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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라는 옛 향기에 젖다.
"'나루'라는 옛 향기에 젖다." 내용보기
허허로웠다. 이름만 겨우 남은 나루 모두 떠나 보내고 홀로 남은 어머니, 그이마저 떠나버린 빈집.... 비울 것 다 비워내고 한껏 가벼워진 나루터 사람들의 기억은 풍문과도 같았다. 뱃사공이 있었지 이름이.....  가물가물하네 사람 참 말 없고 좋았는데..... 어느해 배가 홍수에 떠내려간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때 뱃사공이 살아 있었다고도 했고 벌써 죽었다고도
"'나루'라는 옛 향기에 젖다." 내용보기
허허로웠다. 이름만 겨우 남은 나루 모두 떠나 보내고 홀로 남은 어머니, 그이마저 떠나버린 빈집.... 비울 것 다 비워내고 한껏 가벼워진 나루터 사람들의 기억은 풍문과도 같았다. 뱃사공이 있었지 이름이.....  가물가물하네 사람 참 말 없고 좋았는데..... 어느해 배가 홍수에 떠내려간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때 뱃사공이 살아 있었다고도 했고 벌써 죽었다고도 했다 기억조차 풍화되는 듯하다.                                                                                 - 표지글중 -   기억에도 없는 과거의 향수가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 듯하다. 나루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에게서 잊혀져 가고 고운 우리 옛말에서나 찾아 봄직한 단어지만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이나 겪지 않았던 사람이나 모두에게 향수를 주는 것 같다. 나루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하였지만 누군가가 나루에 대해 물으면 작은목선과 사공,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삶의 풍경과 사연이 자연스럽게 머리속에서 그려질 것 같다. 옛 문화가 버려지고 잊혀져 가고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안식과 잔잔한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유홍준 문화청장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지금 남아있는 옛 문화유산을 찾아서 그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재에 대한 답사기였다면 '나루를 찾아서'는 남아있지 않은 나루의 옛 흔적을 찾아서 향기를 풍기는 책이다. 낙동강 1천3백리나 되는 긴 강에 수백 나루터의 흔적을 찾아 그 때의 삶의 풍경과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0여개나 나루가 있어 배를 띄워 놓고 있었다니 상상이 안간다. 경제발전과 기술이란 것이 다리를 놓고 터널을 뚫고 철길을 놓으면서 나루란 흔적과 정겨운 단어조차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나루는 강의 이쪽과 저쪽을 소통시키고 정보와 상품이 교환되고 삶의 희망과 절망이 여울속의 물보라처럼 소용돌이쳐 부서지는 곳이기도 하다.  낙동강 7백리 강길따라 부산 구포나루를 거슬러 소금과 사연을 실은 배가 김해 물금나루를 지나 양산 가야진나루에서 한숨을 고르고, 이어 조선시대 영남대로의 첫번째 관문인 밀양 작원나루를 거슬러 대구 사문진을 거쳐 상주 낙동나루까지 이른다. 낙동나루에서 소금과 사연은 작은배로 옮겨져서 예천, 안동으로 전해주었다. 특히 예천 삼강나루에 마지막까지 있었던 삼강주막의 마지막 주모인 할머니의 걸죽한 한마디가 나루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때의 정겨운 풍경를 그려준다.    "저 아래에서 강 따라 배가 올라와. 주로 낙동강 저 아래 왜관서 오는 배지. 겨울에는 강이 얼고 하니까 배가 없지마는, 늦은 봄에 배가 소금을 오본이(가득) 싣고 안동까지 가거든. 봄되면 장 담기를 하니까 주로 소금배가 오는거지. 소금배가 내려갈 때는 주로 나락 팔아서 갔제. 소금하고 나락 바꾼거야. 소금배들은 배 안에 집을 지가지고 방을 맹글어서 거서 밥 해먹고 그라대.  물이 얕으면 큰 판대기로 젓고, 사람 대씨(여럿)서 끌거나 배쭉대로 밀고 그래 올라가더만...."    지금은 상상이 안되는 풍경이다. 가다가 댐에 막히고 흐르다 제방에 막히는 지금의 낙동강을 보면 배가 떠서 안동까지 거슬러 올라 갔다고 누가 상상을 하겠는가? 강가 마을마다 나루가 있었다고 누가 알겠는가?  낙동강을 가로 질러 지금 다리가 놓여 있는 곳이면, 그 밑에는 그 옛날 나루에 목선과 사공의 노랫소리가 있었고 주막이 있었고 또한 우리 선조의 삶의 풍경과 사연이 있었다. 배를 타면 뱃사공의 노랫소리와 살아가는 정겨운 이야기 보따리가 잔잔한 강물소리와 함께 들렸을 것이고, 배를 기다리면 막걸리 한잔하는 왁자지껄한 주막의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옛 삶의 풍경이 머리속에 떠오르고 지워지곤 하였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나루의 풍경이 그려지는 곳을 보면 사람의 향수를 자극하는 책임이 틀림이 없다. 나루의 사진과 나루가 있었던 곳의 지도와 감칠맛 나는 정겨운 설명들이 이 책의 가치를 더해 주고 있다.   나는 오늘 '나루'라는 옛 향기를 느껴본다.
a*****l 2006.12.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