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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도 예쁘고 료코양이 오랜만에 주연하는 영화 원작이라기에 조금 비싸다 싶은 가격에도 집어들게 된 소설이다. (펼쳐보니 올컬러라서.. 그렇게 비싼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
처음엔 그냥 말랑말랑하고 예쁘장한 감성류 일본소설이겠거니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왠걸, 영화 보고도 잘 안 우는 내가 첫번째 단편부터 무려 책을 읽고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역사적인 시츄에이션이 일어났다 --;;
''하루코''라는 지극히 평범한 이름을 갖고 (우리나라 식으로 읽으면 춘자?; 아마 ''민정''이나 ''지은'' 정도 되려나) 평범한 남편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한 여자. 뱃속에 가진 아이의 이름을 짓기 위해 오래된 이름사전을 뒤적이다가.. 어렸을 때는 평범하고 촌스러워서 너무나 싫었던 그 이름에, 사실은 누군가의 애정과 기대가 가득 담긴 고민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결혼도, 물론 아이도 없는데, 왜 이런 이야기에 이렇게 공감하고 찡해하는 걸까? 하고 생각해봤더니, 답은 바로,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였던 것 같다.
막 자취를 시작하는 딸에게 냄비 세트를 사주면서 밥 꼭꼭 해먹고 다니라고 당부하는 엄마의 모습이나(나도 서울 유학 자취생인지라... 완전 공감했다. 냄비는 내 돈으로 샀지만;), 말썽 피우는 초딩 아들을 야단치면서 결국 서로의 마음을 열지 못한 채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는 모습 등... 별것 아니고 애써 스스로 외면하기 쉬운 약한 면을 드러내게 만드는 ''엄마''라는 존재가 아주 자연스럽고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곰인형>이라는 단편인데.. 이건 내용을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참아야겠다 --;
결혼식 날 부모님에게 주는 뜻밖의 선물이 정말정말 감동적이다.. 나도 결혼할 때 써먹어야지;;
물론 꼭 어머니와 딸의 관계만 그린 건 아니고, 팔 년이나 사귄 애인한테 갑자기 차인 이야기(이 내용이 료코양이 주연한 영화 <비상열쇠>라고 한다), 조금 유치하지만 중학교 시절 기습뽀뽀당한 첫키스 이야기, 결혼식날 단짝친구들이 만들어준 베일 이야기 등... 너무 간지럽지 않으면서 적당하게 따뜻하고 와 닿는 주위 사람들의 선물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 열두 편이 실려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내 주위 사람들에게도 한 권씩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가격이 촘 부담되지만; 연말이고 하니 마땅한 선물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택할 만한 책인 것 같다.
한 가지 팁;이라면 자신이 좀 눈물 많고 감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되도록 공공장소에서는 읽지 말것.. 난 학교 과방에서 읽으면서 훌쩍거리다가 결국 사람들 손가락질을 받고야 말았다 --;; [인상깊은구절] 하느님. 믿지도 않는 누군가를 향해 나는 가슴속으로 속삭였다. 하느님, 당신을 오늘부터 며칠 동안 저주하겠지만, 그래도 딱 하나 감사하고 싶은 게 있어요. 몇 시간 전, 이렇게 꾸미고 나올 시간을 줘서 고마워요. 팔 년 동안 함께했던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이래서 다행이에요. 다크서클이 생긴 맨얼굴에 무릎이 튀어나온 청바지 차림이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그것만은 감사할게요. 그러니까 기도할게요. 그가 떠올리는 내 모습이 오늘의 이 모습이기를. 그 자리에서 울부짖으면서 욕설을 퍼붓지 않기 위해, 나는 마지막 말을 주문처럼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비상열쇠> 중에서 “이제 됐다니까.” 나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속마음은 엄마와 같이 그 낡은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었다. 같이 청소를 해주길 바랐다. 그 좁아터진 부엌에서 저녁식사를 만들어주길 바랐다. 