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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서로에게 묶여 있다. 그들이 고도에게 묶여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도는 그들을 옭아맨다. 그것은 죽음, 혹은 신, 아니면 일상 속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그건 계속 벗으려 해도 잘 벗겨지지 않고 하고, 벗겨지면 다시 찾게 되는 에스트라공의 구두와도 같다. 또는 그것은 언제나 짐을 내려놓지 않는 럭키의 짐과도 같다. 그것은 내려놓을 수 없는 인간의 숙명적인 짐 같은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 자그마한 십자가를 지나니, 죽는 날까지. 그리고는 망각 속으로 사라지나니..-
삶은 그들에게 짐이 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서로를 속박하고, 그들은 또 고도에게 매여 있다. 포조와 럭키는 서로 속박하고, 또 속박당한다. 고고와 디디는 서로 헤어짐이 더 낫지 않을까 하고 끊임없이 되뇌인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그러지 못한다. 이들이 고도에게 묶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자신을 지킬 줄 모르기 때문에 서로에게서 떠나지 못한다. 우리 모두는 알수 없는 어떤 것을 기다리고, 그것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갖는다. 그들은 그리하여 계속 고도를 기다린다. 알수 없는 것, 막연한 기다림의 대상. 설령 그가 왔다고 해도 그들은 그것을 알수 없다. 그게 무엇인지,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불명확한 채, 그들은 끝없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들을 옭아매고 있는 건, 고도든 뭐든 기다려야 하는, 그들에게 남아있는 '시간'이다.
그들은 그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그들은 자살로써 이 '시간'을 단축시키지도 못한다. 그들의 기다림의 시간은 고단하지만 결코 죽음으로써 완성되거나 완벽해지지는 못한다. 그들의 이 '시간' 속에서는 모든 것이불명확하다. 지식도, 기억도, 소유도, 권력도, 모든 것은 무정형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끊임없이 뒤집어진다. 포조의 파이프나 스프레이는 하나씩 없어진다. 삶은 결국 그렇게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이다. 럭키는 포조에게 속박당해 있지만, 포조는 그의 지식을 두려워한다.-공허한 지식-그들은 어느 순간 장님과 벙어리가 된다.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없고, 본다 해도 말할 수 없는, 그게 우리의 모습이다. 2막에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된 포조는 벙어리가 된 럭키에게 끌려가는 꼴이 된다. 권력과 지식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속박한다. 그리고 그 힘은 무의미하다. 럭키는 모자를 쓰지 않으면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의 권력 구조는 쉽게 뒤바뀐다.
그들의 경험 또한 불명확하다. 포조는 '어제는 누구를 만난 기억이 없는데, 그렇지만 내일이 되면 오늘 누군가를 만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거야.' 라고 한다. 그들은 고도를 만났다 해도,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그들은 고도를 알아보지도, 또 그를 만났다 해도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알지도 못하는 대상을 끊임없이 기다려야 하는 '운명'에 묶여 있는 것이다. 그들은 결코 그 기다림에서 떠나지 못할 것이다.
'포조: 정말이지 떠날 수...있을 것 같지가 않은데
에스트라공: 그것이 인생이오'
그들에게 희망이 있을까? 그것 역시 알 수 없다.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 역시 그들에게 행복을 가져올 것인가는 미지수다. 고도의 소식을 가져오는 아이는 행복하냐는 질문에 몰라요, 하고 대답한다. 고도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일 것인가. 2막에는 앙상한 나무에 파란 잎이 피어난다. 그렇지만 그것은 희망인가. 이 나무가 정말 죽은 것인지 아닌지, 그들은 모른다. 어제는 정말 어제고, 오늘은 정말 오늘인지, 그들은 모른다. 기억-이성의 불완전함은 그들을 더욱 옭아맬 수밖에 없다. 결국은 ,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다.
"포조: 이 세상의 눈물의 양에는 변함이 없으니, 하여 어디선가 눈물을 흘리게 되면 다른 누군가는 눈물을 그쳐야 하리. 웃음 또한 마찬가지라네. 그러니 우리의 시대가 나쁘다느니 얘기하지는 맙시다. 우리 시대가 예전보다 더 불행한 것은 아니라오." 더 불행하지도 않지만, 그들은 결코 더 행복하지도 않다.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는 신일 수도, 죽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두려운 건 끝없이 남아있는 시간과, 그동안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기다림'이다. 고도는 희망일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기다려야 한다는 자체가 고통이다. 그것은 그들에게와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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