않았던 것처럼 그들 모두는 서로를 불신하고 있다. 오늘의 우리는 소통의 운명적이고 필연적인 단절에서 오는 막연한 불신을 언제나 감지하고 있고, 때문에 사람들은 '신뢰'보다 '불신'이라는 단어에서 더 안도한다. 어느덧 이 세계는 서로를 아프게 하는 것들로 점령 당했다.
6. 믿어지지 않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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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마르케스의 중단편, 2부 산문들, 그리고 3부 작가탐구에서 문학잡지에 실린 인터뷰, 특집기사 등을 실어서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마르께스를 위시한 중남이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매력은 현실인듯 하면서 상상인듯, 환상인듯하게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이 작품집에 나와 있는 다양한 산문들에서 그것에 대한 단초를 어느 정도찾을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마르께스의 또다른여정' 정도로 이해하면 아주 만족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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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개의 단편으로 엮인 책이라 읽기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게다가 마르케스의 작품에는 왠지 모를 매력이 넘친다. 외롭고 처연한 느낌을 주는 배경, 무슨 일이 곧 벌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긴장감이 마치 아마존 열대 우림의 깊은 늪처럼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 당긴다.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 백년동안의 고독이 그랬고 이 책 <꿈을 빌려드립니다> 또한 마찬가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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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쪼가리 자작을 읽다가 이탈로 칼비노와 보르헤스, 마르케스가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이란 걸알았다. 사실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다가 힘들어서 다른 작가님으로..그래서 세분의 글을 모두 읽기 위해 책을 주문했다. 백년동안의 고독은 워낙 유명해서 당연히 집에 있을 줄 알고 주문하지 않았는데, 글쎄 없다. 다음 주문땐, 꼭 읽을것이다. 그리고 이책에서 마르케스가 얘기하는 노벨상은 받지 않았지만 훌륭한 작가들의 도서도 다 읽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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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인 듯 비현실적인 신비로운 이야기의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남미문학의 매력을 알려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커다란 흐름 외에 서사는 거의 잊어버렸지만 읽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던 원시적이고 에로틱한 이미지는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다. 복숭아잼을 바르고 사랑을 나누던 남녀와 돼지꼬리를 가지고 태어난 아기가 대표적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을 설명하는 말 중 가장 많이 접한 것이 '마술적 사실주의'인데,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이 표현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글은 한 문장으로도 장면이 살아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보통 비현실적이라고 여기는 것들이라는 점에 있다.
이 책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중단편 소설 9작품과 산문 9작품, 그리고 그와 관련된 스페인 언론의 칼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들은 앞서 칭송한 그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어김없이 담아내고 있다. 모든 작품이 영화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흥미롭다. 비행기 안에서까지 사랑을 나누던 열정적인 남녀가 신혼여행 중 손에 난 작은 상처를 방치하다가 사별하게 된다든지, 남편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남의 도움을 얻은 여자가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어 비극적 삶을 산다든지. 오싹한 자극을 주는 이야기들이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사이를 견딜 수 없을 만큼 쫀득하게 연결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은 '말도 안 돼' '세상에나'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만들며 끝이 나곤 한다.
그의 산문들에서는 특출난 이야기꾼인 그의 말재주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며,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술적 요소들의 진실이 밝혀지는 장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자신이 보고 들은 현실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아는 현실을 문학에 옮긴 것 뿐이라고 말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그의 이 말이 없었다면 나는 그를 조금 덜 좋아했을 것 같다. 인간이 과학을 믿기 이전에 믿었던 원시적인 마술은 인간을 덜 이성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결코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 인간이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것 또한 인간이 마주한 현실일 것이다. 어쩌면 더 인간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외면하는 오래된 현실을 문학으로 다듬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고마움이 느껴진다.
"유럽 사람들은 모두 그런 냄새가 난단다. 특히 여름에는 말이야"라고 우리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그건 바로 문명의 냄새란다." 하지만 우쭐대는 군인 복장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포르베스 부인은 힘없는 나약한 존재였다. 아마 우리가 좀더 나이를 먹었거나 아니면 그녀가 조금이라도 다정한 기색을 보여주었더라면 우리에게 어떤 동정심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르는 그런 얼굴이었다. (51쪽, 포르베스 부인의 행복한 여름)
늙은 야곱은 떠날 준비를 해야 하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사람들은 죽을 때가 와서 죽는 것이 아니라, 죽기 원할 때에 죽는 것이라는 말을 이미 들어왔다. 그래서 자기 아내의 예언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만일 그녀가 죽는 순간이 오면 자신이 정말로 그녀를 산 채로 묻을 수 있을 것인가를 속으로 묻고 있었다. (123쪽, 잃어버린 시간의 바다)
나는 카리브해에서 태어나 카리브해에서 자랐다. 그리고 그곳 나라와 섬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마 현실보다 더 가공할 만한 것을 떠올릴 수도 없었고, 또 그런 현실을 뛰어넘는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좌절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내가 가장 멀리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기껏해야 시적 영감을 갖고 그런 현실을 문학작품 속에 이식한 것이다. 내 책들 중에서 단 한 줄도 그곳에서 일어났던 실제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216쪽, 문학과 현실에 관하여)
난 사실 아주 순진한 독자이다. 왜냐하면 난 소설가들이란 그들이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프란츠 카프카가 "그레고리오 잠자는 어느날 아침 아주 거대한 벌레로 변하여 깨어났다"고 말했을 때, 난 그것이 어떤 것을 상징적으로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항상 내 마음속에 남아서 날 괴롭혔던 궁금증은 그게 과연 어떤 부류의 동물이었을까 하는 것뿐이었다. 난 실제로 양탄자가 날아다니고, 마법사에 의해 천재들이 실제로 유리병 안에 갇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235쪽, 어린아이들도 읽을 수 있는 시)
언젠가 내 소련 친구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보기에 우리가 좋아하는 작가에게 수여되면 노벨상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나쁘다고 하는 것이지."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보기보다 단순한 것이 아니다. 사실상 마음속에는 우리 모두가 이와 동일한 범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55~256쪽, 노벨상의 환영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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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 소설들과 산문들로 구성된 책..
꿈을 빌려드립니다 라는 제목에 혹해서 본 책이었는데 짧은 소설들이 아주 괜찮았다.
기존에 읽었던 글들과 비슷한 듯 하면서 좀 색다른 느낌..
소설도 좋았지만 산문들이 좀 더 괜찮았던 것 같다.
글들을 아주 공감이 가도록 적어 놓았다..
요즘은 어떤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타임'지만 읽는 다는 대답.
어린아이들도 읽을 수 있는 시 라는 글 중에 문학 수업은 훌륭한 독서를 위한 안내서가 되어야 한다는 것. 등등..
같은 글이라도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며 읽는 것이 당연하다는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글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