생선구이, 무말랭이, 오징어가 들어간 계란말이, 우리집 식탁에 올라올 만한 저녁식사를. 그리고 이불을 펴고 나란히 누워 자고 싶었다. 내 불평과 짜증을 엉뚱한 대답들로 받아주길 바랐다. 하지만 오늘 자고 가면 내일도 자고 가길 바라게 될 것이다. 나는 오늘부터, 바로 지금부터 혼자서 어떻게든 그 방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냄비 세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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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s :: 角田 光代, 松尾 たいこ 받으면 기뻐해야할 것이 선물인데도, 나는 도통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다. 받기만 하면 돈이라도 꾼 것 마냥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는 부채감에 시달리는 탓이다. 상대가 그 선물을 신경써서 고르고 시간을 들여 준비했다면 딱 그 분량만큼, 심지어 금액까지 얼추 계산해 고스란히 돌려줘야 뒷끝이 없을 것 같다는, 그야말로 누군가를 신뢰할 줄 모르는 사람의 전형을 스스로의 모습으로 적나라하게 마주치게 되어 아예 선물받기가 두려워져 버렸다. 더군다나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었을 때 상대의 반응이 시원치 않거나 보답이 없으면 내심 서운함을 느낀다는 것에 기겁해, 속좁은 마음으로 상대도 그런 마음이려니 지레 짐작하고 더더욱 그 '보답 강박관념' 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급기야 이제는 '주면 괜한 부담만 주려니' 싶은 마음에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누군가에게 선물도 잘 하지 않게 되었으니, 참 팍팍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분명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다. 지독하게 준 적도 있었고, 지독하게 받은 적도 있었다. 지독하게 보답을 바라기도 했고 지독하게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선물' 이라는 것은 [물건에 감정이 실려 간다] 는 의미와도 같겠지만, 그 마음을 오는 쪽이든 가는 쪽이든 너무 과하게 해석 했던거다. 좋아한다는 감정에 빠지면 반드시 상대에게 표현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물건에 편승하곤 했는데, 그 갯수를 다량으로 보낼수록 마음이 전부, 제대로 전달된다 믿었더랬다. 그래서 보내준 갯수만큼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고 요구했더랬다. 그 요구가 물건에 중량을 몇갑절이나 곱하는 일이었는데도, 같은 물건을 되돌려 줄 필요는 없으니 마음만 알아달라고 마치 적게 바라는 듯 말했더랬다. 결국 그 부담감에 상대가 질려 도망가면 '정성을 몰라줬네' 하며 그이만 탓하고 스스로의 이기심을 모르쇠 했다. 별로 내키지 않는 상대에게 받는 선물은 빌리기 싫은 돈을 억지로 빌리는 듯한 모양새를 했던 주제에, 내 자신이 '주었던' 건 성스럽다는 도취에 빠져 있었던거다. 그래서 그때부터 선물은 내게 있어 '이기적 행위' 가 되고 말았다. 아무리 호의를 가졌다해도 마음을 물건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요구가 되는 것 같았다. 스스로가 그 편협한 시야에 갖히다보니 누군가 나에게 주는 것도 이기적인 요구로만 비쳐졌다. 받고 싶지 않았는데 받은 선물을 갖고 [내가 얼마나 너에게 잘해줬는데!] 라는 소리라도 들을까봐 선물을 줄 수 있는 대상보다 선물을 받을만한 대상을 더 가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는 상황이 되면 [저는 이만큼 마음 못씁니다] 라고 무뚝뚝하게 받아친 적도 있었다. [선물] 은 결코 기쁘고 행복한 단어가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부채상환적 행위이며 한쪽이 손해라도 볼라치면 언제라도 인간관계가 말살될 수 있는 덫이었다. 선물을 받아 기쁘다는 건 오로지 [서로가 서로를 믿고 사랑한다] 는 전제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를 사랑하는거라고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대에게는 무엇을 받아도 받은 것으로 기억되지 않았다. 특히 부모부터가 그랬다. 결혼하기 직전까지, 사이 안좋은 계모와 무심한 아비가 내게 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여겨 내 애정결핍은 당연한 것이라 훈장처럼 매달고 다녔다. 이렇게 사랑해주지 않을거면 도대체 이 세상에 왜 내보냈는지 무책임하다 원망하며 스스로를 존재 부정하고자 한때는 사람들 앞에 이름까지 바꿔 말하고 다닌 적도 있었더랬다. 지금, 익명이 허가된 인터넷 공간에서조차 본명을 쓰길 고집하는 모습과 비교해보면 참 부끄러운 과거다. 어째서 지금은 당당히 어디서건 본명을 쓰는가. 이름이 곧 내 자아라고 믿기 때문이 아닌가. 그 이름에 의미까지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 하기까지 하지 않은가. 생모의 생사여부조차 몰라도, 예전보단 낫지만 대단히 좋은 관계의 친정은 아니더라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자아' 를 주었으니 그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이름 말고도 부모에게 받은 것이 많다는 게 우수수 떠올랐다. 새어머니는 지금의 극성 엄마들도 울고갈 만큼 열혈 조기교육파였는데,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학습지는 물론 아홉살 무렵부터는 매주 독후감을 쓰게끔 했다. 당시엔 지금같은 논술 열풍도 없었는데도 나는 일치감치 논술 선행 교육을 받았던 셈이다. 덕분에 조기 교육이라면 질색하는 체질이 되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의 독후감 쓰기가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전혀 끼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가 없다. 물론 조기교육의 학습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에서는 전혀 아니지만, 글쓰기가 취미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새어머니께 일종의 선물을 받은 셈이다. 반대로 나는 이때의 네거티브로 아이 교육에 건성인 엄마가 되버렸지만, 그래도 반드시 줄 수 있는 게 있다고 믿는다. 다행히 그 네거티브가 아이에 대한 기대를 내 이기심으로 채우지 않는다는 포지티브를 주긴 했지만 행여라도 아이가 앞으로 어떠한 실망된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존재만이라도 감사하련다. 내 뱃속에서, 내 아이로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는 선물이니까. 이게 바로 사랑으로서 느낄 수 있는 선물의 기쁨 아닐까. 그렇다면, 선물이 사랑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마음을 물건으로서 표현하는 게 선물이 아닌, 선물 자체가 마음이 아닌가 말이다. 나는 여태껏 그것을 분리해서 생각해왔던 게 아니었을까. 마음을 마음으로 받지 못하고, 사랑을 사랑으로 받지 못하고, 믿음을 믿음으로 받지 못했던 게 아니었는지. 사랑이 없어서 받은 선물 또한 무의미 했던 게 아니라 선물을 받은 것을 자각함으로 사랑을 느껴야만 했던거다. 그러니 거기에 무슨 손해 라든가 상환이라든가가 있을까. 나는 받을 때는 물론이고 줄 때도 그저 사랑만을 보내주면 됐었다. 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선물이었으니까. 좋아함을 느끼게 해준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받은 것이 있는 셈인데 마음을 알아달라고 물건으로 요구를 했다면 나야말로 그에게 아무것도 준 게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물론, 그랬던 나처럼 누군가 나에게 요구를 담아 '선물' 이라고 보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 요구 너머에 있는 '마음' 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에게 줄 때는 요구없는 마음을 줄 것이며 상대에게 설령 요구 담긴 선물을 받더라도 마음으로 받는 것을 애써야 된다는 것이, 이 책이 나에게 깨달음으로 선물해준 [선물의 가치]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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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기계발서 들이 가득한 책들중에서 마음따뜻해지는 책이 읽고 싶어서 고른 책이다. 내가 태어나서 받은 이름을 시작해 내 인생 마지막에 받는 눈물이란 선물까지. 내 삶과 비교해 공감할수 있고 따뜻한 마음까지 더 얻어갈수 있는 값진 책이다. 포근한 그때의 그 마음. 사소하게 지나칠 고마움까지 내 삶이 더 고귀하고 아름답게 보일 보석같은 이야기들.
나는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이 좋고 또 이러한 것들때문에 즐겁다. 평범한 일상이 지겨운 분에게 지금 이대로만으로도 당신은 축복받고 있음을 느낄수 있는 책이다. |
| '담백하다' 라는 말은 어떨 때 쓰는 말일까? 사전에 찾아보면 '욕심이 없고 깨끗함'을 뜻하기도 하고 음식을 두고 '느끼하지 않고 산뜻한 맛'을 담백하다라고 한다. 하지만 난 가쿠타 미쓰요의 <프레젠트>를 읽으면서 내내 '담백하다' 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희한하게도 가쿠다 미쓰요의 책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읽은 책은 <프레젠트>가 처음이니 그 '단백함'이 내게 썩 괜찮은 작가를 한 명 더 알게 해 주었다고나 할까. 가쿠다 미쓰요의 책이 내 수중에 아직 여러 권 남아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기까지 하다. 12월, 선물이 가장 많이 오고가는 달일 것이다. 크리스마스라서, 연말이라서 인사하고 인사 받느라 선물 장만에 정신이 없을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내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다! 할 만한 선물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난 부모님이 정해 준 이름도 맘에 안 들고, 기억에 남을만한 책가방도 없었으며 첫키스의 추억은 가물가물이다. 남자친구들의 선물도, 결혼식의 기억도 없으니 그 예쁜 아이의 선물도 없다. 어쩜 이런 인생이 다 있나 싶지만 낙심하진 않는다. 아직도 내게 기억에 남을 선물을 받을 기회란 수 없이 많을 테니까 말이다. 가쿠다 미쓰요의 <프레젠트>에는 12가지의 선물이 나온다. 선물 하나하나 풀어 헤칠 때마다 가슴이 짠하고 마음이 벅찬다. 부모님이 지어 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툴툴거리다가 자신의 아이를 낳으러 가는 순간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 하루꼬. 재혼한 엄마가 보내 준 어릴 때 할머니가 사 준 책가방을 보면서 지난 추억을 생각하는 나, 생일날 받은 료코의 너무나 멋진 첫키스, 혼자 자취하게 된 나를 위해 엄마가 사 준 냄비 세트. 그리고 가족의 사랑이 느껴지는 베일, 기억, 요리, 눈물, 곰인형. 선물 하나마다 담겨 있는 마음들에 난 마치 내가 받은 선물인양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곰인형>이 나온 선물은 마지막에 눈물이 주르륵~흘렀다. 그렇게 멋진 선물이 존재한다니... 그런 선물을 기획한 마모루와 하쓰코 아니, 작가인 가쿠다 미쓰요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앞 둔 남녀에게 꼭 권하고 싶은 기획이었다.(물론 결혼한다면 나도 그러고 싶고...^^;) 당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입니까? 가쿠다 미쓰요는 이 질문을 받고 한참을 망설였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지만 생각해보면 선물이란 그런 것 같다. 상대방에게 선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그 순간부터 그 선물에는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기는 것이다. 그 선물이 크든 작든, 비싸든 싸든 간에 주겠다는 사람의 마음이 제일 소중한 것이고 고마운 것이리라. 그러니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겐 많은 선물들이 떠 오른다. 사랑이 내게 준 아름다운 기억의 선물, 동생들이 준 믿음의 선물, 그리고 변함없는 마음으로 날 대해주시는 부모님의 사랑의 선물. 한 해가 끝나는 이 무렵, 이 아름다운 책을 읽게 되어 난 참 행운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이냐고... 당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입니까? |
| 달달하다. 지인이 자주 쓰는 말이다. 내게 이 말은 왠지 낯간지럽고 기분을 들뜨게 해서, 조금은 가벼운 느낌이다. 마치 선남선녀가 달콤한 사랑에 빠지는 헐리웃 로맨틱코메디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들을 때의 느낌이라고 할까? Presents를 읽으면서 그 달달하다 는 느낌을 상기시킬 수 있었다. 기쿠타 미쓰요의 따뜻한 필체와 마쓰오 다이코의 아기자기한 색을 가진 그림이 만나 조금은 가볍게 기분을 달뜨게 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Presents 속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달콤한 상상에 젖게 만드는 선물의 포장지를 뜯으면 그 속에는 그리 녹녹치 않은 현실이 있다. 사람은 망각하기를 원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망각을 위해 술에 취하고, 음악에 취하고, 책 속에 빠지기를 반복한다. 반복, 그것이 반복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술이 깰 때의 숙취와 그토록 빠져있던 음악도 언젠가는 싫증이 나고 책 속의 활자가 무한히 계속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현실과 마주해야하기에 또 술에 취하고 새로운 책과 음악을 찾아낸다. 망각을 위한 반복이 거듭되는 것이다. 선물 역시 그런 것이 아닐까. 그것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선물을 받을 때의, 포장지를 뜯을 때의 두근거림은 매한가지이다. 그 두근거림은 굉장히 ‘달달’해서 우리에게 손쉽게 현실도피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내 그 느낌을 흐려지고 사라지게 된다. 기쿠타 미쓰요가 말하는 선물이라는 것은 그렇게 잊혀져간 기억들이다. 그 추억속의 자신의 과거와 거기에 얽힌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인 것이다. 어쩌면 선물의 운명이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주고받는 사람의 희열이란 포장지에 쌓여있을 때의 모습은 당당해 보이지만 그것도 잠시, 기억 속에서 조용히 퇴장하고 만다.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퇴장. 여기서 선물의 본질이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아름다운 매개체라는 구태의연한 말은 하지 않겠다.(벌써 한 것일지도) 앞서도 말했듯 어쩐 방법으로 미화시킨다 할지라도 결국은 망각의 본성을 담고 있는 것이 선물이기에 말이다. 그것이 그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던지 혹은 갖고 있는 것인지 이내 잊히고 말아 가끔씩 꺼내보는 일 조차 힘든 선물. 하지만 우리는 그 선물을 다시 꺼내보려고 한다. 자의식으로 무의식으로 종래엔 망각을 반복하는 삶은 일상의 평온함을 보장해주는 듯 보이지만 그에 따라오는 상실감은 복리의 이자가 붙어 수위를 높여간다. 그 수위가 콧잔등에 닿아 까치발을 하지 않고서는 숨을 쉴 수 없을 때가되면 우리는 소중했던 선물을 다시 꺼내어보게 된다는 것이다. 기쿠타 미쓰요가 Presents를 통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언젠가 우리가 받았고, 언젠가는 받을지도 모를 그런 선물이다. 평범하지만 부모님의 인생과 맞닿아있는 이름을 갖고 있고, 유년시전 하굣길에 알 수 없는 외로움이 엄습하면(어린나이에 조금 우습지만) 애꿎은 책가방만 빙글빙글 돌렸던 기억이 있으며, 처음 맞는 달뜬 기분에 캄캄한 밤 침대 위에서 되새겼던 첫키스의 추억이 있다. 그리운 사람과 그 관계속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냄비세트)이 있는가 하면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를 거듭했던 첫사랑의 잊히지 않는 전화번호(성게전병)를 간직했기에 그녀를 다시 찾기도 했다. 또, 반복되는 상처에 어리석을 정도로 휩쓸렸던 때에는, 편지상자(비상열쇠)에 위안을 받기도 한다. 너무도 어리석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버리지 못한 자신을 감싸안아주는 베일 같은 새로운 사람에게 감화되기도 했다. 서로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고 생각했던 그림은 서로 다른 기억으로 갈무리 되어 그 관계를 지탱해주고 후일 다시 찾은 그 그림에서 위안을 얻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지지부진한 삶에 지쳐 처절한 기분에 잠겼다가도 다음날 아침 어머니의 된장찌개(요리)에 기운을 되찾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더 이상의 기대도 미련을 남기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버릴 수 있게 해준 선물(곰인형,눈물)도 있을 것이다.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잊기 위해 망각의 과정을 반복하는 우리의 시대는 명실 공히 상실의 시대이다. 단순히 단어만 같을 뿐 의미가 전혀 다르기도, 단어는 다르지만 의미가 닿아있는 가쿠라 미쓰요와 나의 12가지 선물은 그런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달콤하게 감싸주는 묘한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 문득 꺼내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우리의 달콤한 선물을 기억하게 해주는 실마리가 이 책 ‘Presents''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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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쿠타 미쓰요의 따뜻한 '선물'같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를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 여성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처음으로 받는 선물부터 마지막 순간에 받는 선물까지를 잔잔하게 물 흐르듯이 들려주고 있다. 부모님으로부터 처음 받게 되는 선물 <이름>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었고 주인공 하루코의 마음을 100% 이해할 수 있었다. 어렸을 적 이름이 싫어서 친구들에게 다른 이름으로 부르게 한 적도 있었고(그당시에는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평범한 이름) 그래서 잠깐동안 동네 친구들은 내 이름이 그 이름인줄 알았던 적도 있었다. 그만큼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싫었는데, 지금은 흔한 이름은 아니어서 그나마 조금 좋아졌다. 하지만 지금도 기억한다. 초등학교 1학년때 예쁘게 생긴 내 짝꿍이름이 '현주'였을 때 받은 놀라운 충격을... 어찌나 그 이름이 탐나고 부럽던지 그 아이가 하는 행동은 다 예뻐보일 정도였다. 이렇듯 작가는 그 나이, 시기때마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책가방>에서는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받은 빨간 책가방을 소재로 어릴 적 힘들다고 느낄 때면 빨간 책가방에 전재산을 담아 도망가자 했었던 모든 일에 어리숙했던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 그 순간을 회상한다. <첫키스>에서는 그 아이너머로 보이던 푸른 하늘빛을... <냄비 세트>에서는 처음으로 독립하게 된 대학 신입초년생의 엄마로부터 받게 되는 냄비 세트에 담긴 마음을 이야기하고, < 성게 전병>에서는 쪼잔하기만 한 현재의 남자친구와 반대인 모든면에서 멋진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갈등하게 되고 결국 편안한 옷 같은 그의 전화를 받고. <비상 열쇠>에서는 팔년을 사귄 남자친구에게 차인 후 아직까지도 갖고 있던 그의 집 열쇠를 소재로 가슴아픔을 보여준다. 그밖에 <베일>에서는 여자친구들간의 우정을, <기억>에서는 외도한 남편과의 여행에서 새로운 관계를 꿈꾸고, <그림>에서는 너무나 바빠 점점 더 아이에게 잔소리꾼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과 아이가 가족을 주제로 그린 신발들이 가득한 그림에서 다시금 삶을 부여잡고, <요리>에서는 감기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면서 나를 위해 아무도 죽도 사과도 안 깍아주는 구나하는 회한에 젖어 아프면서 속이 상한 채 깨었을 때 서툰 남편의 솜씨인 죽이, 깍아 놓아 색이 변한 사과를 챙겨놓은 선머슴같은 딸아이의 마음에서, 아픈 엄마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놓은 아들의 그림에서 사랑을 느끼고, <곰 인형> 딸아이의 결혼식만 끝내면 각자의 삶을 살기로 한 부부의 회한의 삼십년을 식장에서의 눈물과 함께 이어지고, 마직막 장인 <눈물>에서는 한 아름다운 여성의 마직막 순간을 따뜻하고 포근한 가족의 눈물선물로 끝을 맺는다.
열두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모습이 그녀들의 모습에 투영되는 것 같아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어린시절을, 사랑했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으면 '선물'의 의미를 마음 깊이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선물' 같은 이야기를 듬뿍받아 행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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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 가쿠다 미쓰요가 '한 사람의 여성이 일생 동안 받는 선물'이란 주제로 쓴 단편집 [프레젠트]에는 다양한 직업과 나이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열두 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태어난 이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열두 개의 선물 중 반도 못 받은 걸 보면 평범해 보이는 내 인생이 그다지 보편적인 건 아니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대부분이 공감되는 건 이상과 현실 사이에 방황하는 여성들의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예리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필력 덕분이리라. Presents #1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받은 선물 ‘이름’ 자신의 이름에 대해 물어 본 적이 있는가? 어쩌면 본인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름에는 아마도 아이와의 첫 만남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 담겨있으리라. Presents #2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받은 ‘책가방’ 학교라는 곳에 처음으로 가게 되었을 때의 설렘은 책가방을 받으면 더욱 현실로 다가온다. 이것도 넣어보고 저것도 넣어보고 그렇게도 크게 느껴지던 책가방, 이젠 팔도 들어가질 않는다. Presents #3 방과 후 골목길에서의 ‘첫키스’ 첫키스의 추억이란 게 누구나 낭만적이고 솜사탕 같은 달콤함 맛은 아니겠지만, 이 귀여운 중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그리운 향수가 왈칵 솟아오른다. Presents #4 자취 첫날 엄마가 사준 '냄비 세트’ 아이가 품에서 떠나게 되면 엄마의 마음도 아이의 마음도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 허전함과 불안함이 찾아들게 마련이다. 냄비 세트에 담긴 마음으로나마 온기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 Presents #5 무능한 남자친구의 화이트데이 선물 ‘성게 전병’ 내가 여자임을 자각하게 만드는 완벽한 남자와 어떤 행동을 해도 될 듯싶은 동료 같은 남자가 있다. 선물도 전자는 보석 귀고리, 후자는 성게 전병. 하지만 줄곧 함께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Presents #6 팔 년간 사귀다 헤어진 연인이 남기고 간 ‘비상열쇠’ 오랜 연인에게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라는 말을 벚나무 가득한 공원에서 듣는다면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나 열쇠 안의 일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Presents #7 결혼식 날 단짝 친구들이 만들어준 ‘베일’ 예전에는 친구들과 결혼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곧잘 나누곤 했다. 뭘 만들어준다거나 무언가를 함께 하자는 종류의. 조금씩 손을 모아 직접 만들어준 베일이라면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Presents #8 바람을 피운 남편이 사죄의 뜻으로 안겨준 ‘기억’ 한 번의 실수를 단칼에 자르기가 쉬운 일은 아닐 테고, 못이기는 척 따라나선 온천여행에서 신혼 때의 일이 데자뷰처럼 떠오른다. 함께 나누는 기억은 같건 다르건 선물임에 틀림없다. Presents #9 말썽쟁이 아들이 그려온 ‘그림’ 화목한 가정을 꿈꾸었건만 쫓기듯 하루하루를 지내다보면 현실은 제멋대로 굴러가고 있다. 아들의 ‘그림’에 그대로 드러난 가족의 모습에 가정의 소중함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Presents #10 감기로 누워 있을 때 가족들이 만들어준 ‘요리’ 몸이 아픈데도 밥 타령만 하는 가족들이 서운한 주부. 꿈인지 현실인지 비몽사몽한 가운데 눈을 떠보니 죽과 사과, 그림이 놓여있다. 누구나 그 마음 잘 알 것이다. Presents #11 딸의 결혼식에서 받은 의외의 선물 ‘곰인형’ 딸의 결혼식이 끝나면 이혼하기로 결정한 중년의 부부. 그런데 피로연에서 받은 곰인형은 소중한 자식이 태어났던 바로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기적 같은 선물. 그때의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있었다. Presents #12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 주위 사람들이 흘려주는 ‘눈물’ 세상과 작별을 고하려는 날,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생의 척도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눈물 흘려줄 이 하나 없다면 쓸쓸하리라. 어차피 죽으면 그뿐이라 할지라도. 같은 곳을 걷고, 같은 곳을 보아도, 우리들의 기억은 조금씩 다르다. 점점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달랐던 것이다. -‘기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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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s #1 ‘이름’
여자가 대접 받고 남자가 돈을 내는 풍습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감의 정도로 보자면 그것은 ' 이 지구 어딘가에 트리니다드토바고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 라는 말과 비슷했다.
사회생활이라는 건 여분의 사탕을 열아홉 개 사는 것과 별 차이 없다는 걸 알게 될걸.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귀고리를 보았을 때, 나는 귀를 뚫지 않았다고 웃으면서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가쿠타 미쓰요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이유는 그녀의 책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탓일 것이다. 이미 <공중정원>과 <대안의 그녀>에서 만난적 있는 작가인데도 존재감이 없는 이유는 절대 그녀의 작품이 내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해서가 아니다. 흘러가는 세월 그대로, 시간이 잊게하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강하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은 그 흐름을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맛있는 연어초밥의 맛이랄까. 분명히 장어는 아닌데.
이번에 나에게 선물이왔다. 그저 책이 예뻐서 작가 이름도 신경쓰지 않고 택한 것뿐인데 역시 운명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인지.(이러한 작은것에도) 선물은 12개나 된다. 한달에 한번씩 일년동안 받는 선물. 그것은 아주 작은것부터 커다란 것과 과거가 담긴 물건이거나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기도 한다. 공통점이라면 '나'와 함께라는것. 선물이라면 마땅이 그러하겠지만, 그것들은 '나'와 함께 자라고, '나'의 시련에 함께 울고, '나'의 절망의 매개가 되기도 하고, '나'의 비밀스런 마음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때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고, 그 방향을 흐릿하게 하기도 하면서 선물은 마음 속 빈 공간에 커다랗게 자리잡는다.
<비밀열쇠>가 영화화 되었고, <성게전병>은 언제 영화화(이미 되었는지 어떤지 모르겠다)되는지 모르겠지만 역시 나는 12가지 선물 중 <성게전병>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책 중반부의 이야기인데, 나도모르게 한 문장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만큼 반전있는 이야기였다. 정말 생각도 못한. 너무나 뻔한 스토리가 인생에서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혹자는 연륜있는 사람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만큼 뻔한 것도 없다 하겠지만, 사랑만큼 누구나 뻔히 보이는 결말(혹은 그 반대라고 주장할지도 모르지만)은 없다. 그것이 정말 보편적인 사랑이든 아니든 우리는 흔히 당연히 ~하다라는 논리를 갖다 붙이기도 한다. 철없는 학생인 남자친구와 이미 사회를 알아가는 직장인 여자. 그러나 여자가 먼저 사회에 나간다고 해서 100% 헤어진다는 진리는 없는데 알게모르게 통용되고, 그것을 주인공도 알고 있다. 말이 먼저나오고 경험이 동반되는 것인지, 정말 사회에는 사토루 같은 남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야스다 겐스케처럼 꼭 TV 드라마에나 나올 것 같은 남자도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흔들림은 서서히 흩어지는 사회라는 거대한 미지의 것에 대한 겁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자는 깨닫는다. 자신이 사랑이라고 여겼던것이, 결국은 여분의 초콜렛을 사는 사회생활과 다를바 없다는 것을 느낀다. 사토루는 자신을 외롭게 하고, 야스다 겐스케는 자신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사토루는 너무나도 깊이 박혀있는 초콜렛 이외의 것이고, 야스다 겐스케는 여분을 제외한 하나의 잘 포장된 초콜렛이었을뿐이다. 뒤바뀐 흔들림이랄까... 여자는 한바퀴 빙글빙글 돌아 다시 한심하기 짝이없는 자신의 옛 애인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자신이 사랑이라고 느낀 아주 잘난 남자가 건넨 선물이, 귀고리 였다니. 귀를 뚫지 않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여자의 모습이 내 모습과 겹쳐졌다. 분명 여자 10명 중 9명은 그럴것이다. 자존심이 없는 게 아니라, 자신의 바보같음을 인정하기 싫어서 슬그머니 귀를 뚫으러 악세서리 가게로 찾아갈 것이다. 여자는 그렇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서 선물을 받은 주인공들은 모두 여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항상 그 선물에는 여성의 감각과 위치가 배어있다. 같은 물건을 대하는데도 남녀는 다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때론 그 물건이 어린시절 장난감이거나 헤어진 연인의 더이상 가치없는 비상열쇠라 할지라도.
가시적이든 그렇지 않던 간에 여기 등장하는 모든이의 선물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처음"이라는 설렘과 끝"이라는 아쉬움, 혹은 회상이라는 아련함과 시작이라는 희망이 저마다 꼬리표처럼 붙어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이 열두가지의 것들을 받게된다. 나는 다섯개 정도를 받은 것 같다. <성게전병>을 적당히 고치자면 여섯개 정도? 하지만 재밌는 것은 정말 이 책의 이야기들처럼 각각 다른 에피소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받은 모든 것들로 소설을 쓴다면 아마 5권은 족히 넘을 장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 모든것들이 지금은 내게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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